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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로동KimLawdong Dec 01. 2022

74일

2개월 접종을 하다

- 전 날 유니온은 밤 9시 16분 무렵에 잠들었다. 밤 중에 잠이 깰 때가 되면 유니온은 숨을 빠르게 몰아쉬면서 울 준비를 한다. 그러면 아내가 유니온의 기저귀를 갈아주고 분유를 타서 밤중 수유를 하고 다시 재우고 들어온다. 아내가 분유를 준비하는 동안 내가 기저귀를 갈아줄 때도 있긴 하지만 나는 매번 깨어서 하는 것도 아니고, 하더라도 분유를 먹이고 재우고 들어오는 일이 훨씬 오래 걸리고 힘이 든다. 밤 중에 수유를 하는 아내에게 늘 고마운 마음이다.


새벽에 살짝 숨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는데, 아내가 금방 다시 들어왔다. 유니온이 다시 잠이 들 것 같아 재우고 온 모양이었다. 한참을 자더니 거의 아침이 다 되어서야 깨어났다. 8시간 19분을 잤다. 신기록이다!


- 오늘은 유니온의 2개월 예방접종을 하러 가는 날이었다. 늘어지게 한잠을 자고 일어난 유니온은 과연 오늘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고 있을까. 간단하게 짐을 챙기고 8시 40분 무렵 유니온을 유모차에 태워 집 근처에 있는 소아과로 향했다.


키와 몸무게를 측정하고, 진료실로 들어가니 의사 선생님께서 수유량, 대변 횟수, 기저귀 가는 횟수 등을 체크하셨다. 그러고 나서 유니온에게 경구형 백신인 로타바이러스 백신을 먼저 투약하셨다. 유니온은 생각했던 맛이 아닌지 잘 먹으려 하지 않았다. 무슨 맛인지는 나도 알 수 없지만. 가끔 유니온의 분유를 보면서도, ‘누구의 의견을 듣고 맛을 결정해서 만드는 걸까’하는 생각을 하곤 했다. 원하던 맛이 아닌 것을 먹는 게 서러워서인지 유니온은 살짝 울기 시작했다. 습관적으로 달래야겠다는 생각에 안고 있던 유니온을 살살 흔들어주려는데, 토하면 안 되니 가만히 둬야 된다는 의사 선생님 말씀에 얼른 멈추었다.


경구형 백신이 투약을 끝내고, 폴리오, 폐렴구균 등 주사 백신 접종이 시작되었다. 유니온의 왼쪽 허벅지에 주사 바늘이 들어왔다. 이미 알 수 없는 백신 맛에 마음이 상했는데, 아픈 주사 바늘이 들어오니 유니온은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오른쪽 허벅지에 두 번째 주사 접종을 했다. 선생님께서 아기들이 두 번째를 더 아파하는 거 같다고 하셨는데, 유니온 또한 두 번째에 더 섧게 울었다. 바지를 다시 정리해서 입히고, 대기실로 나갔다.


이미지 출처 : 픽사베이(아이디 Myriams-Fotos)


대기실에서 유니온을 안고 있으니, 유니온은 잠시 울다가 졸음이 서러움과 아픔을 눌렀는지 이내 잠들었다. 간호사 선생님께서는 잠든 유니온을 보고는 진정이 됐으니 돌아가도 좋다고 하셨다. 유모차에 앉히는 과정에 다시 눈물을 터뜨릴 뻔했지만(아 맞아 나 울고 있었지!) 유니온은 이내 다시 잠이 들었다.


- 아기용 해열제 등을 사러 약국에 들렀는데, 요즘 아기가 너무 드물다며 약사 선생님과 약국 직원 분이 유모차에 앉아있는 유니온을 구경하러 나오셨다. 아까 병원 대기실에서도 유니온을 귀여워하며 한참이나 쳐다보신 분이 계셨고, 유모차를 끌고 집으로 가는 길에서 마주친 어르신도 뒤를 돌아 유니온을 한참 쳐다보고 가셨다. 진료 중에 의사 선생님께서는, 예전에는 하루에 200명 가까운 아이의 진료를 볼 때도 있었는데 이제는 근방에 소아과가 2개밖에 남지 않았다고 하셨다.


- 2개월 접종을 하고 나면 열이 나거나 아파서 힘들어하는 아기들이 많다고 들었다. 유니온도 오늘 컨디션이 좋지 않은지 평소보다 조금 더 많이 울고 보채었고 잘 먹지 못했다. 잠들었다가도 금방 깨어 울음을 터뜨렸다. 오늘은 힘든 날이라는 것을 알기에 유니온이 울면 침대에서 안아 올려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주었다. 아픈 게 나아지는 건 아니겠지만 그렇게 해주면 마음이 안정이 되는지 유니온은 눈물을 멈추고 다시 졸려했다.


유니온을 임신 중일 때, 아내는 부모 양쪽의 예민한 성격을 아이가 물려받아 힘들어할까 봐 걱정하곤 했다. 아직 유니온이 어떤 성격인진 알 수 없지만 등을 대고 잠드는 데에 금방 익숙해진 유니온을 보면서, 오늘 힘든 접종을 마치고도 잘 참아내고 잠이 든(언제 깰지는 알 수 없지만) 유니온을 보면서, 용감하고 인내심이 강한 아이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오늘 주삿바늘의 아픔과 백신 접종에서 오는 열감을 용감히 이겨낸 것처럼, 앞으로의 삶도 용감하고 씩씩하게 살아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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