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 에세이

5장. 봄, 바다, 그리고 엄마

by 오구TREE

새벽이 채 밝기도 전,

버스를 타고 통영으로 향했다.

졸음과 설렘이 뒤섞인 길 끝에서 다시 배를 탔다.

파도 위를 한 시간쯤 흔들리다 도착한 곳은 연화도.

이름처럼 연꽃 같은 하루가 펼쳐질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회덮밥 한 그릇으로 배를 든든히 채우고 본격적으로 산행을 시작했다.

바다향기가 은은하게 올라오는 길을 걸으며

나는 자꾸만 뒤를 돌아봤다.

바다는 늘 그 자리에 있었고 엄마도 그 자리에 있었다. 느리지만 꾸준히, 나를 따라오며 말없이 등을 밀어주는 존재.


아직 이른 봄이라 길가엔 꽃들이 많이 피어 있었다.

미처 지지 못한 동백꽃이 붉게 남아 있었고, 진달래는 연분홍 물결로 봄의 중심을 알렸다.

벚꽃은 바람을 타고 흩날리며 우리 둘의 머리 위를 물들였다.


숨은 턱 끝까지 차올랐지만, 나는 끝까지 올랐다.

내가 견딜 수 있었던 이유는 분명하다. 뒤에서 나를 따라오는 엄마의 걸음 때문이었다.

아무 말 없이, 언제나처럼, 나를 응원하는 그 존재 하나만으로도.


그 길 위에서 나는 봄을 보았고, 바다를 느꼈으며, 사랑을 확인했다. 이 하루는, 아마도 오래도록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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