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장. 처음, 같이 걷는 속도로
1) 새싹교 아래에서
당현천은 봄을 준비 중이었다. 흐르는 물소리와 이따금 불어오는 바람, 발밑의 자잘한 모래 소리까지도 다정하게 느껴지는 아침. 새싹교 아래에서 나는 그녀를 만났다. 53세, 그리고 달리기는 처음이라고 했다. 약간의 긴장감과 쑥스러움, 그리고 낯선 것에 대한 작은 설렘이 동시에 그의 얼굴에 얹혀 있었다. 나 역시 약간은 조심스러웠다. 어떻게 리드하면 좋을까, 어디까지 속도를 맞춰야 할까. 하지만 그보다 먼저, 함께 달린다는 것 자체가 이미 우리를 같은 선 위에 올려놓았다는 것을 느꼈다.
2) 같은 리듬으로
처음 몇 걸음은 말 그대로 ‘걸음’이었다. 숨이 차오르지 않도록, 무릎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그의 페이스를 따라가기로 했다. 평소 혼자 달릴 때와는 전혀 다른 감각. 속도가 느리니 오히려 주변이 더 잘 보였다. 하천 옆으로 자라난 민들레, 산책 나온 개들과 눈을 마주치는 일, 그리고 무엇보다 나란히 달리는 두 사람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지는 풍경.
“이 정도 속도면 괜찮을까요?” 그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지금처럼만 해도 충분히 좋아요.” 나도 숨을 골라가며 대답했다.
짧지만 그런 대화가 몇 번 오갔다. “자세는 이게 괜찮은 건가요?” 하고 묻는 그의 말에는 배움에 대한 열의와 낯섦이 동시에 묻어 있었다. 나는 그럴 때마다 최대한 짧고 편안한 말로 답했다. “팔을 너무 힘주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호흡은 규칙적으로 해보셔도 좋아요.”
그 짧은 문장들 속에 서로에 대한 배려가 있었다. 말이 길어지면 리듬이 깨지고, 침묵이 길어져도 불편하지 않은 거리. 그 고요한 리듬이 참 좋았다.
3) 숨을 고르는 시간
3km가 지나자 그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걸음을 멈췄다. 땀방울이 이마를 타고 흘렀지만, 그 표정엔 묘한 뿌듯함이 담겨 있었다. 나는 그 얼굴을 보며 나도 모르게 웃었다. 사실 나 역시 누군가의 처음을 함께 걸어보는 건 처음이었다. 속도를 맞추는 일이 때로는 생각보다 어렵고, 또 가끔은 서운할 수도 있지만, 오늘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함께 달리는 시간 속에서, 나는 ‘천천히 가는 것’이 결코 뒤처지는 게 아니라는 걸 배웠다. 달리기는 결국 누군가의 첫 걸음과 함께할 때 더 깊어지는지도 모르겠다. 새싹교 아래에서 시작한 그 3km는, 언젠가 내 기억 속에 오래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