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 에세이

9장. 봄비가 그치고 난 뒤

by 오구TREE

아침부터 비가 주룩주룩 내렸다.

‘아, 오늘은 운동을 거르겠구나.’

아쉬운 척하면서도 마음 한편으로는 살짝 안도했다.

하루쯤 쉬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종일 빗소리를 배경 삼아 일에 몰두했다.

비는 때로 거세게 쏟아졌다가도 이내 잦아들며

봄날 특유의 리듬을 그려냈다.

그 소리 안에서 나는 봄비가 주는 평온함을 온몸으로 느꼈다.


퇴근 준비를 하려던 참, 문득 창밖을 보니 비는 그치고 회색 구름만이 자욱하게 남아 있었다.

‘이때다.’ ‘나가자.’ 마음이 동했다.

결심이 선 순간, 망설이지 않고 곧장 운동복으로 갈아입었다.

비가 지나간 자리엔 초록 잎사귀들이 한층 더 푸르러 있었고 알 수 없는 날벌레 친구들이 많았다.

꽃잎이 내려앉은 길 위에서 가볍게 몸을 푼 뒤, 천천히 달리기 시작했다.


500미터쯤 지났을까. 오늘은 아닌가 싶은 마음이 들었다. 몸은 무겁고 발걸음은 앞으로 나아가길 주저했다. 그래도 그런 날도 있는 법. 포기하지 않기로 했다.

나만의 속도로, 내 리듬에 맞춰 한 걸음씩 내디뎠다.

나를 앞질러 가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개의치 않았다. 허공에 미소를 지어보았다.

그저 웃는 것만으로도 조금은 힘이 나는 기분이었다.


결국, 처음 포기하고 싶었던 거리의 열 배인 5km를 채웠다. 뛰는 내내 몸은 여러 방식으로 신호를 보내왔다.

‘무릎이 아프구나. 착지에 좀 더 신경 써야겠네. 엉덩이가 뻐근하네. 자세를 바로 해야겠어.’

그렇게 내 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스스로와 대화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도착 지점에 와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오늘의 달리기는 단순한 운동을 넘어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특별한 시간이었다. 봄비가 씻어낸 풍경 속에서 나 자신을 마주했고 그 속에서 나는 조금 더 자라났다. 앞으로도 이런 소중한 순간들을 놓치지 않고 담담히 즐기며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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