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 에세이

11장. 함께 뛴 첫 걸음

by 오구TREE

오늘은 우리 당근 모임에 조금 특별한 바람이 불었다. 처음으로, 한 남성 회원이 함께 운동을 하겠다며 모습을 드러냈다.

사실 가입되어 있는 남성 회원은 여럿이지만,

직접 운동에 참여한 건 그가 처음이었다.

단단한 체격에 말없이 서 있는 모습만으로도 예전에 운동을 꽤 했던 사람이란 걸 알 수 있었다. 그런데도 그는 수줍은 웃음으로 “달리기는 처음이에요”라고 말했다. 그 말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번졌다.


나는 그에게 아주 기본적인 달리기 자세를 알려주었다. 팔은 뒤로 쳐야 한다는 것, 발은 어떻게 땅에 놓아야 하는지, 작은 것부터 하나씩. 천천히, 그러나 진심을 담아 설명했다. 그리고 우리는 3km를 함께 달리기 시작했다.


그는 내 바로 뒤에 바짝 붙어 달렸다. “취-취-”하는 거친 숨소리가 귀에 들려왔다. 그 소리를 들으며 문득, ‘복싱을 했던 사람일지도 몰라’ 하는 생각이 스쳤다. 묵직하게 들려오는 호흡이 인상 깊었다.


나는 그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되고 싶었다. 몇 km를 달렸는지, 얼마가 남았는지를 큰 소리로 외치며 응원했다. 아마 처음이면 듣기만 해도 버거울 수도 있었을 텐데, 그는 매번 내 “화이팅!”에 또렷한 목소리로 응답했다. 끝까지, 한 번도 멈추지 않고 그렇게 3km를 달려냈다. 정말 놀라운 끈기였다.


달리기가 익숙하지 않다던 그는, 오히려 다음에도 또 오겠다며 웃었다. 그 웃음에, 나도 함께 웃게 되었다. 나 역시 3km는 여전히 쉽지 않은 거리다. 그런데도 처음 달리는 사람이 나를 통해 달리기의 즐거움을 발견하고, 다시 오고 싶다고 말할 때—가슴 깊숙한 곳에서 뭔가 따뜻한 것이 올라온다. ‘내가 가르치는 데 소질이 있나?’ 괜히 어깨가 으쓱해지기도 했다.


오늘의 3km는 그냥 운동이 아니었다. 누군가의 첫걸음을 함께하고 그 걸음을 지지하면서 나도 함께 성장하는 시간이었다. 앞으로도 더 많은 사람들과 이렇게 함께 달리며 서로의 길을 응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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