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 에세이

16장. 비와 함께 멈춘 내 발

by 오구TREE

달리기가 싫어질 때면 온갖 핑계가 머릿속을 떠다닌다.

“오늘은 좀 피곤한 것 같아.”

“오늘은 저녁에 해야 할 집안일이 너무 많아.”

이럴 때 가장 강력한 핑계는 역시 날씨다.


아침에 눈을 떴는데 창밖에서 빗소리가 들렸다.

“아싸!”

오늘은 달리기를 안 해도 되는 날이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 기분이 괜히 좋아졌다.

혹시 나, 런태기가 온 걸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달리는 내 모습이 그렇게 자랑스러웠는데, 오늘의 나는 그저 운동이 귀찮은 평범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비 오는 날이면 몸도 무겁고 기분도 가라앉는다며 투덜거리곤 했지만, 오늘만큼은 이 비가 이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어쩐지 마음까지 여유로워졌다.

친구의 그림 전시회를 보러 가는 길, 우산을 툭툭 두드리는 빗방울 소리가 발걸음을 천천히 늦추게 했다.

‘비가 좀 더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괜히 천천히 걸었다.


전시회를 다 보고 나오는 순간, 창밖 풍경이 달라져 있었다.

비가 멈춰 있었다.

원래라면 알록달록 우산들이 어지럽게 섞여 있어야 할 길 위에, 이제는 사람들의 정수리만 보였다.


‘하… 결국 운동을 해야 하나.’


하지만 마음은 이미 운동을 포기한 상태였다.

나는 스스로를 ‘바쁜 사람’으로 정의 내리기로 했다.

해야 할 다른 일들을 머릿속에서 하나둘 꺼내며

운동 대신 지금 충분히 분주하다는 자기 위안 속에 빠져든다.


어쩌다 이렇게 런태기에 빠져버렸을까.

이 시기를 어떻게 지나야 할지, 이제는 슬슬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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