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장. 달리지 않는 하루, 그 대신
런태기가 와서 운동을 쉬게 되는 날이 있다.
하지만 그와는 반대로 운동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날도 있다.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었다.
몸이 무거운 건 이제 익숙하다.
늘 있는 일이니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 있다.
문제는 무릎이었다.
관절이 망가지면 매일 달린다 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그래서 오늘은 뛰지 않고 걷기로 했다.
주말엔 등산 약속이 있다.
아무 준비도 없이 무작정 나설 순 없었다.
그렇다고 ‘힘들다’, ‘귀찮다’는 이유로 운동을 쉬는 것도 싫었다.
운동을 완전히 놓지 않기 위한, 나름의 타협이었다.
오늘은 ‘걷기’로 대신하기로 했다.
이상하게도 걷는 날엔 유독 달리는 사람들이 많이 눈에 들어온다.
내가 뛸 때는 숨을 고르기도 바빠 주변을 살필 여유가 없다.
하지만 걸을 땐 시선이 자꾸만 달리는 사람들에게 향한다.
그들을 바라보는 내 마음속에는 여러 감정이 엉켜 있다.
하지만 그중 가장 큰 건, 아마 부러움일 것이다.
누군가의 러닝화를 유심히 바라보고,
속도를 가늠해보며 혼자 페이스를 짐작한다.
무심한 척하지만, 마음은 이미 그들과 함께 달리고 있다.
오늘도 여러 사람을 봤다.
최신 러닝화를 신고 매끈하게 달리는 사람,
밑창이 다 닳아 미드솔이 드러난 신발로 묵묵히 뛰는 사람도 있었다.
‘장인은 도구를 탓하지 않는다’는 말이 떠올랐다.
좋은 장비 없이도 꾸준히 달리는 그들은, 그 자체로 대단해 보였다.
그러는 와중에도 내겐 또 하나의 핑곗거리가 생겼다.
나는 헤비러너다.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편이라 관절에 무리가 가기 쉽고,
피로도 빨리 찾아온다.
그래서 오늘은 뛰지 않고 걷는 거라고,
스스로를 다시 한 번 설득했다.
그래, 사람이 어떻게 매일 뛸 수만 있겠는가.
가끔은 걷기도 해야, 몸이 골고루 발달하지 않겠어.
근육도 마음도, 가끔은 천천히 움직이며 균형을 찾아야 하니까.
오늘은 그런 날이다.
달리지는 않았지만, 멈추지도 않은 날.
걷기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었던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