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장. 15km, 나를 넘다.
처음으로 15km를 혼자 달렸던 날을 떠올려본다. 나에게는 꽤 큰 의미가 있는 날이었다. 엄마와 함께 달릴 때도 최장거리는 12km였는데, 그보다 더 먼 거리를 오직 나 혼자의 힘으로 해냈기 때문이다.
그날은 장거리 러닝을 목표로 마음을 단단히 먹고 준비에 임했다. 발에는 바세린을 바르고, 한겨울의 날씨에 맞춰 장갑과 모자를 꽁꽁 여몄다. 몸을 감싸며 마음까지도 함께 동여매는 느낌이었다. 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만을 품고 출발선에 섰다. 시작부터 실패를 염두에 두는 건 지는 싸움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집에서 북쪽으로 난 굴포천 길을 따라 달렸다. 차가운 공기에 호흡은 점점 가빠지고, 맞바람을 정면으로 맞으며 몸은 점점 엉망이 되어갔다. 7.5km 반환점을 지나며 ‘여기까지 온 내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스쳤다. 이미 다리는 무거워졌고, 상체마저 딱딱하게 굳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남은 길을 다시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은 반쯤 왔다는 안도감과 동시에 엄청난 숙제로 느껴졌다.
어떻게 집까지 돌아가지? 막막한 마음이 몰려왔다. 익숙한 거리인 10km 지점까지는 그래도 어떻게든 버텼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그 즈음부터는 내 의지와 상관없이 발이 저절로 움직이는 듯한 기분마저 들었다. 남은 5km는 마치 100미터, 200미터가 십 리처럼 느껴졌다.
사실, 그 15km를 어떻게 완주했는지는 지금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 12km쯤 되었을 때, 길가에 서 있던 씽씽이를 보고 ‘저걸 타고 집까지 가면 얼마나 편할까’ 생각했던 순간만이 유난히 또렷하다. 집에 도착해서는 ‘왜 하필 우리 집은 엘리베이터도 없는 6층인가’ 싶어 괜히 원망도 들었다.
하지만 결국 요가매트 위에 몸을 눕히며, 나도 모르게 “와, 내가 이걸 진짜 해냈구나!” 감탄을 내뱉었다. 그 날 이후, 러닝 마일리지가 하나둘 쌓여가며 나는 조금씩 ‘런린이’를 탈출해나가는 줄로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