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 에세이

20장. 쉼, 더 멀리 가기 위한 준비.

by 오구TREE

누가 뭐래도 쉬어야 하는 날이 있다.


러닝은 그렇다.

기분이 좋고 몸도 가벼운 날엔 ‘오늘 기록 괜찮겠는데’ 싶지만

막상 뛰어보면 전혀 그렇지 않은 날이 있고,

반대로 온몸이 무거워 도무지 될 것 같지 않은 날에도

막상 달리다 보면 오히려 몸이 풀리는 경우도 있다.


결국 그날의 몸은 그날이 되어봐야 안다.

아니, 뛰어봐야 안다.


하지만 그런 모든 예외와 기대를 내려놓고,

그냥 쉬어야만 하는 날이 있다.

오늘이 그렇다.


어디가 아픈 것도 아닌데,

딱히 괜찮은 곳도 없다.

옷을 갈아입을 힘도 없고,

몸은 계속 땅으로만 가라앉는다.


그래서 오늘은, 그냥 쉬기로 했다.


좋아하는 음식을 미리 주문해 두고 퇴근을 기다린다.

평소 같았으면 ‘오늘은 뛰어야 할까 말까’

마음이 복잡했을 텐데, 오늘은 심플하다.


맛있게 먹고, 쉬자.


그렇게 결론을 내리니

하루의 끝이 꽤 다정하게 느껴진다.

사람 마음이란, 정말 티슈 한 장처럼 가볍구나 싶다.


운동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다.

옷만 갈아입고, 신발만 신어도 반은 성공이라는 말을 괜히 하는 게 아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말하고 싶다.

가끔은 쉬어가도 괜찮다고.

챌린지를 이어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쩌다 한 번은 멈춰서도 괜찮다고.


지금의 쉼은 멈춤이 아니다.

포기도 아니다.


이건 더 멀리 달리기 위한 준비다.

몸에게도, 마음에게도,

잠깐 숨 고를 틈을 주는 시간이다.


오늘 나는 그 준비를 택했다.

달리지 않았지만 멈춘 것은 아니다.

나는 여전히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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