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 에세이

21장. 지치고 느린 우리가 서로를 견인할 때.

by 오구TREE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은 내게 큰 에너지를 요구한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자리에 다녀오면 진이 빠진다.

밖에서 사람을 만나는 것 자체가 기빨림이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나는 전형적인 내향인이다.


그런 내가, 당근마켓에서 러닝 모임을 만들고 ‘모임장’이 되었다.

지금도 새로운 사람들이 하나둘 들어오고 있는, 아주 따끈따끈한 달리기 모임이다.

쉽게 내린 결정은 아니었다.


지난 2년은 몸도 마음도 지친 시간이었다.

공황장애 약을 복용했고, 난소에 생긴 혹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으며, 다낭성 난소 증후군 진단도 받았다.

그 사이 체중은 27kg이 늘었다. 아이 한 명쯤은 몸에 업고 다니는 셈이었다.


예전처럼 달릴 수 없었다.

러닝 클래스에선 조 편성조차 되지 않을 만큼 페이스가 떨어졌고, 함께 달릴 무리를 만들 수 없었다.

살이 붙고 몸이 무거워지자 숨은 쉽게 차올랐고, 무릎은 잦은 신호를 보냈다.

자연스럽게, 나는 점점 느려졌고, 그렇게 ‘슬로우 조깅’을 시작하게 되었다.


러닝 크루에 나가는 건 아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 속도를 따라갈 수 없다는 건, 민폐가 될 게 뻔했으니까.

‘나 같은 느림보도 함께할 수 있는 모임은 없을까?’ 찾아봤지만, 그런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래서 내가 만들기로 했다.


혼자 운동해도 괜찮을 수 있다.

하지만 살과 함께 따라온 건 게으름과 자신감 부족이었다.

‘나는 뛸 수 없을 거야’라는 생각과 ‘그냥 뛰기 싫다’는 마음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상태.

그 이중적인 마음을 끊어낼 수 있었던 건, 누군가와의 약속이 생기면 달라질지도 모른다는 희망이었다.

그 작은 희망 하나로, 모임을 만들었다.


처음엔 아무도 들어오지 않았다.

속상했다.

‘역시 이런 모임은 인기 없나 보다’ 싶었다.


그런데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자 사람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지금은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함께 달리는 모임이 되었다.


오늘도 새로 들어온 멤버와 나란히 발을 맞췄다.

조금만 뛰어도 숨이 찬다며 걷기를 반복했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자, 이제 한 번 더 뛰어볼까요?”

박수를 치며 그녀를 응원했고, 결국 그녀는 3km를 완주했다.


그 순간, 나는 누군가의 ‘돕는 이’로서 또 하나의 작은 성공을 맛보았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그녀가 말했다.

“이 모임, 잘됐으면 좋겠어요.”

“그랬으면 좋겠어요,” 나도 진심으로 화답했다.


이 모임이 잘 되어, 언젠가는 멤버들이 각자에게 맞는 러닝 크루를 찾아 떠나는 ‘매개’가 되면 좋겠다.

그렇게 누군가는 떠나고, 또 누군가는 새로 들어오고, 나는 그만큼 더 많은 에너지를 써야 하겠지만.


지금의 나처럼 느리고, 지쳐 있고, 시작이 두려운 사람들에게

달리기가 ‘가능한 일’이 되기를 바란다.

그런 모임이 되기를, 나는 오늘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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