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장. 결국엔 러닝
혼자 운동을 하다 보면 지나가는 사람들의 걸음걸이에 자꾸 눈이 간다. 가볍고 늘씬한 체형의 사람이 걷고 있는 걸 볼 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저 정도면 달리기도 잘할 텐데 왜 걷기만 할까?’ 반대로 체중이 많이 나가 보이는 사람이 천천히 걷고 있으면 또 다른 생각이 떠오른다. ‘걷는 것도 좋지만 뛰는 게 더 효과적일 텐데 왜 안 뛸까?’
누구를 보든, 결국엔 생각의 끝이 달리기로 귀결된다. 어느새 내 안에는 러닝 중심의 회로가 만들어져 버렸다.
지인이 수족냉증으로 고생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는 자연스럽게 내 경험을 꺼냈다. "저는 달리기로 수족냉증을 고쳤어요." 목 디스크로 고생하고 있다는 사람에게는 우리 엄마 이야기를 꺼냈다. "저희 어머니는 러닝을 시작하고 나서 디스크가 사라졌대요." 그 외에도 수많은 크고 작은 증상들을 달리기와 연결 지어 이야기하며 러닝을 권했다. 결국 대화는 늘 러닝으로 마무리된다.
달리기를 이야기할 땐, 내향적인 나조차 말이 많아진다. 내가 알고 있는 정보를 누군가에게 알려주고 싶어 입이 근질거리는 순간도 있다. 러닝에 관해서라면, 나는 설명하고 설득하고 싶은 마음이 앞선다.
10대 때부터 지금까지 계모임을 이어오고 있는 친구들이 있다. 우리가 나이 들어가며 자주 꺼내는 이야기 중 하나는 역시 ‘건강’이다. 살을 빼기 위해, 체력을 기르기 위해, 다양한 운동들이 이름을 바꿔가며 등장한다. 필라테스, 요가, 홈트, 수영, 복싱, PT... 친구들이 이것저것 경험담을 나누는 동안, 나는 어느 순간 또다시 러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결국엔 러닝. 나도 모르게, 다시 러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