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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숲 Jan 07. 2019

자발적 비정규직자, 나는 프리랜서다

살고 보니 프리랜서가 되어 있었다  

나는 7년차 프리랜서 작가다. 

주업은 방송작가. 부업은 사보 에디터. 간간이 청탁이 들어오면 홍보영상 시나리오도 쓴다.

오래 전에는 기사나 자서전을 대필하기도 했고, 어린이 그림책과 교재용 원고도 썼었다. 논문을 윤문하는 아르바이트도 했고, 취미 삼아 독립 잡지에 들어가는 기사를 쓴 적도 있다. 


안정적인 직업의 대명사 '공무원'이 희망 직업 1순위로 손꼽히는 시대. 

나도 한때는 안정적인 삶을 동경했었다. 넓은 사무실 한 켠, 파티션으로 둘러싸인 책상을 가져보고 싶었고 매년 조금씩 적금액을 늘려 차곡차곡 목돈도 모으고 싶었다. 퇴근 후 매일 같은 시간의 요가 수업을 들으며 규칙적인 생활을 해 보고 싶기도 했다. 

그러나 1년 넘게 회사 생활을 하는 동안 내 자신이 '규칙적인 것'보다는 '변칙적인 것'을, '안정적인 삶'보다는 '자유로운 삶'을, '꾸준'보다는 '즉흥'을 선호하는 사람임을 깨달았다. 

결국 나는 정규직의 울타리를 제 발로 박차고 나와 '자발적 비정규직자'가 되었다. 회사에서의 생활도 늘 평온하게 흘러간 것은 아니지만, 회사 밖에 나와 보니 보다 불규칙하고 유동적인 세상이 펼쳐졌다. 


그때 나는 단 한 가지 다짐을 했다. 

'글 팔 돈 벌(글 팔아 돈 벌기)'

무엇이 되든 간에, 내 전공이자 유일한 재주라 믿었던 '글쓰기'로 돈을 벌겠다고. 

그 다짐을 따라 걷고 걷다 보니 어느새 나는 방송 대본을 쓰고, 사보를 만드는 프리랜서가 되어 있었다. 

그러니까, 프리랜서의 삶은 내가 선택한 것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걷게 된 길이기도 했다. 


다양한 일을 접하고, 경험할 수 있는 프리랜서의 삶은 내가 어떤 글을 잘 쓰는지, 어떤 글을 쓰고 싶어하는지 잘 알게 해 주었다. 소설 쓰는 것을 전공했지만, 나는 새로운 이야기를 창작해서 쓰는 것보다는 내가 보고 겪은 이야기를 쓰는 것을 좋아하고, 나만의 감성이 담긴 짧은 글을 쓰는 것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또 팩트와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글이나 인터뷰 기사를 쓰는 것도 재미있어 하는 사람이었다. 

프리랜서로 살지 않았더라면 만나지 못했을, '나'의 또 다른 얼굴이었다. 


요즘 나는 일을 쉬고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상근으로 출퇴근 하던 방송 작가 일만 휴업 중이고, 매달 재택 근무로 하는 사보 작업과 의뢰가 들어올 때마다 하는 홍보영상 시나리오 작업은 그대로 하고 있다. 그래도 출퇴근을 하지 않고 집에만 있으니 주변 사람들은 내가 백수가 된 줄 안다. 자세히 설명해도 대부분 내 상황을 잘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나도 그냥 '나 요즘 백수야~'라고 말한다. 


백수 같아 보여도 알고 보면 백수는 아닌 사람.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백수가 될 수 있지만, 금세 백수가 아닐 수도 있는 사람. 

진짜 백수가 되더라도 완전한 백수는 아닌 사람. 


나는 자발적 비정규직자, 7년차 프리랜서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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