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버릇처럼 말하던 귀농 그리고 귀촌
나는 아주 예전처럼 꼭 서울에 살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을 하였다. 붐비고 복잡하고 숨 막히는 서울은 대학 시절과 회사를 다니던 시절로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대학교 때부터 집에 간다고 하면, 집에 내려가는 거냐 혹은 시골 언제가? 와 같은 질문이 굉장히 거슬려 서울이 아닌 곳도 충분히 사람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곳이라는 마음이 약간은 반항처럼 있는 것 아닐까 싶은 마음도 있다.
어릴 적 엄마를 따라 외갓집에 가던 기억이 났다. 엄마가 바쁘게 일을 하고 돌아와 나서면 밤이 되어서야 도착할 수 있었는데, 자동차 창 너머로 밤하늘 가득 별이 보여서 늘 신기했다. 아마도 외할머니 혹은 외할아버지의 제사였을 테니 가는 엄마의 마음이 마냥 좋지만은 않았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따라나서는 나는 철없이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외삼촌은 소도 키우셨는데, 혀가 콧구멍까지 들어가는 소들의 큰 눈을 보며 밥을 먹이는 것도 즐거운 일이었다. 그래서 늘 외갓집에 도착하면 소를 키우는 우사로 들어가는 게 첫 번째 일이었다. 그냥 그게 좋았다. 그래서인지 시골이 참 좋았다.
그렇다고 마냥 시골이 좋아 주의자는 아니었다. 시골 특유의 냄새, 신발과 바짓단에 잔뜩 묻는 흙, 칠흑같이 어두운 밤에 느낄 수 있는 두려움이나 벌레들. 내가 생각하는 시골은 편안함이나 정겨움, 즐거움도 있지만 며칠 정도 머물기 때문에 좋은 여행지 같은 느낌이 아닐까 싶은 마음도 있다. 동남아 어느 도시의 골목을 걸으며 이 곳에 내가 여행을 왔기 때문에 보기에도 좋은 것이지 산다고 하면 한 달을 버티지 못할 것 같은 기분 같은 것 말이다. 그럼에도 시골은 이주를 하고 살만한 가치가 있는 곳인지 꽤 오랜 시간 고민하고 있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의 주인공 김태리가 배고파서 집으로 돌아갔다는 장면을 보며 그 기분이 뭔지 알 것 같았다. 살아내는 그 시간이 허망하고 그런 느낌 말이다. 사람이 정신적으로 피폐해지면 먹어도 먹어도 허한 느낌이 드는 그런 시간. 직장에 다니고 일을 하면서 우리가 언제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을지, 이 일이 즐거운 일인지 이런 것들에 의문이 든다면 그리고 확신할 수 없다면 뭔가 달라져야 한다면, 그걸로 시골에 가는 이유가 충분하지 않을까 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흐릿한 귀농 혹은 귀촌에 대한 고민을 좀 더 해보게 되었다.
그래, 시골로 가자! 적어도 비타민D를 따로 챙겨 먹지 않아도 되는 삶을 살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