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봄날은간다 Aug 02. 2019

1. 시골에서 뭘 하고 살지?

하지 말라는 건 왜 이렇게들 많아? 

귀농과 귀촌에 대해서 아주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 건 작년부터이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프리랜서로 전향하며, 굳이 내가 경기도권에 살 필요가 있나 싶은 마음이었기 때문이다. 남편 역시 계속해서 정년까지 회사를 다닐 수 있는 입장이 아닌 덕분에 나의 시골살이 로망 같은 것을 어느 정도 공유할 수 있었다. 그러나 우리를 가장 망설이게 하는 질문이 있었다. 시골에 가서 뭘 하고 살지? 

일단 굉장히 모호한 시골살이를 좀 더 구체적으로 경험해보고 싶어 귀농귀촌 관련 교육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주로 귀농을 해서 소위 성공했다고 일컬어지는 사람들이 등장하고 그들의 썰을 풀어내기 바쁜 그런 교육들 말이다. 그리고 그런 교육이 대부분 아주 나이가 많이 든, 은퇴를 했거나 은퇴를 앞둔 사람들을 대상으로 했다는 것을 깨닫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성차별적인 발언뿐 아니라 이거 하지 마라 저거 하지 마라 등등 명절에 친하지도 않은 친척 어른이 와서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것과 다를 게 없는 느낌이었다. 어떤 강사는, 농업 관련 대학 교수를 하고 있던 사람인데 특수작물, 농장 운영 관련 사례를 듣고 싶어 온 사람들에게 그거 하면 이렇게 망한다. 저거 하면 이렇게 망한다고 핀잔만 놓다가 수강생들이 큰 소리로 컴플레인을 하기도 하였다. 젊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에서는 시골에는 젊은 사람이 없다. 어서 시골로 가서 시골의 모든 노역을 너네가 다 해라!라는 뉘앙스의 말을 하기도 했다. 텃세는 뭐 인터넷만 찾아봐도 혀를 내두를 정도이니 말 다했다 싶다. 


사실 시골에는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도 많지 않다. 일반 사무직 업무를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인데 농사를 짓거나 농장을 하거나 가축을 기르기 위해 땅을 사기에는 토지가 너무 비싸다. 요즘도 종종 시골의 일자리를 찾아보거나 부동산을 보면 숨 막히는 가격으로 초기 진입 허들 자체가 높다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나라에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정책들이 있기는 하지만 귀농귀촌 관련 교육을 최소 100시간 이상 들어야 하고 여러 가지 제한과 조건이 있고 또 될지 안 될지 정확히 알 수 없는, 그리고 귀농에 집중되어 있어 단순히 시골에 살며 자기 일을 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진입장벽이 높다는 걸 느끼게 되었다. 알면 알수록 시골살이라는 것 과연 할 수 있는 일인지 답답할 정도.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을 올인해서 투자해야 하는 상황까지 그리는 게 맞는 일인지 헷갈리기도 했다. 시골 사는 일도 돈 많아야 가능한 것인가!!


물론 어디서나 새롭게 시작해서 살아가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고 힘든 일이다. 특히 하던 일을 바꾸는 것은 더욱 힘이 들고 어려운 일이다. 차라리 은퇴를 하고 연금을 받으며 살아가는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이라면 그 어디서든 새롭게 무엇이든 시작할 수 있겠지만 우리는 은퇴를 할 만큼의 나이도, 맨 주먹으로 뛰어들어보자는 20대 청년도 아닌 애매한 시기이기도 하기 때문에 뭔가 결정하는 것이 더 어렵게 느껴지는 것 같기도 했다. 물론 요즘 20대도 맨주먹으로 뛰어들지는 않는 것 같다. 성공 사례들을 보면 대부분 아버지 어머니가 하시던 일을 물려받은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되어 씁쓸함이 더해지기도 했다. 


버섯 농사할까? 버섯은 덥지도 않고 춥지도 않을 거 아냐. 귀농하는 사람들이 제일 많이 하는 게 과수 그다음이 특용작물 버섯 같은 거래.. 아.. 이것도 안 되겠구나. 농사짓고 나면 어떻게 팔건대? 네이버 쇼핑? 그것도 이미 많은 사람들이 하고 있는 건데? 아, 그런가? 민박할까? 어디에 할 건데? 그러게. 사람들이 맨날 와? 집은 어떻게 살 건데? 그런가? 카페 할까? 카페 하면 돈 못 벌어. 먹고 살만큼은 하지 않을까? 의외로 그렇지도 않을걸? 사람들이 맨날 와? 글쎄. 벼농사 지을까? 밥만 먹고 살 거야? 과수원은? 힘들대. 농사 안 짓고 살 수 없나? 진짜 시골에서 뭐 하면서 살아야 되는 거지? 우리의 고민은 이렇게 매일매일 버리지 않은 택배 상자처럼 차곡차곡 쌓여나가고 있다. 

작가의 이전글 0. 시골에 갈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