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갖고 싶던 그 집에 대한 이야기
여보, 내가 인터넷에서 너무 좋은 집을 봤는데 진짜 이 집 너무 사고 싶지 않아?
일을 하다가 어찌어찌 들어간 한 사이트에서 너무나 갖고 싶은 집이 매물로 딱 나온 것을 보게 되었다. 한옥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지만 시골집을 리모델링해서 너무 예쁘게 가꾼 집. 게다가 게스트하우스까지 하고 있어서 어느 정도 소득도 보장이 되지 않을까 싶은 그런 집이었다. 무엇보다 집에서 한눈에 보이는 멋진 풍경까지! 정말 내가 찾던 그 집이었다. 요즘 내가 푹 빠진 지역의 바로 옆 지역이고 자연환경도 비슷하다는 게 엄청난 장점이었다.
인터넷에 찾아보니 그 게스트하우스에 대한 후기들도 은근히 보이고 집도 너무 예쁘고 포근해서 이 집이라면 너무 행복할 것만 같은 기분, 소개팅을 하지도 않았는데 상대방 사진만 보고 벌써 결혼 준비하는 것 같은 기분! 금사빠인 나는 이미 이 집주인이고, 이 집을 샀고 어떻게 이 집을 추가로 고칠지 너무나 구체적으로 이 집과 사랑에 빠져버렸다.
그러나 문제는 사이즈나 지역에 비해 턱없이 높은 가격이었다. 아직 우리 집 주방과 거실이 모 은행의 것인데, 또 대출을 받는 것은 무리가 있었다. 그렇다면 이 집을 전세를 주고 그 전세로 저 집을 사야 하는 건가? 라며 나름 상상의 나래를 펼쳤지만 남편은 아직 퇴사를 위한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 사실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시기가 있었기 때문에 너무 빨리 찾아온 그림 같은 집은 고민과 고민의 늪에 나를 풍덩 빠뜨렸다.
이 집의 가격이 과연 합당한가를 고려해보았다. 주인은 이 집의 가격과 리모델링을 했을 때의 비용을 고려하여 책정한 금액이라고는 했지만 지금 우리가 사는 아파트와 크게 다르지 않은 가격으로 시골의 집을 사는 것은 다소 무리가 아닌가. 그렇지만 이 집 너무 좋은데 금방 누군가가 사버리면 어쩌지라는 마음으로 이 집이 소개된 기사나 리뷰를 계속해서 찾아보았다. 너무 예쁘다 너무 잘 관리했네 진짜 이 집에서 누구나 살고 싶겠다. 나 혼자 마음이 종종거렸다.
비가 오면 이 집 처마에서 비가 송송송 떨어질 거고 그럼 나는 나무 마루에 앉아 비구름에 가려진 산을 바라보고 막 씻은 자두를 한 입 베어 물며 오늘은 비가 오니 아무것도 하지 말자고 이야기해야지. 가진 돈은 없지만 이 집은 사고 싶어.라는 마음으로 어떻게 이 집을 사야 하나 궁리를 하기 시작했다. 이번 주엔 로또를 꼭 사야겠다. 지난주에 안되었고 지지난주에도 안되었지만 이번 주는 또 모를 일이니까! 온 집안의 있는 돈 없는 돈을 다 끌어도 불가능한 일인가? 라면서 그 집의 모습이 아른아른거렸다. 심지어 밤에 잠을 잘 때에도 그 집이 아른아른 거려 한참을 고민하다가 잠에 들었다.
그러다 아침이 되어 그렇다면 이 집이 그동안 얼마에 거래가 되었는지 등기부등본을 떼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대법원 사이트로 들어가 집주소를 검색하니 8년 전쯤 지금 가격의 1/5 이하 가격으로 거래된 이 집은 가만히 아무것도 하지 않고 몇 천만 원이 오른 가격으로 5년 전쯤 지금 주인 손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지금 집주인이 산 가격에서 3배 정도의 가격으로 뻥튀기되어 부동산 시장에 등장한 것. 아무리 리모델링을 했어도 그렇지... 이 가격은 좀 터무니가 없는 것 같다는 생각으로 현타가 제대로 왔다. 10년도 되지 않은 시간에 몇 억이 붙는 집을 살 수는 없었다. 주변 환경은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는데 이 집만 가격이 이렇게 급등한 것은 납득하기 어려웠다. 순식간에 이 집에 대한 믿음, 신뢰, 사랑, 기대가 사라졌다.
게스트하우스 매출도 괜찮다는 이들의 설명도 다소 믿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증거는 어디에도 없었기 때문이다. 좀 더 찾아보니 이들은 집을 팔기 위해 매매시장에 내놓은 지 꽤 오래되었고 몇 달 동안 이 집이 팔리지 않았던 것. 아마도 나처럼 가격이 적합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었을 것이고, 잘 팔리지 않는 시골집 특성도 반영했으리라. 정말 근사하고 멋지고 합리적인 가격의 집이었다면 금방 팔렸겠지만 아닌 걸 보면 내가 사야 하는 물건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름 너무 설레었는데 등기부등본 한 장으로 그 기분이 싹 달아났다. 집 사서 내일 당장 시골로 내려갈 거 같던 내 마음오 어느새 차디찬 도시 여자의 마음이 되었다. 바보 같은 생각을 훌훌 털어준 대법원 등기소에 이 영광을 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