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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날은간다 Aug 04. 2019

3. 시골집에 대한 생각

현관문은 튼튼한가요? 화장실은 안에 있나요?

시골살이를 준비하며 가장 크게 바뀌는 것은 아마도 사는 공간이 아닐까 싶다. 나는 아주 어릴 적 1년 남짓 주택에 살았던 시간 외에 나머지의 시간을 대부분 여러 사람들이 함께 사는 아파트, 오피스텔, 원룸, 빌라에 살았다. 단단한 철로 된 현관문이 익숙하고 집에만 들어오면 모든 사람들로 단절되는 것이 익숙하다. 실내에 있는 화장실이 익숙하고 각 공간이 구분되어 있는, 벽에는 벽지가 있고 전기와 가스, 수도를 사용하는데 불편함이 없는 그런 공간. 방충망이 있어서 모기나 벌레 걱정 없는 곳. 그런데 시골에 가서 살아도 이런 것이 모두 가능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릴 적 할머니 집에 가면 정말 너무나 싫었던 것이 화장실이었다. 빠질 것 같은 깊은 구멍은 너무 끔찍했고 악취도 지옥 같았다. 늘 정리되어 있지 않고 뭔가 잔뜩 쌓여있던 창고. 닦아도 닦아도 깨끗해지지 않던 그런 시골집. 아마 지금 또 그런 집에 간다면 2박 3일이고 화장실을 안 갈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이다. 그래서인지 나는 시골집에 대한 편견 아닌 편견이 있다. 


물론 요즘 시골의 주택들이 다들 얼마나 잘되어있는데, 그런 소리를 하냐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물론이다. 시골에도 아주 좋은 집들이 많다. 시골에 집을 짓고 사는 사람들을 보면 구조도 예쁘고 집 주변 환경도 예쁘다. 넓은 마당에 고급스러운 건축 자재, 통유리로 보이는 멋진 풍경들... 누군가는 마당에 연못을 만들기도 하고 중정을 만들어 하늘의 빛을 가득 집안에 담는다. 그런데 이런 집들은 지은 지 얼마 되지 않는 신축 건물들의 이야기가 아닐까. 여전히 시골에는 오래되어 낡은 집이 많다. 

그리고 나름대로 안전하게 우리 집을 지켜주는 아파트 현관문을 무엇이 대체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담이 있는 집은 누구나 그 담 안으로 들어올 수 있는 것 아닐까? 시골집의 문이 아파트의 그것만큼이나 내 안전을 보장해 줄 수 있을까? 당연하게 생각한 안전에 대한 것도 물음표가 붙게 되는 느낌이었다. 심지어 담이 없는 집들도 있는데 말이다. 


시골에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내가 원하는 만큼의 깨끗함이나 편리함, 안전함을 누리며 살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네이버 부동산을 열심히 들여다보고 지역 부동산에서 운영하는 블로그나 유튜브를 보면서 집에 대해 구체화를 하면 할수록 사는 환경을 바꾼다는 것은 참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 정말 내가 시골에서 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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