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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률 Aug 14. 2023

내 마음대로 회계법인 사전

업계에서 쓰는 용어 중 참고할만한 것들을 모아봤습니다. 정확한 정의를 적은 것은 아니고 편하게 풀이해 놓은 것이니 이 브런치북을 읽거나 회계사 지인과 대화할 때 정도 참고하면 좋겠습니다. 감사 본부에 한정되어 있습니다.


어디서



회계법인: 변호사로 치면 로펌. 회계사도 다니고 회계사가 아닌 사람들도 다닌다. 보통 줄여서 회법, 법인이라고 한다.


빅펌 (Big firm): 대형법인. 빅4 (빅포). 삼일, 삼정, 안진, 한영으로 구성된다. 로펌으로 치면 김앤장, 태평양 같은 곳들. 삼일회계법인이 자타공인 1위. 해마다 새로 입사하는 학생들 사이에 각 법인에 대한 소문이 어떻게 도냐에 따라 인기 있는 법인이 달라진다.


로컬 (Local): 빅펌 4 곳을 제외한 중견/중소형 법인. 빅펌에 비해 크기가 작다 보니 인프라가 부족한 게 단점이고 그만큼 유연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어떻게 일하냐에 따라 돈을 많이 벌 수도, 돈은 덜 벌지만 놀면서 다닐 수도 있다. (현재 나는 후자에 해당) 


리딩펌 (Leading firm): 삼일회계법인. 규모와 매출 업계 1등. 연봉 인상이나 새로운 회계처리에 대해 삼일의 입장을 업계 기준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사용 예시) "역시 리딩펌은 다르네~"


법출: 법인 출근. 외근이 잦다 보니 회계법인 건물로 출근하는 게 당연한 일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그냥 출근한다고 하기보다 법인 출근이라고 특정해서 말한다.


필드 (Field): 거래처. 고객사 회계팀이 있는 본사 사무실, 공장 등. 감사 대상 회사일 수도 있고 용역사일 수도 있다.
사용 예시: 필드 출근, 필드 일정 (필드에 나가기로 약속된 일정, 작은 기말감사 필드는 보통 2~3일), 필드 철수 (필드 일정을 마친 후 회사 담당자에게 인사하고 짐 싸서 나오는 것), 필야 (필드 야근), 다음 필드, 필드 뛴다, 필드에서 말했는데, 필드 몇 개야?



누가


회계법인의 직급체계: 법인마다 명칭이 조금 다를 수 있지만 보통 아래 순서로 진급한다.

    스탭(staff) 또는 어쏘(associate)

    시니어(senior) 또는 시니어 어쏘(senior associate)

    매니저(manager)

    시니어매니저(senior manager)

    디렉터(director)

    파트너(partner)


뉴스탭 (New staff): 회계법인 1년 차. 수습회계사. 뉴스탭은 보통 회계사 뽕이 차서 어깨가 솟아 있는 사람, 새로운 환경과 실무에 압도당해 주눅 들어 있는 사람, 그냥 마냥 해맑은 사람, 첫인상부터 똘똘한 사람으로 나뉘는 것 같다.


인차지 (In-charge): 현장책임자. 다른 회사와 비교하면 팀장 직책으로 생각하면 된다. 예전엔 빅펌에서 3년 차여도 인차지를 했었는데, 요즘에는 인차지를 하는 연차가 점점 올라가는 추세이다. 작은 팀은 팀원이 없거나 한두 명이고, 큰 팀은 거래처 사업부마다 인차지가 한 명씩 있을 수도 있다.


디렉터 (Director): 이사, 매니저 등 관리자. 빅펌 기준 얼추 10년 차 이상부터 승진에 성공하면 이사가 된다. 법인 입장에서는 퇴사 가능성이 극히 낮은 훌륭한 일꾼. ('파트너 달아야지, 그 고생을 다 하고 이제 와서 나가진 않겠지.') 짬이 찬 만큼 똑똑하다. 평소에 대충 일하는 것 같은 이사님들도 필요할 땐 똑똑함을 발휘한다. 감사팀에서 인차지와 파트너 사이에서 사람, 스케줄, 비용, 이슈 등을 관리하는 관리자 역할을 한다.


파트너 (Partner): 상무 이상의 임원. 한 감사팀의 짱을 맡고 있다. 영업을 해서 거래처를 수임해 오기도 하고 한 감사보고서의 최종 책임을 진다. 이사님 못지않게 적극적으로 실무에 관여하는 스타일이 있는 반면 아무 관심 없는 스타일도 있다. 회계법인의 꽃은 파트너라는 말이 있다. 


품질관리실: 심리실이라고도 하고 줄여서 품관실이라고도 부른다. 감사팀의 업무를 검토하고 지식적인 부분을 도와주는 부서. 감사팀에서 놓친 이슈는 없는지, 감사 절차를 제대로 한 게 맞는지 본다. 그래서 감사보고서일 전에 품질관리실에 감사보고서와 감사조서를 제출해야 하고 품질관리실의 승인이 있어야 감사보고서 발행이 가능하다.


메가 클라: 메가 사이즈의 클라이언트. 삼성, LG, SK, 현대 같은 대형 상장사가 여기에 속한다. 감사 수수료가 비싸고 투입되는 인원과 시간이 많다. 



무엇을


재무제표: 회사의 장부. 대표적으로는 1) 회사가 현금, 대출, 부동산, 주식 등을 얼마씩 가지고 있는지 보여주는  재무상태표 2) 매출이 얼마이고 비용은 얼마가 나가고 주식은 얼마 이익이어서 결국 순이익이 얼마 났는지 보여주는 손익계산서 3) 들어가고 나간 현금이 얼마인지 보여주는 현금흐름표 (주식이 아무리 오르고 있어도 팔지 않으면 현금은 들어오지 않으니까)로 구성된다. 회사가 작성해야 하고 회계사가 하는 작업의 기본 토대가 되는 회사 자료.


기말감사: 연말 기준으로 회사들의 장부 (재무제표)가 맞게 작성되었는지 직접 발로 뛰면서 확인하는 작업. 엑셀로 단순 계산 검증이나 추세 분석도 하고 실제로 공장에 가서 재고를 세고 매장에 가서 현금을 세기도 한다. 이렇게 발로 뛰어 확인한 바를 회사 투자자들이 모두 볼 수 있게 감사인의 감사보고서로써 공시한다. 감사하러 간 회계사가 '감사인'이 된다. 겨울에 바쁘다고 하면 보통 "아, 연말정산 때문에~"라고 하시는데 연말정산이 아니라 회사 기말감사 때문이다.


팔로업: 다른 회사에서 쓰는 follow-up과 같은 의미로 사용한다. 필드 철수 후에 그 회사 관련해서 하는 일을 모두 팔로업이라고 하고 이를 위한 일정을 팔로업 일정이라고 한다. 팔로업 일정이 따로 없는 경우가 더 많고, 이럴 땐 알아서 야근을 하면 된다.
팔로업 예시) 필드에서 못 끝낸 일 하기, 필드에서 요청했던 자료 수령하기, 수령한 자료 검토하기, 조서 작성하기, 보고서 검토하기


어싸인(assign): 업무 할당. 회계사들에게 거래처를 배정하거나 한 거래 안에서 세부 업무를 나눠 주는 걸 어싸인한다고 한다. 할당받은 일을 어싸인이라고 하기도 한다. 할 일이 없는 날을 언어싸(언어싸인 줄임말, unassign)라고 한다.
사용 예시: 어싸인해서 줄게, 다음 주에 어싸인 몇 개야?, 이 일은 어싸인 누구야?


공시: 누구나 볼 수 있게 전체 공개 게시판 (전자공시시스템)에 각 회사가 로그인해서 각자의 주요 이벤트를 올린다. 감사보고서도 여기에 업로드되는 것. 회계사 입장에서는 감사보고서 예정 공시일에 맞춰서 업무를 진행한다.
사용 예시) 공시일 언제야? 공시했어? 공시 미뤄졌어… 공시를 벌써 했어?!



언제


시즌 (Season): 연말에 크고 작은 회사들이 동시에 기말감사를 받아야 하다 보니 필드도 열심히 뛰고 팔로업도 부지런히 해야 한다. 1월 초부터 3월 말까지가 (비지) 시즌이고, 모든 일이 겹치면서 제일 바쁜 때는 2월 초중순부터 3월 초중순이다.
사용 예시) 시즌을 뛴다, 시즌 언제 끝나


비시즌: 시즌을 제외한 기간. 옛날 옛적에는 비시즌에 출근을 안 하거나 출근을 하더라도 하루 종일 놀다가 퇴근하던 때가 있었다고 한다. 요즘에는 기말 감사 이외에도 감사인이 해야 하는 일이 늘어서 빅펌에는 따로 비시즌이 없다. 로컬에서는 시즌만 뛰게끔 계약하거나 연중에 용역을 따로 안 하면 비시즌이 생긴다.



어떻게


웨이브(waive), minor pass: 안 중요하니까 대충 넘긴다는 말. 감사 절차 중에 틀렸다 한들 아무 영향이 없을 정도로 중요하지 않은 금액이 있다. 그럴 때 웨이브한다, 또는 마이너 패스한다고 한다. 동기들과는 일상에서도 안 중요한 것에 대해서는 "몰라, 웨이브해~ 마이너 패스~"라고 활용한다.


조서: 내가 수행한 절차를 정리해 두는 문서. 감사인은 기준대로 적절한 절차를 모두 취했다는 증거를 남기기 위해 어떤 증빙을 확인했고 어떤 절차를 수행해서 결과가 어떻게 나왔는지 누가 봐도 이해할 수 있게 기록을 남겨야 한다.
전기 조서: 전년도에 전임자가 작성한 조서
사용 예시) 조서 언제 쓰지, 조서 닦아야 해 (나만 알아볼 수 있는 버전을 조서를 누가 봐도 이해할 수 있게 예쁘게 업그레이드시켜야 해), 조서 올렸어?


인터뷰: 회사에 질문하기. 감사 절차의 많은 부분이 일단 회사에 물어보는 걸로 시작한다. 담당자를 불러서 물어보는 걸 멋들어지게 '인터뷰'라고 하고, 인터뷰 대상은 대응해 주시는 회계팀 담당자부터 처음 뵙는 현업팀 (영업, 물류, 구매 등) 담당자님까지 다양하다.


완전성: 있어야 하는 게 제대로 다 있는지 여부. 감사 절차를 수행할 할 때 중점적으로 봐야 하는 포인트들이 있다. 채무에 대해서는 완전성이 중요하다. 회사가 사실 채무가 100원인데 장부에는 50원만 있다고 기록하면 안 된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직업병을 물으면 완전성 체크를 꼽고 싶다. 회계사라면 일상에서도 자잘한 금액까지 꼼꼼하게 계산을 해서 맞출 것 같지만 '웨이브'하면 되기 때문에 오히려 그건 덜하다. 대신 모임 정산을 할 때 먹은 메뉴를 누락 없이 포함시켰는지, 초대할 사람을 모두 초대한 게 맞는지 등 완전성은 확실히 확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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