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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률 Oct 27. 2024

맨날 술이야

사회 초년생 시절, 우울감을 해소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술이었다. 친구들과 어울릴 때면 밥을 먹든, 볼링을 치든 술이 함께하는 코스였기 때문에 다른 대안은 떠오르지 않았다. 술자리에서는 일에 대한 스트레스를 잠시나마 잊을 수 있었다. 다행히 성격도 잘 맞고 함께하는 시간이 즐거운 동기들이 많아서 평일, 주말 가릴 것 없이 마시며 스트레스를 풀 수 있었다.


애써서 들어간 회사이고 그 회사에서 하루 대부분을 보내고 있지만 즐거운 일은 없으니, 퇴근 후에라도 재미있는 일을 찾아야 했다. 하지만 그동안의 내 삶은 언제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과정이었어서 무언가를 목적 없이 즐기는 법을 몰랐다. 대학 시절 동아리 활동마저 자소서에 쓸 수 있는 것만 골라서 했던 터라 제대로 된 취미도 없었다.


이제 더 이상 무언가를 위해 노력하고 싶지 않았다. 노력 없이 즐길 수 있는 건 술자리뿐이었다. 노력해서 얻는 성취감 대신, 당장의 해방감이 필요했다.


처음에는 술자리의 즐거운 분위기가 마냥 좋았다. 소주 몇 병이 들어가면 동기들과 시시콜콜한 회사 이야기를 나누며 투덜대고, 서로의 고민을 나누며 웃고 떠들었다. 비슷한 메뉴에 별 것 아닌 이야기였지만 그 순간만큼은 현실을 잊을 수 있었다. 그 시간이 내 지루한 근무 시간을 모두 보상해 주는 것 같았다.


하지만 매번 비슷한 안주를 먹으며 늘 비슷한 농담을 하고 똑같은 노래를 부르는 술자리는 내 삶을 지속적으로 즐겁게 해주진 않았다. 즐거움은 다음날 아침이 되면 숙취만 남기고 사라졌고, 그만큼 현실은 더 따분하게 느껴졌다. 회사에선 다음 날 컨디션에 상관없이 일은 돌아갔고, 점점 내 일상이 벗어날 수 없는 틀에 갇혀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금요일 밤의 여파로 주말에 오후 늦게 일어나는 날이 많았다. 침대에 누워 숙취에 멍한 상태로 지금 내 생활을 돌아봤다. '나는 잘 지내고 싶은데, 지금 난 잘 지내고 있나?' 매일 술자리로 기분을 달래는 게 해답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근황


요즘엔 친구를 만나도 굳이 술을 마시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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