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무기력하고 답답한 기분을 풀고 싶었지만, 술자리를 제하고 나니 딱히 떠오르는 방법이 없었다. 솔직히 얘기하면, 독서나 운동 같은 정답이 있긴 했지만, 전혀 마음이 동하지 않았다. 돈 주는 곳에서도 열의가 없어 고민인데, 돈도 안 되는 데에 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고 하고 싶지가 않았다. 아직까지는.
그러다가 그냥 갑자기 숏컷을 했다. 인생에서 내 뜻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어서, 적어도 머리스타일은 내 마음대로 해야겠다는 작은 반항심이었다. 예전에도 스타일을 바꾸면 기분 전환이 되고, 새로운 자극을 받곤 했던 경험이 있어서 이번에도 뭔가 달라지기를 기대했다.
처음엔 만족스러웠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도 다르고, 회사 사람들이 "무슨 일 있어요?"라고 물을 때마다 나는 "그냥 하고 싶어서 했어요!"라고 대답하면서 내 삶의 주도권을 내가 쥐고 있다는 기분을 만끽했다. 머리카락을 잘라냈을 뿐인데, 그 짧은 순간만큼은 내가 나 자신을 완전히 통제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삶이 조금은 나아질 거라는 막연한 기대도 생겼다.
하지만 그 감정은 오래가지 않았다. 사람들은 나보다 더 빨리 내 새로운 스타일에 적응했고, 시간이 지날수록 나 역시 숏컷에 대한 특별한 느낌을 잃어갔다. 얼마 안 가서 나는 다시 무료하고 지루한 일상으로 돌아가 있었다. 머리를 자르기 전의 그 공허함과 무기력함이 여전히 나를 짓누르고 있었다.
숏컷에는 영어로 '지름길'이라는 뜻도 있다. 아마 나는 이 지친 상태를 해결할 수 있는 빠른 방법을 찾고 싶었던 것 같다. 하지만 노력 없이 결과만 바라서 그런가, 내면은 달라진 점이 없었다. 나는 이제 머리만 짧아진 번아웃 상태의 사람이 되었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