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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률 Oct 27. 2024

돈 주고 운동을 시작했다.

미용실에 돈을 내고 내 일상이 즐거워지길, 활력이 다시 생기길 바랐지만 실패했다. 임시방편으로 기분 전환만 잘하고 끝났다. 그래서 이번에는 단순히 돈을 쓰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조금 더 능동적으로 뭔가를 해보기로 했다. 돈도 내고 노력도 해야 하는 무언가를 시도하면 변화가 있지 않을까 해서 운동을 등록하기로 했다. 운동은 만병통치약이라는 말이 있으니까.


집 근처를 산책하다가 자세 교정에 성공한 "before & after" 광고 사진을 보게 됐다. 필라테스와 헬스를 함께 하는 곳이었는데, 1:1 수업만 들을 수 있다고 했다. 솔직히 이렇게 비싼 돈을 운동에 쓰는 게 아까웠지만 "before" 사진과 똑같은 내 몸이 "after" 사진처럼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나를 위해 과감히 투자해 보기로 했다.


당시 내 몸은 종이 인형처럼 흐물거리는 상태였다. 하루 종일 안 좋은 자세로 앉아서 일하다 보니 허리 통증이 심했고 그로 인해 두통도 자주 겪었다. 근력은 거의 없었고 운동을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어서 유튜브 영상만 보고 따라 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무엇보다, 집에서 혼자 운동할 의지가 전혀 없었다. 1:1 수업료는 사회초년생에게 부담스러웠지만, 병원비라고 치고 50회 수업을 등록했다.


운동 효과는 대단했다. 비싼 돈을 들인 덕분인지 선생님의 꼼꼼한 지도 덕분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운동을 꽤 진지하게 했다. 요가 매트에 퍼질러 누워 있는 시간보다 폼롤러를 가져와 스트레칭하는 시간이 점점 많아졌고, 선생님이 내준 숙제도 꼬박꼬박 해갔다. 사실 나는 시키는 건 제대로 하려는 'FM 인간'이라, 선생님이 하라는 대로 착실하게 따랐다.


그러면서 운동에 점점 빠져들었다. 처음엔 재활 운동 수준의 동작만 했었는데, 점점 고난도 동작을 배울 때마다 작은 성취감이 들었다. 허리 통증이 사라지고 바른 자세로 걸어 다니는 내 모습을 보면서, 스스로를 위해 애쓴 나 자신이 기특했다. 


하지만 번아웃을 해결하진 못했다. 적극적으로 임하기에 필라테스는 너무 힘든 운동이었다. 자연스럽게 50회 수업이 끝나자마자 나는 요가 매트 위에서 운동하기보다 누워 있는 시간이 다시 길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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