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 선생님이 부담 없이 조금이라도 하고 싶었던 걸 뭐든 해보라고 하셨을 때, 제일 먼저 떠오른 건 글쓰기였다. 거창하게 작가가 되고 싶은 건 아니었지만, 내 이야기를 재밌게 써낼 수 있는 사람은 되고 싶었다. 대학 입시 논술 수업이 아닌, 정말 내 얘기를 쓰는 수업을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오래전부터 있었다. 하지만 글쓰기 수업에 등록하는 것 자체가 나에겐 거창한 일처럼 느껴져서 시작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상담 선생님은 "글쓰기 수업, 꼭 해보세요!"라고 응원해 주셨다. 다만, 가기 싫으면 땡땡이치고 숙제가 하기 싫으면 그냥 빈손으로 가야 한다고 하셨다. 모범생으로 살아온 내게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선생님의 응원 덕분에 마음 편히 도전해 볼 수 있었다.
내가 등록한 수업은 100일 동안 글 100개를 쓰는 프로그램이었다. 매일 글 하나를 완성해서 온라인 카페에 올려야 했고, 2주에 한 번은 만나서 글쓰기 훈련을 받는 방식이었다. 글을 업로드하지 않아도 벌금은 없었고 잘 썼다고 상금이 있지도 않았다. 다만 서로 댓글을 달아줄 수 있고, 100일 완주를 하면 '수료증'을 받을 수 있었다. (말이 수료증이지 그냥 상장이었다.) 우연히도 100일이 끝나는 날이 새해 첫날, 1월 1일이었고 나는 그날 수료증을 받았다.
근황
100일 수업이 종료한 다음에도 매일 글을 쓰겠다는 다짐을 당연히 하였지만, 한동안은 일기도 한 달에 두어 개 쓸까 말까 했다. 비록 매일 글을 쓰진 않았지만,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은 여전해서 요즘에는 브런치에 종종 글을 올리며 지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