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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쓸모 Feb 20. 2024

크눌프 같은 사람

사랑스러운 방랑자

 최근 책 한 권을 통해 매력적인 인물을 알게 되었다. 평소 작가 헤르만 헤세 작가를 좋아하고 최근에도 읽었던 책도 다시 읽고 있을 정도로 좋아하고 닮고 싶은 작가이다. 헤세가 추구했던 삶의 방식을 완전히 닮고 싶은 것은 아니지만 그의 삶의 여정으로 볼 수 있는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삶의 방식은 나의 내면에도 꿈틀 거리는 것은 분명하다. 헤세는 안정적인 삶을 누렸음에도 불구하고 자유롭게 살기를 꿈꾸었는데 그 삶을 선택하지 않았다. 그렇게 꿈꾼 삶을 크눌프라는 인물로 대신 만족했던 것 같다.


 크눌프는 자유로우면서도 복잡하면서도 유랑한 생활 방식을 살았다. 독일 시골을 가로지르며 성찰과 사색의 흔적을 남긴다. 그런 크눌프라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궁금해졌다. 그런 크눌프라는 인물을 탐구해 보기로 했다.


 크눌프는 사회적인 규범과 물질적인 소유물에 얽매이지 않고 평온한 방랑자로 보일 수 있다. 음식과 쉼터에 대한 지인의 관대함에 의존하여 도시에서 어디론가 자유롭게 떠돌아다닌다. 크눌프가 특정 장소, 사람에 자신을 얽매이는 것을 거부한 것은 생활 방식을 볼 수 있었고 어떠한 관계, 규범, 장소에 구애받지 않았다. 그렇다고 반항적인 인물은 아니었다. 밝은 성품과 여러 가지 재주로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해주는 데서 만족을 느끼는 크눌프는 어딜 가나 사랑받고 환영을 받았다.


 그러나 크눌프의 상냥한 성품과 외관 이면에 더 깊은 복잡성도 있다. 그는 실존적인 질문과 외로움에 대해 고민하며 더 깊은 연결과 의미에 대한 깊은 갈망도 지닌 인물이다. 고독을 좋아하지만 동료애와 진정한 인간관계도 갈망했다.


 크눌프라는 인물을 좀 더 탐구해 보면서 그는 인간의 상태를 반영하는 거울의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존재의 본질과 행복의 추구에 대해 성찰하도록 유도한다. 다양한 등장인물과의 상호작용과 철학적 사색을 통해 크눌프는 삶의 의미와 인간관계의 중요성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크눌프는 인간 존재의 일시적인 본질과 세속적인 애착의 무상함 그리고 진정한 삶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다.


 크눌프가 머무르는 곳에서는 잠시 즐겁고 따뜻한 기운이 감돈다. 그것은 단지 아첨하고 분위기를 맞추는데 능해서가 아니라, 그가 다른 사람들의 필요를 알아채고 진정성 있게 대하기도 한다. 그는 자신의 결핍을 숨기지 않으며, 필요하다고 여겨지면 자신의 약점까지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그렇게 해서 상대방까지도 마음을 열고 이야기하게 만드는 크눌프는 심리상담 전문가 같기도 한 인물이다.

 또한 그는 일쌍 속의 예술가이다. 섬세한 시선으로 흘러가는 구름과 바람, 꽃과 나무, 하늘과 해, 시골길과 불꽃놀이의 아름다움을 관찰하고 그것들을 사랑한다.


 크눌프는 숲 속의 길을 자유로이 걷듯이 도심 속을 유유히 걸으며 다양한 직업인들과 교류하고 그들의 삶을 항상 진지하게 관심을 가지고 지켜본다.

 하지만 크눌프의 밝고 여유로운 예술가적 삶 뒤에는 건강을 해칠 정도의 가난과 철저한 고독이 숨어 있었다. 그 어두운 뒷면까지 드러내는 것 또한 크눌프라는 인물의 특징이다.


 크눌프와 같은 삶의 궁극적 목적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사랑스러운 방랑자이면서도 수수께끼와 같은 인물을 통해 평생 계속될 수 있는 내적인 방랑은 누구에게나 존재할 수 있다. 크눌프처럼 자신만의 개성을 받아들이면서도 자신의 약점까지도 솔직한 사람이 인간관계 안에서도 구애받지 않으면서도 사랑받는 존재라고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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