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금과 함께 세계로, 95일간의 아프리카 여행
숙소에서 아침을 먹고 오늘은 시내를 걸어보기로 한다. 일주일을 케이프 타운에 머물면서 시티 투어 버스를 타고 돌아다녔지만 그냥 걸어 다니는 것은 처음인 것 같다.
처음으로 찾아간 곳은 케이프 타운에서 이름난 보카 마을이다. 원래 말레이 사람들의 마을인데 그들이 마을을 아름답게 색칠을 하여 유명한 곳이다.
영국인들이 아프리카를 식민지로 삼고 부족한 노동력을 또 다른 식민지인 인도와 말레이 사람 등 동양인을 노동자로 데려와 일을 시키고는 제대로 대접을 해주지 않았다가 인종 차별 정책이 완화되어 말레이인들이 자축하여 자기들의 거주지를 단장하면서 이런 마을이 형성되었다고 하니 조금은 씁쓸하다.
그런 마을 혼자 돌아보고 다시 이곳의 유명지인 시그널 힐을 찾아 올라가는데 흑인이 다가오며 여기는 혼자 다니는 것이 아니라며 가이드가 필요하단다. 나는 가이드가 필요 없다며 그냥 올라가려는데 아니란다. 갈 수가 없단다.
정말 황당하다. 강도나 그런 것은 아닌데 아마도 사기를 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고 무작정 따라갈 수도 없다. 산에 올라가다 무슨 짖을 할지도 모르고 그냥 피해 다시 시내로 돌아온다.
시내로 돌아와 거리를 걷다가 버스 터미널과 기차역이 있는 곳을 찾아간다. 이제 케이프 타운을 떠나 다른 곳으로 가야 되는데 어디로 갈까 고민이다. 일단은 터미널과 기차역으로 가서 다음의 행선지를 알아보고자 한다.
기차 시간도 알아보려는데 제대로 알 수가 없고 물어볼 사람도 없다. 버스도 혼자 타고 다니기에는 무척 힘들 것 같다. 기차역에서 버스터미널은 바로 인근에 있는데 거기를 가다 보니 정말 큰 시장이 있다.
기차역 옥상으로 이어지는 곳인데 흑인들의 노점상과 간이 시장들이 어마어마하게 큰 시장인데 백인들이나 동양인은 나 혼자 뿐이고 모두들 흑인들인데 간이음식점을 포함하여 그들의 미용실과 옷가게와 싸구려 전자제품 가게들이다.
케이프 타운은 도시는 정말 깨끗하고 정돈이 잘 되어 있는 것 같았는데 조금 골목으로 들어가거나 흑인들만 있는 곳은 무질서도 그런 무질서가 없다. 오물과 배설물로 고약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기차나 일반 버스로 이동하는 것은 포기를 하고 다시 시내를 걸어 나간다. 스마트 폰의 관광 어플로 이곳의 유명지인 캐슬 오브 굿 호프를 찾아간다. 케이프 타운의 중심에 있는 성으로 성곽과 박물관이 있는 곳이다.
시내를 걸어 다니려면 수많은 사람들 특히 걸인들을 만나게 되는데 그들을 피해 다니는 것이 무척이나 큰 고역 중에 고역이다. 하지만 이런 돈을 내고 들어오는 관광지에는 그런 사람들이 없어 조금은 홀가분하기도 하다.
캐슬을 걸으며 마음 놓고 시내를 감상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구름에 싸인 테이블 마운틴을 보다 보면 가끔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다시 모습을 감추는 것이 꼭 숨바꼭질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렇게 혼자 성을 둘러보고 또 박물관도 둘러보고 다시 발걸음을 돌려 워터 프런트를 향해 걸어간다. 트럭킹이 끝나고 혼자 여행을 시작한 지 이제 일주일이 지나고 있는데 동행할 사람을 만나지 못해 이제는 포기를 하고 혼자 여행할 궁리를 해야 될 것 같다.
내가 묵고 있는 숙소에서 한국인을 몇 명 만났지만 모두 일정이 맞지 않고 같은 방에 있는 외국인들도 여기에 장기적으로 머무는 사람으로 여행과는 거리가 있는 사람들이다.
같이 방을 쓰는 사람들이 많이 왔다 갔다 했는데 처음 들어올 때부터 같이 지내는 나이 든 백인 남자가 있었는데 나와 나이가 거의 비슷했다. 나는 매일 일찍 나갔다가 저녁에 들어오고 이 친구는 낮에는 거의 방에 있다가 밤에 들어오는데 거의 말이 없다.
어제는 내가 일찍 들어와 휴게실에서 같이 만났다. 휴게실 옆에는 바가 있어 대부분의 사람들은 바에서 생맥주를 마시거나 칵테일을 마시는데 그 친구는 가방에서 맥주캔을 꺼내 마시는 것이다. 바에서 마시는 맥주가 비싸기에 마트에서 사 와 마시는 것이다.
매일 눈인사만 하다가 정식으로 인사를 했다. 나는 두 달 넘게 아프리카를 여행하다 이제 다시 여행을 떠날 것이라고 이야기를 하니 자기는 여행을 온 것이 아니고 한 달 전에 아들이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에 있는데 아직 깨어나지 못하고 있단다.
하루에 두 번 면회를 할 수 있는데 아들을 보기 위해 이러고 있단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마음이 메어진다. 무어라 위로의 말을 할 수가 없다.
나는 여행을 떠나 왔는데 그 친구는 사경을 헤매고 있는 아들을 보며 무엇하나 해 줄 수 없는 안타까움을 안고 있다는데 내가 몸 둘 바를 모르겠다.
그 친구 때문이라도 이제 케이프 타운을 떠나야겠다는 생각이다. 엊그제 여행사를 찾아가 케이프 타운에서 요하네스버그로 가는 투어가 있는지 알아봐 달라고 했는데 오늘 찾아가 보니 나와 상담했던 사람은 없고 지금은 투어가 별로 없다고 한다.
성을 나와 다시 걸어서 워터프런트로 가 본다. 길을 걸어가 보는 거리가 며칠 전 시티 투어를 할 때 버스를 타고 다녔던 길이라 낯설지가 않다.
관광객들은 차를 타고 이동하기에 길을 걷는 사람들은 많지가 않다. 차들만 많이 다니고 그러다 보니 구걸하는 사람들만 있는 것 같다.
바다와 접하고 있어 이곳의 날씨도 변화무쌍하기도 하다. 아침에 돌아다닐 때는 비가 와서 돌아다니다 숙소에 머물다 다시 비가 멎어 다시 길을 걸었는데 구름이 잔뜩 끼어 멀리 테이블 마운틴이 보이지 않다가 다시 날이 걷혀 테이블 마운틴이 다시 모습을 드러낸다.
워터 프런트를 혼자 걸어 다니며 시간을 보낸다. 보통의 여행객들은 이곳에서 이틀이나 사흘을 지내고 다른 곳으로 이동을 하는데 나는 이곳에서 일주일을 보내고 있으니 오래 머무는 것이다.
워터 프런트를 돌아보는 것으로 하루를 마감하고 다시 숙소로 돌아온다. 일찍 숙소에 돌아와 다음 여행지를 숙소에 있는 여행사와 문의하기 위해서이다.
일단은 케이프 타운을 떠나기로 하고 어디를 갈 것인가를 물어보는데 일반 버스나 기차로 가는 것은 혼자 가는 것이 위험하니 투어를 물어보는데 나에게 맞는 교통수단이 있다고 한다.
케이프 타운에서 오하네스버그까지 차가 운행되는데 중간에 얼마든지 타고 내릴 수 있단다. 즉 Buz Bus라는 것인데 우리 돈 약 40만 원을 주면 케이프 타운에서 요하네스 버그까지의 교통비는 해결되는 것이다.
그리고 도시 간의 숙소에서 숙소까지 태워다 주니 혼자 터미널에서 숙소까지 가는데 따른 위험을 줄일 수 있으니 정말 안전하다.
남미에서도 볼리비아 호프라는 버스가 있어 이런 시스템으로 움직이는데 남아공에도 그런 것이 있으니 정말 좋다. 하지만 매일 출발하는 것이 아니니 잘 따져 봐야 된다.
다행히 내일 출발하는 것이 있어 인터넷을 통해 예약을 한다. 이제 이곳 케이프 타운을 떠나 어제 다녀왔던 프랑슈 훅 인근의 스텔렌보스로 가기로 한다.
그렇게 케이프 타운에서의 마지막 밤이 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