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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명환 Jan 03. 2019

시카고에서 뉴욕을 지나 워싱턴으로

기차로 대륙을 누비다.

  15년 만에 미국의 시카고에 왔다.  1996년도 IMF사태가 나기 직전 안식년 휴가 5일과 제헌절, 5일의 체력단련 휴가를 합해 보름간 이곳을 여행했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출장이 아닌 일로 더군다나 안식년 휴가를 내어 미국을 여행한다는 것을 상상도 하기 어려운 시기에 여행을 했으니 간이 배 밖에 나와 있다는 선배들의 이야기가 틀린 말은 아니었다.


 

뉴욕의 타임스퀘어 등의 거리의 모습


  그때는 시간이 없어 제일 빠른 것만을 택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번에는 시간만 여유가 있어 돈을 절약하는 방법으로 여행을 하려니 기차로 여행하는 방법을 택해 본다.  여행에 있어 시간이 없으면 돈으로 해결하고 시간이 많으면 조금 돌아가도 저렴한 것을 택해도 나쁘지 않다.  특히 대륙을 여행하는 경우에는 기차나 버스를 타고 느긋하게 여행하는 것이 오히려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시카고 역에 나가 암트랙 패스 30일짜리를 끊는다.  유레일패스는 날짜를 정해 놓으면 그 그간 동안에는 무제한으로 기차를 이용할 수 있는데 반해 암트랙 패스는 15일짜리는 8구간을, 30일짜리는 12구간을 이용할 수 있다.  구간이란 한번 기차를 타서 내리는 것으로 시카고에서 시애틀까지 약 55시간을 타는 것도 한 구간으로 치고 시카고에서 밀워키까지 가는 것도 한 구간이다.



시티투어 버스를 타고 시내를... 비가 많이 와서 고생... 


  이번 코스는 시카고에서 뉴욕으로 갔다가 거기서 사흘을 지내고 워싱턴으로 가서 다시 시카고로 돌아오는 길을 택했다.  이번 여행에서는 3구간을 사용하게 된다.  시카고에서 뉴욕까지  1구간, 뉴욕과 워싱턴 1구간, 그리고 돌아오는 길은 워싱턴에서 시카고다.  




  기차표를 예매를 해 놓았고 시간이 남아 시카고 시내를 돌아다녀 본다.  15년 전에도 시내를 엄청 돌아다녔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이다.  그때는 시카고에만 오래 있다가 동서의 차를 몰고 미국 대륙을 4 ~ 5일에 걸쳐 정처 없이 돌아다닐 생각으로 나왔는데 고속도로에 올라가자 그 뒤로는 아내가 불안해하며 말을 하지 않아 그냥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말도 잘 통하지 않고 운전도 서툴고 지리도 잘 모르면서 차를 몰고 어디를 다닐 거냐며 그렇게 반대를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알고 보면 그때도 미국의 도로에 이정표와 지도가 잘 되어 있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지금에야 내비게이션으로 안내를 받아 운전을 하지만.

    

  차를 몰고 고속도로에 진입하여 약 4시간 정도를 달려도 아내의 반응이 너무 싸늘해 휴게소에서 기름을 넣고 점심을 먹으며 지도를 보고 빠져나와 다시 집으로 돌아왔는데 길을 잃거나 헤매지 않았다.  약 8시간의 드라이브였었다.



뉴욕의 모습과 자유여신상


  그때 차를 몰고 여행도 하지 못하게 하고 시카고에서만 머무는 것이 너무 아까워 비행기 표를 바꿔 샌프란시스코를 통해 돌아오는 코스를 택해 그나마 위안으로 삼았었다.

     

  드디어 기차를 타고 출발한다.  시카고에서 뉴욕까지는 약 20시간이 걸린다.  꼬박 하루 동안 기차에서 머물게 된다.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어떻게 기차 안에서 하루를 머무느냐고...  하지만 얼마나 낭만적인가?  앉아서 광활하고 웅장한 미 대륙을 볼 수 있으니까.   

  

  기차를 타고 가다 보면 다양한 풍경이 오고 간다.  그리고 그들이 삶이 보인다.  기차 여행을 하면서 느껴지는 것은 세계화의 그늘이 도처에서 보인다는 것이다.  싼 임금을 찾아 공장들은 제3세계로 떠나고 허물어진 공장과 거기에 기대어 살던 노동자들은 부랑자가 되어 떠도는 모습을.  특히 기찻길가의 모습이 더욱 그렇다.  

   

  광활한 대지를 질주하여 20여 시간 만에 뉴욕에 도착한다.  뉴욕에서는 사흘간 머물 예정이다.



뉴욕 샌트럴 파크의 개나리가 우리나라의 것과 같아요.


  뉴욕에서의 숙소는 시내 중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의 한인 숙소로 정했다.  한인 숙소로 정한 이유는 주인도 함께 있어 여행 정보도 알아보고 도움을 얻으려 했으나 아파트를 개조하여 숙소로 제공하고 관리는 아르바이트 학생이 하고 있어 공부하기에 바쁜 학생에게 이것저것 물어보기도 난감하였다.

     

  숙소에 짐을 풀어놓고 타임스퀘어로 나와 본다.  세계에서 제일 번화가로 명성이 자자하기에 찾아간 곳, 기대에 어긋나지 않았다.  휘황찬란한 레온 사인과 화려한 거리의 모습에서 세계 제일의 도시 모습을 본다.

    

  타임스퀘어를 중심으로 걷고 또 걸어본다.  한참을 돌아다니다 비를 맞나 혼비백산을 하고 너무 추워 아무 음식점이나 들어가 따뜻한 국물이 먹고 싶다 하여 비싼 이태리 수프를 시켰다가 입맛이 맞지 않아 거의 먹지 못하기도 하고 여러 시행착오를 겪어 가며 고생을 했던 기억이 새롭다.  당시에는 정말 황당하고 안타까웠는데 지금 생각하니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군함에 실린 해군 전투기.


  맨해튼 거리를 걷다 이틀간은 버스로 시티투어를 하기로 한다.  이틀간 시내에서 투어버스를 자유로 이용하고 자유여신상이 있는 리버티 섬을 오가는 배와 하루 저녁 야간에 브루클린에서 시내의 야경을 감상하는 프로그램이다.     


  투어버스를 타고 시내를 돌아다닐 때는 정말 비가 많이 오고 바람도 세차게 불어 투어 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그래도 언제 다시 뉴욕에 올 수 있을까 하여 부지런히 돌아다녔다.

     

  그러다 자유여신상이 있는 리버티 섬으로 가는 배에서는 비가 멎어 다행이었다.  그러나 바람은 차갑게 불어 돌아다니는 데 조금은 어려웠다.    

 

 리버티 섬을 둘러보고 다시 시티투어 버스를 타고 도착한 곳은 뉴욕의 센트럴 파크.  도시의 한 복판에 조성된 공원을 산책해 본다.  날씨가 추워 사람들이 별로 다니지 않는 공원이지만 이제 막 피기 시작한 개나리가 우리를 반겨 준다.




  센트럴 파크를 둘러보다 다리가 아플 때쯤 다시 버스를 타는 곳으로 나와 버스를 타고 앉아 시내를 감상해 본다.  아직은 성수기가 아니어서 인지 많은 사람들이 타지 않아 한산하다.  이런 날씨에는 더더군다나 추운 버스를 타기도 어렵겠다.    

 

  밤에는 야간 투어버스를 타고 다리를 건너 맨해튼의 반대편 브루클린으로 가서 맨해튼의 야경을 감상한다.  아쉽게도 야간에 찍은 사진이 없다.  

   

  이제 사흘간의 뉴욕 여행을 마치고 내일은 다시 워싱턴으로 가야 한다.  저녁에 숙소에 들어오니 한국 학생들이 여행을 와 있었다.  우리보다 일찍 들어왔는데 아르바이트하는 학생이  아침에 토스트나 라면만 주었는데 우리가 오니 볶음밥을 해 준다며 나이 든 사람이 오니 차별 대우를 해 준다며 핀잔 아닌 핀잔을 하고 우리 때문에 볶음밥을 먹어 고맙단다.  

   

  새벽에 일어나 뉴욕 시내를 산책한다.  맨해튼 거리에서 국제연합 본부가 있는 곳으로 방향을 잡아 걸어간다.  사람들의 왕래가 드문 새벽길을 걸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혼자 가는 길이기에 조금은 위험하지만 되도록이면 여행객이란 표가 나지 않도록 운동을 하는 현지인처럼 행동하려 한다.

    

  다시 새로운 여행지를 향해 출발한다.  세계의 수도인 뉴욕에서 이제는 미국의 수도인 워싱턴으로 간다. 

    

  뉴욕에서 워싱턴으로 기차로 약 4시간이 걸린다.  기차를 타고 오면서 기찻길 옆의 공장 지대나 주택가들이 폐허가 되어 있는 모습들이 눈에 띄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봄이 오는 워싱턴 거리의 모습


  워싱턴에서는 닷새간 머물 계획을 하고 유니언 스테이션에서 그리 멀리 않은 곳에 숙소를 잡는다.  워싱턴의 관광 코스는 유니언 스테이션에서 거의 걸어서 다닐 수 있는 거리에 있다.  워싱턴은 뉴욕보다 조금 남쪽에 있다고 목련이나 벚꽃들이 만개했고 날씨도 따뜻하다.




  숙소에 짐을 풀어놓고 시내로 나와 본다.  하기야 짐이라고 해야 세면도구와 여벌의 옷이 전부다.  뉴욕과 워싱턴만 돌아보는 여정이라 많은 짐도 필요치 않았다.




  날씨는 조금 쌀쌀하였으나 이제 벚꽃이 피고 봄이 다가오는 소리가 들린다.  방향을 백악관을 향해 걸어가는 길 아름답게 조성된 길과 꽃과 나무들이 올 때 보았던 기찻길 옆의 황량함과 대조를 이루는 듯하다.




  백악관 앞은 많은 사람들이 모여든다.  백악관은 하나의 관광코스가 된 것 같다. 백악관을 둘러보고 다시 시내로 나선다.  워싱턴은 자연 발생된 도시가 아니라 설계에 의해 건설된 도시로 도로나 건물들이 반듯반듯하게 지어지고 닦여 있다.   




  닷새를 머물기로 하였으니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이리저리 돌아다녀 본다.  워싱턴 기념탑은 시내 어디에서든지 보여 돌아다니다 탑의 위치를 보고 방향을 잡기도 한다.  지금이야 스마트폰의 지도 어플을 켜면 내가 있는 위치가 정확하게 표시되지만 그때는 그렇지 않았던 것 같았다.   




  하루를 어떻게 돌아다녔는지 모르겠다.  다음 날은 포토맥 강가에 흐드러지게 핀 벚꽃 구경을 나와 본다.  일본에서 선물한 나무로 이제는 봄이 되면 벚꽃 축제를 하고 세계인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단다.   

  

  수많은 사람들이 포토맥 강가의 벚꽃을 보러 나왔다.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서로의 다양한 취미대로 벚꽃을 감상하고 즐긴다.  우리는 벚꽃과 함께 사람들을 보는 것을 즐겨본다.   포토맥 강가를 따라 계속 걷다 보면 링컨 기념관을 비롯하여 많은 기념관을 지나고 야외에 조성된 전쟁기념관이 보인다. 



포토맥 강변의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돌아다니다 보면 한인 마트도 보이는데 새벽에 문을 열고 일찍 문을 닫는단다.  식당들도 새벽에 문을 열었다가 오전에 문을 닫는다고 한다.  아마 시장이 새벽에 여는 도매시장이라서 그런가 보다.




벚꽃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도시는 국회의사당과 행정 부처들이 있는 도심과 인근의 주택가들이 구분되는데 아담하고 멋진 주택들이 줄지어 있는 곳도 아름답게 잘 꾸며져 있다.  




한국 참전 용사들의 모습.  태극기와 성조기가 같이...


  어제는 포토맥 강을 중심으로 돌아다녔는데 이번에는 박물관을 찾아 나서본다.  스미스소니언 뮤지엄에서는 한국전시관이 반갑게 맞아 준다.  이런 것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을 느껴보기도 한다.

     

  걷기에 지쳐 갈 때쯤 수륙 양용 관광버스에 몸을 싣는다.  이 버스는 일명 오리 버스라 칭하며 가이드가 꽥 꽥 소리치며 익살을 떤다.  시내의 유명한 곳을 돌고 그러다 포토맥 강으로 향해 유람선처럼 포토맥 강을 돌아 다시 시내로 돌아오는 코스다.  






  어떻게 지나갔는지 워싱턴에서 5일이 지나갔다.  많은 곳을 돌아다니기도 하고 구경도 하고 이곳저곳 많이도 돌아다녔다.  그렇게 워싱턴에서의 여행을 마치고 다시 시카고로 돌아간다.  워싱턴에서 시카고까지는 기차로 18시간이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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