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금과 함께 세계로, 지구 한 바퀴 알래스카 크루즈
케치칸에서 저녁에 출발하여 아침에 후나에 도착한다. 오늘도 날씨는 사흘을 굶긴 시에미 상을 하고 있다. 날씨도 쌀쌀하고 구름이 짙게 드리워져 마음도 착 가라앉는다.
크루즈가 항구에 도착하자 고래를 보기 위해 관광객을 태우고 갈 유람선이 대기하고 있다. 관광객들이 빠져나가고 우리도 크루즈에서 내려 후나 시내를 둘러보기 위해 길을 나선다.
크루즈에서 내리자 우리를 맞이 하는 것은 페리 터미널이다. 연어가공공장 전시장과 기념품 가게 등을 지나 후나 시내를 향해 걸어간다. 선착장에서 시내까지 수시로 버스가 운행되는데 우리는 걸어가기로 한다. 지도상으로 보면 약 2킬로 정도니 부담이 없다.
아무 생각도 없이 어디를 꼭 찾아가야 할 목적도 없이 그저 길이 나 있는 곳으로 시내를 향해 걸어간다. 멀리 바다에서도 가끔 고래가 물을 뿜는 모습이 보이기도 하고 길가의 높은 곳에는 흰머리 독수리가 바다를 응시하며 먹잇감을 노리고 있다.
그렇게 얼마를 걸었을까 후나 시내가 나타난다. 아주 조그만 어촌 마을 같기도 한데 사람들의 별로 보이지 않는다. 길을 것 보니 어부의 딸이라는 카페에는 사람들이 조금 있다. 아마 생선 요리를 파는 식당 같기도 하다.
그렇게 조그만 시골 도시를 한참을 걸어본다. 원주민이 살고 있는 집을 지나치는데 그리 부유하지 않은 것 같다. 가구들이나 가전제품이 정말 오래되어도 너무 오래된 것들이다.
후나 시내를 지나 길을 따라 한참을 걸어간다. 크루즈가 떠날 시간은 아직 많이 남아 있으니 한 시간 정도 걸어갔다가 다시 돌아오면 될 것 같아 작정을 하고 걸어가는데 지나는 차가 멈춘다. 이곳에는 야생 곰들이 있어 걸어 다니는 것은 위험하다며 주의를 준다.
정말 인적이 드물고 조금 무서운 생각이 들긴 들었는데 원주민으로부터 곰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니 더 무서운 생각이 들어가던 길을 되돌아 시내로 돌아온다.
시내를 다시 돌아 크루즈를 향해 가는 길 바다에서 고래가 보인다. 멀리 물이 뿜어져 올라오고 검은 물체가 움직인다. 고래가 움직이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고래를 보기 위해 유람선을 타고 떠났는데 우리는 여기서 고래를 보고 있다니 우리가 행운을 잡은 것 같다.
그리고 크루즈가 있는 항구로 돌아온다. 다시 크루즈로 돌아가려니 시간이 많이 남아있다. 크루즈가 정박된 해안가 쪽으로 자갈로 뒤덮인 해안이 이어져 있다. 해안을 따라 걸어가 본다.
해안을 따라 한참을 걸어가다 보니 해안과 연결된 삼림의 산책로가 보인다. 산책로를 따라 하염없이 걸어가 본다. 여기에서도 곰이 출현할 가능성이 전혀 없지는 않으나 이렇게 사람들이 걸어 다니게 만들어 놓은 산책로에 사나운 곰이 나타나지는 않을 거란 생각에 그냥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걸어본다.
산책로를 따라 한참을 걷다 보니 다시 해변으로 나온다. 거기서 또다시 고래가 포착된다. 검은 물체가 위로 올라오고 물을 뿜고 위로 솟구치다 물로 들어간다. 정말 집채 만한 고래의 움직임을 야생에서 보게 된 것이다.
아침 크루즈에서 내려 하루 종일 후나를 돌고 또 돌아다녔다. 아름다운 자연을 만끽하였고 알래스카의 조그만 도시에서의 삶을 조금은 엿볼 수 있었고 고래들의 모습을 볼 수 있어 정말 좋았던 하루였다.
그렇게 후나에서의 하루도 저문다. 계속 비가 내리고 우중충한 날씨였는데 해가 질 때쯤에는 구름이 조금 걷혀 아름답게 물들여지는 저녁노을과 함께 지는 해의 모습을 보여 준다.
다시 크루즈는 주노를 향해 뱃고동을 힘차게 울리며 출발한다. 내일은 또 무엇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