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금과 함께 세계로, 지구 한 바퀴 미국
새로운 아침이 밝았다. 이틀을 서배너에서 머물다 이제는 서배너 강을 건너 사우스 캘로라이나 주의 찰스턴으로 간다. 찰스턴으로 떠나기 전에 서배너의 남쪽에 위치한 본어벤쳐 묘지를 찾아간다.
본어벤쳐 묘지를 찾아가는 길이 새롭다. 도시와 도시를 이동할 때는 고속도로를 이용하는데 묘지를 찾아가는 길은 시내와 주택가를 지나며 그들의 삶의 현장을 뚫고 지나니 도심의 모습과는 색다른 풍경을 선사한다.
도시 외곽에 위치한 묘지는 들어서는 순간부터 아주 넓은 부지에 잘 꾸며진 모습은 아주 유명한 관광지의 풍경에 비할 수 없는 아름답다. 묘의 비석이나 구조물에 따라 신분이 다르겠지만 정말 많은 영웅호걸들이 잠들어 있는 곳을 산책 삼아 그렇게 걸으며 인생무상을 경험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묘지 앞을 흐르는 월밍턴 강을 바라보며 묘지의 적막감과 함께 유유히 흐르는 강의 풍경에서 시간이 정지한 것 같이 느끼며 우리는 무엇을 위해 이토록 힘들게 달려왔을까 생각해 본다.
한 시간여를 묘지를 돌아다니며 감상에 젖었다가 다시 정신을 차려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선다. 다시 시내로 돌아와 우리가 묵었던 곳을 지나 탈메지 메모리얼 브리지에 올라 서배너 강과 리틀 백 강을 건너 사우스 캐롤라이나 주로 넘어온다.
다리 위에서 바라보는 서배너의 스카이 라인이 아름답다. 날씨가 흐려 선명하게 보이지는 않지만 그런 모습이 더 신비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 나쁘지 않다는 생각도 해보며 이 세상의 모든 일이 마음먹기에 따라 좋게 볼 수도 있고 나쁘게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좋은 쪽으로 생각해 본다.
다리를 건너고 고속도로를 달리다 비포장 도로를 지나 도착한 곳은 엔젤 오크 트리 파크다. 미국에서 제일 오래된 참나무라고 한다는데 정말 나무가 무척이나 크다. 나무가 큰 만큼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와 사진을 찍는다.
나무가 워낙 커서 나무 주변을 돌아보는데도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사진을 찍으려고 줄을 서 있는 경우도 있어 한참을 공원을 이리저리 돌아다녀 본다. 이런 여행에는 좋은 카메라가 필요한데 혼자 배낭여행을 하다 보니 카메라를 장만하지 못하고 스마트 폰으로 사진을 찍으니 조금은 아쉬운 생각도 든다.
30분 정도 엔젤오크파크에서 사진을 찍고 기념품 가게를 들르고 다시 차를 타고 도착한 곳은 폴리 비치이다. 날씨도 무척 더웠지만 비치에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해수욕장에서 더위를 식히고 있었다.
폴리 비치에서는 약 1시간의 여유를 준다. 기사는 차를 비치 상가와 음식점이 밀집되어 있는 곳에서 내려 주고 한 시간 후에 같은 장소에서 픽업을 한다고 한다. 일단 우리는 이곳에서 이름난 해산물 음식점을 찾아가 점심을 먹기로 한다.
때가 점심시간이라 식당마다 사람들이 많이 몰려있다. 이름난 곳은 정말 사람이 많아 포기하고 조금 한가한 곳을 찾는다. 아무리 맛있는 식당이라도 우리 같이 시간에 쫓기면 즐길 수 없는 것이다. 식당에서 주문을 받는 사람이 보니 두 다리가 없는 사람이 휠체어를 타고 다니며 주문도 받고 간단한 서빙도 한다.
우리나라 같으면 저렇게 몸이 불편한 사람이 일을 하는 것도 그렇고 일을 시키기도 어려울 텐데 자기 힘이 닿는 대로 열심히 일하고 또 그런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고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손님들의 마음도 우리가 배워야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급하게 점심을 먹고 비치를 잠깐 둘러보고 상가 등 시내 일부를 들러보니 한 시간이 훌쩍 지나 약속 장소에 가니 차가 대기하고 있다. 차를 다시 타고 이제는 찰스턴 시내를 지나고 다시 다리를 건너 본 홀 플랜테이션 앤 가든스를 찾아간다.
폴리 비치를 떠난 차는 찰스턴 시내를 지나고 다리를 건너자 날씨가 돌변하여 천둥과 번개가 치고 세찬 바람과 함께 폭우가 쏟아진다. 비치에서는 그렇게 더웠는데 갑자기 비가 오니 난감하다.
비를 뚫고 들어가 한참 농장에 대한 설명을 듣고 밖으로 나오니 비가 멈췄다. 농장을 둘러보는데 우리가 어렸을 적에 달력이나 수채화 그림으로 많이 나왔던 풍경이 나타난다. 길 양 옆으로 엄청난 나무들이 줄지어 있는 모습을 눈 앞에서 보니 새로운 것 같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 것도 같다.
텔레비전에서 많이 보았던 것 같기도 하고 영화에서 보았을 것 같은 풍경이 정말 낯설지 않다. 아마 어느 사무실인가 어디에 이런 사진이 오랫동안 걸려 있어 눈에 익었는지도 모르겠다.
농장에 대한 설명을 듣고 주변 경치를 보다 옛 농장주의 저택을 찾아 생활공간 등을 둘러보며 부유했던 농장주들의 생활상을 엿보며 이런 농장을 이루고 가꾸며 얼마나 많은 흑인들이 희생되었을까를 생각해 본다.
광활한 농장에서 많은 수확을 올려야 되고 농장주의 욕심을 채워주기 위해 정원도 가꾸어야 되었을 것이고 정말 말로 못할 희생 위에 이루어진 하나의 왕국이라는 생각이 든다.
농장을 둘러보고 저택을 보고 또 아름다운 정원까지 감상하고 나서 다시 나오는 길 이번에는 노예들의 거리가 나온다. 감옥 같은 집이 줄 지어 있는데 노예들의 숙소라 한다. 농장주들은 왕궁과 같은 곳에서 호의호식을 하는데 노예들은 정말 비참한 곳에서 얼마나 힘들게 살았을까 생각하니 마음이 짠하다.
아침 서배너의 숙소를 출발하여 본어벤쳐 묘지를 둘러보고 다시 엔젤 오크 트리 파크를 들렀다가 폴리 비치에서 점심을 먹고 다시 본 홀 플랜테이션 앤 가든스를 둘러 숙소에 도착하니 날이 저물었다. 그렇게 또 하루가 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