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금과 함께 세계로, 지구 한 바퀴 동유럽
여행이란 사람마다 또는 여건과 시간에 따라 여행의 방식이 달라지는데 우리 같은 경우는 특별하게 어디를 가야겠다는 목표를 갖고 여행을 시작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저 발길이 닿는 대로 가다 어디가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그곳으로 이동을 하는데 일단 빌니우스에서는 닷새를 머물 생각이었지만 사흘로 줄이고 그냥 시내를 돌아다니는 중이다.
그렇게 돌아다닌 시간이 이제 20여 일이 지나고 있다. 러시아의 모스크바를 지나 에스토니아의 탈린을 지나 계속 하나의 도시에서 닷새에서 이틀까지 그렇게 지내며 버스를 타고 이곳까지 왔는데 다시 어디를 갈 것인가를 고민하게 된다.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을 하며 걷다 보니 강가를 돌아 빌리우스 성 쪽으로 오니 리투아니아 국립박물관이 나온다. 일단은 박물관에 들어가 관람을 한다.
국립 박물관을 나와 빌니우스 성에 올라간다. 날씨가 맑아 하늘에는 제트운이 선명하게 나타난다. 빌니우스의 상공이 비행기 항로인 것 같다. 많은 비행기가 제트운을 남기고 지나간다. 한국을 떠나온 지 20여 일이 지나고 있으니 집사람은 한국으로 가고 싶단다.
빌니우스 성에서 올라 시내를 바라보니 옛날 건물과 나무들이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이 완성된다. 그냥 이곳에 계속 앉아 경치를 보고 싶은 마음이다.
빌니우스 성을 보고 맞은편에 있는 세 십자가 상을 찾아 올라간다. 그리 높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지만 평야지대인 발트 3국에서는 그래도 높은 산으로 쳐야 되지 않을까 싶다.
올라가는 길에 정말 오랜만에 혼자 여행하는 여자 동양인을 만났다.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하니 중국인이란다. 그래도 같은 피부색의 사람을 만나니 그 중국인도 우리를 만난 것이 반가운 눈치다. 우리도 동양인을 본 것이 에스토니아의 탈린의 자연사 박물관을 돌아보다 일본 여자를 본 이후 처음인 것 같다. 여자 혼자 여행하는 것이 남자 혼자 여행하는 것보다 더 많이 보게 된다. 여자들이 강심장인가? 남자들보다 책임감이 좀 덜해서 일까?
세 십자가 상을 보고 언덕을 내려오다 보니 빌니우스 대성당으로 내려오게 되었다. 그렇게 빌니우스 대성당을 지나 대통령 궁으로 들어가 본다. 대통령 궁은 입구에서 짐 검사를 하고 들어와야 된다.
대통령 궁을 둘러보고 다시 시내를 돌아다니다 숙소에 돌아온다. 인근의 대형마트에서 먹을 것을 사 와 저녁을 해 먹고 잠자리에 든다. 빌니우스에서 두 번째 밤이 깊어 간다.
다시 아침이 밝았다. 숙소에 머물기보다는 의무감으로 시내를 돌아본다. 그냥 할 일 없이 돌아다니는 것도 여행이고 보았던 건물들도 다시 새롭고 들어가 보지 않았던 골목이나 성당도 들어가 본다.
그러다 시내버스를 타고 강을 건너 신 시가지도 나가 본다. 신 도시에 무엇이 있어서 간다는 것보다 그렇게 버스를 타고 나가 보는 것도 새로운 도전이다. 걸어 다니는 것도 좋지만 다리가 피곤할 때는 버스를 타고 멀리 다녀오면서 경치도 구경하고 다리도 쉬고...
오늘 밤이 지나면 내일은 다시 이동을 해야 된다. 원래 5일을 머무르려고 했는데 3일만 머물고 가게 되니 오늘은 행선지를 정하고 버스표를 구한 다음 숙소도 예약해야 된다.
다음 목적지는 폴란드의 제2의 도시 그다인스크로 가야 되는데 여기서 바로 가는 것이 없다. 아주 없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가야 되는 날에 없다는 것이다. 이틀에 한번 그다인스크로 가는데 17일에 없고 18일에 있는데 바로 가려면 하루를 더 묵어야 된다.
그리고 바르샤바로 가는 것도 밤늦게 있다. 일단은 바르샤바로 가는 버스표를 끊어 돌아온다.
시내를 돌아다니다 버스표를 끊고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쉬다 그러고 보니 저녁이 되어간다. 다시 거리로 나오니 석양의 경치를 보려는 열기구가 떠오른다.
우리도 석양을 보기 위해 빌니우스 성으로 오른다. 석양과 함께 떠오르는 열기구가 보기에 좋다.
빌니우스 성에서 석양을 보고 마트에서 장을 봐와 오랜만에 닭 볶음탕과 된장찌개 등으로 우리들만의 만찬을 즐긴다.
빌니우스에서의 마지막 밤이 깊어 간다. 빌니우스를 떠나면 발트 3국의 여행을 마치게 된다. 20여 일간의 여행의 모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그래도 여행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