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금과 함께 세계로, 지구 한 바퀴 동유럽
세르비아의 리슈를 출발한 버스는 오후 늦게 스코페의 버스터미널에 도착한다. 세르비아의 리슈에서 마케도니아의 스코페까지의 거리는 약 210킬로미터로 버스로 약 5시간 반이 걸린다. 스코페에서는 이틀간만 묵기로 했기에 터미널에 가까운 곳으로 숙소를 정했는데 숙소에 들어가니 숙소의 시설이 열악하다.
숙박 어플의 평가도 좋고 위치도 좋았는데 길가의 숙소라 차 소리도 심하게 들리고 단층에 방도 그렇게 깨끗해 보이지 않는다. 집사람의 표정이 별로 좋지 않다.
숙소에 짐을 풀고 밖으로 데리고 나와 쇼핑센터의 푸드코트에서 점심 겸 저녁을 먹고 마실 것을 사들고 천천히 들어와 피곤한 몸을 눕힌다.
새벽에 일어나 시내를 흐르는 바르다르 강을 지나 구시가지로 간다. 사람들의 왕래가 없는 새벽길을 걷는 것이 결코 나쁘지는 않다. 밤의 향락이 지나고 난 자리 아직도 흥에서 깨어나지 못해 비틀거림과 함께 연인들의 헤어짐이 아쉬워 깊은 포옹이 있는 새벽, 그리고 남보다 일찍 새로운 하루를 준비하는 사람들의 생기가 살아 숨 쉬는 새벽의 공기가 아름답다.
인적이 없는 시장 거리를 걷고 걷다가 보니 칼레 요새가 나온다. 일단은 대충 둘러보고 아침을 먹고 집사람과 같이 올 생각이다.
새벽 산책을 갔다 돌아오는 길의 시내의 모습은 새로운 발견이다. 지진으로 무너진 새 도시를 건설하면서 새로운 건물들이 옛날 방식으로 지어진 것들이 많다. 그리고 이곳은 동상들이 엄청 많다.
새벽의 시내 산책을 마치고 숙소에 들어와 숙소에서 제공하는 아침을 먹고 본격적으로 시내 탐방에 나선다.새벽에 돌아본 구시가 쪽은 접어 두고 버스를 타고 밀레니엄 크로스를 찾아 나선다.
원래는 마트카 계곡을 가려 했으나 버스가 오지 않고 그래서 대안으로 가려던 밀레니엄 크로스의 버스도 여러 사람에게 묻고 물어 겨우 찾아갔다. 버스에서 내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간 산 정상의 밀레니엄 크로스에서 바라본 시내와 산의 모습은 정말 보기 좋았다.
시간이 된다면 시간을 갖고 산에 트래킹이나 하면서 그렇게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란 생각을 해보지만 11월 10일 그리스의 테살로니키에서 딸과 만나기로 되어 있어 내일이면 또다시 불가리아의 소피아로 가야 된다.
마케도니아의 스코페는 알렉산더대왕의 고향이고 마더 테레사 수녀의 고향이기도 하단다.
산에서 내려와 올드타운 쪽에서 버스를 내려 가을이 지나가는 거리를 걸어본다. 많은 사람들이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우리도 그들과 같이 거리를 걷다 인근의 카페에 들러 점심을 먹는다.
거리를 걷다 보면 마케도니아의 거리는 동상들의 도시와 같다. 수 많은 동상들이 있지만 안내문은 거의 카릴 문자로 되어 있어 알아볼 수가 없다. 하기야 영어로 쓰여 있다 해도 잘 해석이 되는 것도 아니지만...
스코페의 거리는 옛날 모습의 건물들이 새로 지어진 것들이고 새로 지으면서 조금은 정교하지 않은 보기에 따라 날림 공사의 기분이 드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공사 중이라 조금은 어수선한 모습이다.
정말 하루 종일 많이도 걸어 다닌 것 같다. 집사람이야 아침을 먹고 나왔으니 그리 많이 걷지 않았지만 난 새벽부터 많이 걸었다. 그래도 내가 아침에 갔던 요새와 구시가지의 시장과 음식점 가를 돌고 돌다 숙소로 돌아가 쉬기로 한다. 저녁은 강변의 식당에서 하기로 한다.
해가 지지 않은 시간에 숙소에 돌아와 잠시 쉬다 오랜만에 대금을 잡고 불어본다. 숙소가 단층이고 사람들이 많지 않아 조금 시끄럽게 불어도 용서가 될만한 공간이다.
한참을 대금을 불고 있는데 문쪽으로 동양인 부부가 들어온다. 그들도 방을 구하러 왔다고 했다. 우리는 다음 여행지에 도착하기 전에 미리 숙소 예약은 하고 다니는데 이분들은 예약 없이 돌아다니신다고 한다. 같은 한국 사람이라 반갑게 인사를 하고 정말 발칸반도나 발트 3국이나 이 동유럽에는 한국인 여행객을 만나기가 힘든 이런 곳에 우연히 만난 것이 정말 반가워 같이 저녁을 먹으러 간다. 식당은 우리가 낮에 보아두었던 음식점으로 가서 와인과 이곳의 양 갈비와 돼지갈비 등으로 저녁을 먹는다.
저녁을 먹고 숙소에 돌아온다. 우리는 내일 아침 일찍 불가리아의 소피아로 가고 한국인 부부는 마케도니아의 남쪽 호숫가 도시인 오히리드로 간다고 한다. 숙소 주인에게 우리가 아침 일찍 불가리아로 떠난다 이야기하니 새벽 6시에 아침을 해주겠다고 한다.
숙소의 환경은 열악하지만 숙소 주인아저씨의 마음 씀씀이가 숙소평을 좋게 해주는 비결이었구나 하며 숙소에 들어온 것이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처음에 좋지 않게 생각했던 집사람도 마음이 누그러졌다.
소피아에서는 호텔을 예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