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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명환 Mar 10. 2020

그리스의 크레타  헤라클리온으로

대금과 함께 세계로



아테네와 크레타의 헤라클리온으로 가는 페리는 밤 9시에 출항하고 오후 6시부터는 승선이 가능하다.  여유가 있는 여행객들은 개인적인 캐빈을 이용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우리는 그냥 여러 사람들이 들어가는 좌석에 앉아 가는 객석을 이용한다.

일찍 승선하여 페리의 바에서 커피를 마시며 시간을 보내다 객석으로 돌아와 비몽사몽 간을 헤매다 크레타 섬의 헤라클리온 항구에 도착한다.  헤라클리온은 영어 발음이고 여기서는 이라클리온이라 부른다고 한다.


이른 아침 헤라클리온 항구의 모습



항구에 도착하자 보이는 것이 이곳의 유명한 베네치아 요새다.  소형 어선들과 요새와 한쪽으로 요트들이 정박해 있는 아담하고 아름다운 도시다.



베네치아 요새의 모습



새벽에 도착하여 숙소를 찾아 나선다.  길이 구불구불하고 언덕길을 올라가기에 찾아가기가 힘들다.  아침 일찍 도착하여 체크인이 가능할지 모르지만 어쨌든 숙소에 짐이라도 맡겨 놓을 심산으로 들어갔더니 방 열쇠를 준다.  식당에 아침이 준비되어 있는데 우리 것은 없단다.   어젯밤에 숙박한 사람을 기준으로 식사를 준비했기 때문이란다.  하기야 체크인도 오후인데 이런 새벽에 방을 내 준 것만으로 감사할 뿐이다.



이른 아침 생선 가게의 모습.  싱싱한 생선이 회를 쳐 먹어도 되겠다는 생각이다.



어제 아침부터 계속 걷고 밤에 배를 타고 와서 집사람이 무척 피곤해한다.  씻고 좀 쉬라 하고 나는 밖으로 나와 베네치아 요새로 나와 본다.  아직 이른 아침이라 사람들의 왕래도 적고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계속 이어진 방파제를 따라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





한참을 그렇게 산책을 하고 숙소로 돌아와 집사람과 시내 중심가 쪽으로 나와 커피와 빵으로 대충 아침을 때우고 크노소스 궁전을 찾아 나선다.  크노소스 궁전은 기원전 1,700 년대에 건설된 궁전으로 크레타 문명의 발상지라고 한다.






숙소에서 크노소스 궁전을 찾아가는 방법은 숙소의 지배인에게서 안내받아 시내버스를 타고 어렵지 않게 도착할 수 있었다.  광활한 언덕에 세워진 궁전.  건축의 문외한인 내가 보기에도 넓은 터에 세워졌던 웅장한 궁전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런 궁전들이 지금으로부터 약 4천여 년부터 세워지고 사람들이 9천여 년 전부터 거주하고 있었다고 하니 유럽 문명의 기원이라고 하는 것을 부정하기 어렵겠다.


바위에서 세월의 두께를 읽을 수 있다.








궁전을 돌아보며 느끼는 것은 세월의 무상함이다.  거대한 왕궁이 있었는데 허물어지고 파괴되었다가 오랜 시간 잊혀 지내다가 발굴된 역사 현장을 다시 복원하면서 있는 그대로 보관했으면 좋았을 것을 후세의 사람들이 다시 새로운 그림을 그려 놓아 원형을 훼손했다는 그런 후문이 있다는 것은 우리가 지금 보아도 조금은 어색하다.








그리스를 여행하는 많은 사람들은 크레타 섬을 방문하고도 하루나 이틀 만에 떠나는 관계로 이곳의 왕궁도 제대로 보고 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는데 우리는 오랜 시간 여기에 머물기로 해본다.




바위에 비와 바람으로 새겨진 무늬가 세월이 많은 흘렀음을 알려준다.





우리 딸은 건축을 전공하고 현재 그런 계통의 업무를 하면서 꼭 가고 싶어 했던 곳이 크레타 섬의 크노소스 궁전의 건축물이라고 했었다.  아테네의 파르테논 신전 가이드 투어를 하면서 가이드가 이야기했을 때 나도 거기는 가고 싶은 데를 연발했던 곳이 여기 크노소스 궁전이었다.  그런 곳을 그런 것에 문외한인 엄마 아빠가 대신 돌아다니며 보고 있다.


















궁전을 보고 나오는 길에 공작들이 노닌다.  야생일까?




헤라클리온 시내의 거리 동굴.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다.



그렇게 크노소스 궁전을 돌아보고 다시 시내로 돌아온다.  돌아오는 시내버스 조금은 살벌하다.  버스를 타려면 버스표를 자동판매기 또는 상점에서 사야 되는 것 같다.  우리는 자동판매기를 통해 구역에 따른 표를 왕복으로 사서 별문제가 없었지만 버스표를 기사에게 보이면 기사는 표를 보고 반을 자른다. 

젊은 승객이 타고 표를 내면 일단은 신분증 제시를 요구한다.  아마 학생 승차권인 모양이다.  어떤 학생은 바로 보여주기도 하지만 학생증이 없어 서로 다투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심지어는 심한 행동도 오간다.  아마도 무임승차나 혹은 부정 승차가 심해서 운전사와 승객들과의 갈등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이라클리온 시내 중심가의 분수대


시내 중심가의 모습


그러고 다시 시내의 중심으로 돌아온다.  시청 광장에 와서 또 하염없이 거닐어 본다.  자유여행의 묘미는 이런 것에 있다.  우리들이 정하고 우리들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있다는 것.  이것이다.


정말 힘들기도 했지만 또한 우리들만의 아름다운 추억을 만드는 기회도 되었다.  소매치기를 당할 위험에 처해 있기도 했고 마음이 상해 그냥 해변을 걷기도 했지만 페리를 타고 아테네에서 크레타 섬에 와 이렇게 지내고 있다는 것이 우리들 스스로를 봐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다.

그렇게 크레타에서의 첫날밤이 저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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