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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명환 May 06. 2020

나의 시작,  나의 도전기

철부지 부부의 제2 인생 도전기


33년간의 직장 생활은 하루하루 탈출을 꿈꾸며 살아왔었다.  매일 같이 밀려오는 감당하기 어려운 업무와 스트레스는 한 곳에 안주하기보다 계속 새로운 곳을 찾아 떠 돌아다니게 만들었던 것 같다.   어떤 직장이든지 내가 태어나고 자란 지역에서 혈연, 지연과 학연이 이어지고 편안하게 직장생활을 하는 것이 여러모로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한 곳에서 계속 직장 생활을 이어갔다면 나태해지고 매너리즘에 빠져 일찍 직장생활을 그만두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새로운 지역으로 발령이 나서 일정 기간 근무하다 다시 전혀 새로운 도시로 이동하는 방식으로 돌아다닌 도시가 열 군데가 넘는다.  그러기에 항상 긴장하고 새로운 문화에 적응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여야 했고 기회가 되면 탈출을 시도했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다른 직장보다 조금 높은 급여는 언제나 발목을 잡고 있었다.


드디어 때가 왔다.   나쁘지 않은 조건으로 명예퇴직을 실시한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남아 있을까 아님 명예퇴직을 신청할까 고민을 할 때 나는 앞뒤 가릴 것 없이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이제 새로운 제2의 인생이 시작되는 것이다.  


봉사활동으로 참여한 노원 정보도서관 휴먼북 인터뷰 소개 잡지의 내용


명예퇴직을 신청하고 나서 약 2개월은 전국을 자동차로 여행하며 나름 무엇을 할 것인가 고민하다 다시 시작된 2년 간의 계약기간 근무 중에는 많은 시간 독서와 영어를 공부하고 또 새로운 삶을 준비하는 시간으로 여행 관련 인터넷 사이트를 서핑하며 세계여행의 꿈을 꾸어본다.


2년간의 계약기간까지 마치고 나서도 나이가 만 58세에 조금 못 미친다.  실업급여를 받는 기간에는 정말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 학원으로 동아리로 문화센터와 평생교육원의 문을 두드린다.  


부부가 스포츠 댄스를 배우러 다니고 컴퓨터 강좌에 들어가 보기도 하고 바리스터 과정에 들어가 커피를 내리는 기술을 익히기도 한다.  봉사활동을 위하여 강사과정과 심리상담과정도 공부한다.  또 부부가 대금을 배우러 가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또 동아리에서 여러 활동에도 참여해 본다.


금융기관에서 오랜 기간 자산관리사로 일한 경험을 되살려 금융, 경제교육 강사로도 활동하며 또한 학생들의 진로 상담과 금융경제 활동에 대한 조언을 하는 봉사활동도 병행하고 한편으로 세계 여행의 꿈을 실현해 본다.


미 대륙을 기차로 약 45일간의 여행을 시작으로 약 6개월에 걸친 시베리아 횡단 열차로 러시아 대륙을 여행하고 북유럽과 서유럽을 기차로 여행한 다음 크루즈를 타고 대서양을 횡단하고 다시 미대륙을 기차를 다시 여행하다 터키를 거쳐 한국으로 돌아오는 대장정을 마무리하고 남미와 아프리카는 위험하여 혼자서 약 5개월과 3개월의 여행을 마쳤다.  다시 부부가 동유럽을 여행하고 다시 캐나다와 알래스카, 미국을 여행하고 다시 캐나다를 기차로 누비는 여행을 하기도 하였다.


대금을 같이 배우는 동호회 사람들과 국악방송에 출연하여 연주하는 모습.


정말 오대양 육대주를 배낭여행으로 돌아다녔다.  많은 곳을 시간에 쫓겨 다니지 않고 여유롭게 돌아다녔었다.  물론 위험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러시아의 상떼 빼 때로 부르크와 그리스의 아테네에서는 소매치기들에 둘러싸여 위험에 처하기도 했었고 이탈리아의 밀라노에서는 아랍계의 사기꾼에게 납치될 뻔하기도 했었고 혼자 남아프리카의 더반에서는 3인조 강도에게 목이 졸려 기절하기도 했었다.


많은 사람들은 이야기한다.  왜 위험한 곳을 많은 돈을 쓰며 여행을 하느냐고 말이다.  나는 그때마다 이야기한다.  위험은 언제나 어디서나 있고 그런 위험을 어떻게 회피하고 예방하느냐가 중요하며 돈도 쓰기 나름이다라고 말한다.  한국에 여행을 하다가도 바가지를 쓰는 경우도 많고 어떻게 쓰느냐도 변수이다.  알뜰하고 계획성 있게 준비하면 그리 큰돈을 들이지 않더라도 즐겁고 알차게 세계여행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지금 뒤돌아 보면 추억이지만 위험한 때의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기도 한데 그런 경험이 없었다면 지금 이렇게 글을 쓰며 옛 일을 회상할 일도 없을 거라는 생각에 그때 그렇게라도 나를 위해 투자했던 것이 나쁘지 않았다는 생각이다.


여행을 하면서 많은 경험을 하였고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남미를 여행할 때는 동행을 구해 같이 여행을 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젊은 사람들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노력을 하였던 경험과 그들의 생각과 고뇌도 들여다볼 기회가 있기도 했었고 외국 사람들과의 만남도 나쁘지 않았다.  남미를 여행할 때는 유럽의 음악가들을 만나는 기회가 많았는데 대금을 불어주면 신기해하기도 하고 또 대금이 매개가 되어 이야기를 나누는 계기도 되었다.


여행 중에 만났던 아름다운 추억들과 경험들은 내 자산이 되어 글을 쓰는 소재가 되기도 하고 영상으로 만들어 인터넷에 올리며 새로운 삶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고 있다.


이제 명예퇴직을 하고 만 10년이 지나고 있다.  정말 많은 것이 변했다.  첫째로 가족들이 많이 늘었다.  며느리가 시집오고 손녀가 태어났다.  그리고 딸이 시집을 가자 사위가 생기고 외손자가 태어났다.  그리고 우리들의 나이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우리들의 행동반경이 줄어들고 또 밖으로 나가는 기회가 무척이나 줄어들었다.


특히 요즘 같이 코로나 바이러스의 여파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인 요즘 그래도 옛 사진을 들여다보며 이렇게 글을 올리고 영상을 만드는 것으로도 나는 선택받은 사람인가 생각하며 지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다.  


이제 인생 제3막을 준비해야 할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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