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 익산, 장흥, 완도, 강진, 해남 여행
2022년 6월 21일 이른 새벽 서울을 출발하여 어머니의 고향인 익산으로 출발한다. 어머님의 11주기 기일을 맞아 형제들이 모여 아버지와 어머니의 산소에 조촐한 음식을 차려놓고 제를 지낸 후 자주 가는 음식점에서 점심을 먹고 헤어진다.
형제들과 헤어지고 우리는 이번 주 여행을 떠날 생각이다. 아주 더운 날씨이지만 차를 몰고 부여로 향한다. 연꽃이 만발하기에는 조금 이른 시기이긴 하지만 여기까지 내려왔으니 한번 들러 봄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생각대로 연꽃이 많이 피지는 않았고 날씨도 무척 더워 인근을 한번 둘러보는 것으로 만족하고 부여를 떠나 옛 시골 형님 집에서 하루 묵기로 한다.
부여를 다녀와서 금강의 하구인 웅포의 곰개나루로 나가 본다. 곰개 나루는 옛날에는 큰 배가 들어오는 항구였으나 금강 하구둑이 생기며 뱃길이 끊겼다. 하지만 금강 너머로 떨어지는 석양의 모습은 지금도 아름답다. 이곳에는 캠핑장이 있어 많은 관광객이 몰리는 곳이기도 하다.
곰개나루의 금강변 둑을 걸으며 일몰을 감상하다가 맥주 한 캔과 컵라면으로 간단하게 저녁을 대신한다. 늦은 점심을 먹으며 과식을 해서 저녁을 먹을 생각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6월 22일 이른 새벽차를 몰고 남쪽으로 달린다. 한참을 달리다 장성 시내로 들어온다. 큰 도로변의 식당들은 이른 아침에 문을 여는 곳이 별로 없다. 대신 기차역이나 시장 주변에는 이른 아침에 식당을 여는 곳이 많으니 아침을 먹기 위해 시내인 장성역으로 들어온 것이다.
장성역 인근 식당에 유독 사람들이 많이 있는 식당이 있어 들어가 보니 아침 백반을 판다. 사람들도 백반을 주로 먹는다. 1인 7,000원에 반찬이 열 가지가 넘는다.
아침을 먹고 다시 출발한다. 이번에 도착한 곳은 우리나라 정남진의 땅 장흥이다. 우리나라의 광화문에서 바라볼 때 정동진은 강릉에 정동진이라는 바닷가 동네가 있고 정서진 인천의 경인 아라뱃길의 끝자락에 정서진이 있고 정남진이라고 하는 곳이 장흥이란다.
장흥을 방문한 주목적은 페이스북의 친구인 풀로만 목장을 방문하고 조영현 부부를 만나는 것이다. 장흥 시장에서 점심을 먹고 목장을 찾아본다. 아무 연락도 없이 그냥 찾아가 목장의 인근을 한번 둘러보고 다시 나와 장흥의 명소를 찾아본다.
시원한 차내에 있다 밖에 나가면 무척이나 덥다. 그래서 장흥의 명소 정남진 전망대를 찾아 냉방이 잘된 전망대에서 더위를 식히며 전망대에서 주위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기도 하고 실내에 장식된 사진들을 감상하며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 조영현 대표님과 통화가 되어 약속을 하고 풀로만 농장을 찾아간다.
풀로만 목장은 13년 전에 연고가 없는 장흥에 풀밭에 뛰어노는 풀로만 목장을 만들었다는데 지금은 목장에서 뛰어노는 소를 볼 수는 없었고 뛰어 놀 목장을 조성하였으나 아직 준공검사를 받지 못해 방사를 하지 못하고 있다며 아쉽게도 뛰어노는 소를 보는 것은 다음으로 미뤄야 했다.
농장을 둘러보면서 이곳의 소는 그래도 선택받은 소가 아닌가 싶기고 하다. 오래전에 미국을 여행할 때 넓은 목장에서 한가롭게 풀을 뜯는 여유로운 소의 모습이 있는가 하면 철 칸막이가 소를 거의 움직이지 못할 정도의 공간에서 먹이를 먹고 그 자리에 서서 배설을 하는 아주 열악한 환경에서 사육되는 곳을 보기도 했었는데 이곳은 여유 공간에서 좋은 사료로 사랑받으며 크고 있는 소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
목장을 둘러보고 소에게 풀을 주는 일을 도와주다 보니 온몸이 땀으로 뒤범벅이 된다. 잠깐 도와주는 일이 이렇게 힘든데 매일을 이렇게 일을 해야 되는 사람의 입장을 생각하니 마음이 좀 그렇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그날 소를 도축하였다고 하여 생간과 내장을 삶은 것으로 소주를 한잔하는 기회가 생겼다.
술을 한잔하고 다시 자리를 옮겨 막걸리를 한잔 더하고 잠자리에 든다. 우리의 잠자리는 차박이다. 수소 전기차의 장점은 시동을 켜고 자도 소음이나 매연이 발생되지 않고 오히려 산소를 배출하기에 환경적으로는 유익하다.
낮에 땀을 너무 많이 흘려 온 몸이 땀으로 뒤범벅이 되었고 온몸이 끈적끈적하였으나 처음 방문한 집에서 감히 샤워를 할 수는 없어 양치만 하고 수건에 물을 축여 얼굴을 닦아내는 것으로 세수로 갈음하고 잠자리에 든다. 그러면서 내일은 샤워를 좀 하여야 하겠기에 천관산 자연휴양림에 숙소를 잡아본다.
시원하게 에어컨을 켜고 잠에 들었다가 새벽에 깨어 보니 온 몸이 뽀송뽀송하다. 시원한 에어컨 덕분에 온 몸의 수분이 전부 날아가 버린 듯하다. 모두가 잠든 새벽에 일어나 다시 여행을 떠난다.
새벽에 풀로만 목장을 떠나 바닷가로 차를 몰아 나간다. 완도 쪽으로 나가다 보니 새벽에 전복에게 다시다 먹이를 주는 손길이 바쁘다. 한참을 차를 세워 놓고 바라보다 완도 시장에 들러 저녁에 먹을 반찬거리를 준비하고 터미널 인근에서 아침을 먹는다.
오늘은 천관산 자연휴양림에서 묵을 예정이다. 누적된 피로도 풀고 어제 샤워도 못했는데 다음 여행을 위한 전열을 가다듬기 위한 재충전의 기회이기도 하다. 완도와 강진을 드라이브하다 12시경에 천관산 자연휴양림에 도착하여 3시에 입실하기 까지 자연휴양림을 돌아다녀 본다. 비가 오락가락하지만 잘 가꾸어진 휴양림을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어느 유명 관광지 못지않다.
그렇게 하루를 천관산 자연휴양림에서 지내고 다시 여행 출발이다. 이번에 찾은 곳은 해남의 대흥사이다. 수많은 여행 중에 해남을 지나가기는 많이 지나갔지만 이렇게 시간과 마음으로 여유를 갖고 여행하기는 요즘 같은 때가 없다. 누가 기다리는 것도 아니고 또 누구를 돌봐야 할 사람도 없고 그저 우리 둘이서 그렇게 편하게 돌아다니면 되기 때문이다.
언젠가 바쁘게 한두 번은 둘러봤을 대흥사이지만 이렇게 여유를 갖고 돌아보니 모두가 새로운 풍경인 것 같다. 이곳저곳 돌아다니 스마트 폰의 셔터를 눌러대며 사진을 찍어 본다.
나는 세계의 여러 나라들을 배낭여행으로 여행했었다. 이름난 곳을 많이 찾아다녔고 아름다운 곳도 많이 찾아다녔다. 아름답고 신기한 것을 많이 보았지만 우리나라처럼 아기자기하고 아름다운 나라도 보기 어렵다. 외국의 아름다운 곳을 찾기 위해서는 정말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아 더욱 좋은 것 같다.
천천히 그리고 꼼꼼하게 대흥사를 둘러본다. 마음 같아서는 두륜산을 등산하고도 싶은데 날씨도 그렇고 산 타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집사람을 생각하여 생략하기로 하고 다음 여행지인 고산 윤선도 유적지를 찾아 나선다.
고산 윤선도 유적지를 찾아갔으나 유적지 공사관계로 내부 관람이 중지되어 있다. 아마 코로나 여파로 관광객이 줄어드니 이 틈을 이용하여 공사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요즘 여행을 하다 보니 관광지에 공사 중인 곳이 많기도 하고 입장이 되지 않는 곳도 많다.
고산 윤선도 유적지를 마지막으로 이번 여행을 마무리한다. 수소 전기차로 여행을 하면 좋은 것이 운전이 편하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용도로나 고속도로에서는 크루즈에 놓고 여유롭게 운전을 하면 편하고 고속도로 통행료도 50% 깎아 주니 더더욱 좋다. 그래서 여행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