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바처럼 열정적이었고, 바차타처럼 관능적이었던 그날 밤.
"우음... 피곤해..."
"내가 다 할게."
그의 간절함에 마지못해 셔츠를 말아 올렸다. 뭐, 정말 섹스가 별로였다면 끝까지 거부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이름도 가물가물하니 적당히 A라고 칭하겠다- A와의 섹스는 나쁘지 않았다. 그는 정성스럽게 나의 유두를 핥기 시작했다. 나는 멍하니 그의 입술을 느끼며 아, 이 안 닦았는데 키스해도 되나? 그런 생각 따위를 하고 있었다.
그것은 나의 첫 번째 원나잇이었다.
지금까지 나의 원나잇은, 원나잇이 아니었다. 우선, 아는 사람과 하는 섹스는 하룻밤의 유희로만 끝나지 않을 확률이 높았다. 필연적으로 다시 자게 되거나 사귀게 되었으니- 원나잇이 아니었던 셈이다. 혹은, 저번의 글에 썼던 것처럼 사귀기 전에 잤다 하더라도, 결국 연인이 되었으니 그것 역시 원나잇이 아닌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달랐다. A는 어느 라틴클럽에서 만난, 완전히 낯선 사람이었다.
내가 라틴댄스 클럽에 간 것은 그날이 처음이었고, 그곳은 세계 각국에서 모인 라틴댄스의 고수들과 생초보들이 모두 모이는 곳이기도 했다. 그날 밤은 초보자를 위한 라틴강연이 있는 날이었다. 우선 각각 30분씩 살사와 바차타의 기본 스탭을 익히고, 그 후부터는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춤을 출 수 있는 자유로운 파티 시스템. 나는 마치 쿠바 사람에게 빙의라도 한 것처럼 온몸이 땀에 흠뻑 젖도록 스텝을 밟았다. (잘 추는 것과는 별개다! 잘 추는 것과는!)
그리고 A가 내게 다가왔다. 그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알 수 있었다. 나는 오늘 밤 그와 잘 것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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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손을 잡고 스텝을 밟으며 춤을 추는 내내, 서로의 눈에는 스파크가 튀었다. 우리는 길거리에서도 함께 춤을 추었다. 침대에 누워 서로의 심장이 같은 속도로 뛰자 우리는 서로에게 입맞췄다. 그것은 마치 춤과 같았다. 삼바처럼 열정적이었고, 바차타처럼 관능적이었으며, 탱고처럼 긴장되기도 했고, 살사처럼 변칙적이었다.
하지만 정작 섹스는 열정적이었던 춤과 키스에 비해서는 의외로 별것이 없었다. 이미 모든 열정을 그것들에 쏟아부었기 때문일까? 하지만 그의 섹스는 다정했다. 심지어 대부분의 남자가 피하는 커닐링구스도 적극적으로 즐겼고, 내가 느끼는 것에 최대한 신경을 쓰고 있었다. 폭력적이거나 강압적이지 않고, 콘돔도 잘 끼고, 거시기는 적당히 크고 엉덩이도 얼굴도 예쁜 낯선 남자와의 섹스가 얼마나 드물고 소중한지 아는가? 어쨌든 섹스는 나쁘지 않았고, 그것으로 그날 밤은 즐거웠다.
그리고 나는 가벼운 꿈을 꾸었다. 약간 어슴푸레하게 밝아오는 새벽 아침에, A가 옷을 찾아서 입고는 나에게 "즐거웠어."라고 말하고 그대로 나의 집을 나서는 꿈. 너무도 상쾌한 그의 태도에, 나는 비몽사몽 밝게 웃으며 그를 누워서 배웅했다.
하지만 다음날 아침이 되자, 현실의 그는 여전히 내 옆에서 이불을 끌어안고 자고 있었다. 그리고 전날 밤의 춤과 섹스로 녹초가 된 몸을 이끌고- 하우스 메이트가 샤워를 하는 소리를 들으면서 우리는 소리를 죽이고 섹스까지 했다. 그리고 섹스가 끝나자, 그는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나는 어쩐지 진정할 수가 없었다. A에게 설레서? 아니! 어서 빨리 저 녀석이 집에 가줬으면 좋겠어서! 하지만 그렇다고 괜찮은 밤을 함께한 그에게 매몰차게 나가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나는 거실로 나와 그가 깨어나기만을 기다렸다. 혹시라도 저 녀석이 내 방에 있는 뭔가를 훔쳐가면 어쩌지 싶어 일부러 방문까지 살짝 열어놓고 말이다. (정말 그런 일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마침내 그가 깨어나자, 나는 짐짓 아무렇지도 않은 척 잘 잤냐고 묻고는, 일부러 여유로운 척했다. 이런 상황이 익숙한 척 말이다. 그가 주섬주섬 옷을 입으며 "오늘 뭐해?"라고 묻자, 나는 "오늘 일하지!"라고 대답했다. 나의 발랄한 대답에 그는 어쩐지 할 말을 잃은 듯했다. 옷을 다 입고, 현관문 앞에서도 그가 서성이며 떠나지 못하자 나는 상큼하게 웃으며 오른쪽을 가리켰다.
"엘리베이터는 저쪽이야."
그는 뒷머리를 긁적이며, 천천히 복도 끝으로 사라졌다. 나는 그가 가자마자 시트를 벗겨내고 세탁기에 넣었다. 커다란 윙윙 소리를 내며 하얀 거품과 함께 돌아가는 하얀색 침구류. 그것을 보면서 생각했다.
그냥 손가락 딱, 해서 남자가 사라지면 좋을 텐데, 하고.
A와의 섹스를 후회하는 것은 아니었다. 다시 말하지만, 섹스는 즐거웠다. 다만 섹스 전후에 따라오는 고민, 불안, 공포가 그의 매력을 반감시켰다. 지금 생각해도 그를 집으로 데리고 온 것은 아주 큰 모험이었다고 생각한다. 그가 혹시라도 나의 집에 찾아와 해코지를 할지도 모르는데, 하나 당시의 나는 그 정도로 여성의 안전에 대해 민감하게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 그런데 또 그 와중에 물건이 없어질까 봐 그를 감시(!)하고 그가 섹스 중에 폭력을 휘두르거나 스텔싱(성행위 중 콘돔을 빼는 행위)을 할까 봐 걱정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내 침대 위에서 푹 자고 싶었다. 그런데 그가 가지 않으니 투덜거렸다. 내 침대에 그의 냄새가 배는 것도 싫었다. 내가 그런 고민을 한 것이 그것이 단지 원나잇이었기 때문일까? 과연 연애 관계라고 해서 저것과 같은 고민을 하지 않았을까?
섹스가 끝나고 함께 붙어 있는 시간. 그것은, 마음에 비례하는 것 같다. 내가 원했던 것은, 그런 "섹스"보다도 그런 "관계'였다. 삼바처럼 열정적이고, 바차타처럼 관능적이며, 탱고처럼 긴장되고, 살사처럼 변칙적인 "관계". 비록 A와는 처음 만났을지라도, 그렇게 리듬이 잘 맞는 상대와는 그런 관계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나는 아주 잠깐 기대했던 것 같다. 하지만 다음 날 아침, 그의 얼굴을 마주한 순간 나의 생각은 깨져버렸다. 그렇다고 섹스 후에 나를 껴안고 토닥여주길 바랬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나는 하룻밤만의 유희가 아닌, 고민, 불안, 공포를 포함해 즐거움, 기쁨, 심지어 나의 몸에 밴 그의 향기까지도 사랑할 그런 관계를 원한다. 나의 원나잇은 그런 교훈을 주고 뒷머리를 긁적이며 떠났다.
아, 빨래 다 됐다. 널고 운동 다녀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