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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서영 Mar 12. 2019

단톡방의 남자들에게 고하노니.

나대지 마라, 새끼들아.

나도 아는 단톡방이 있다.
단톡방 제목이 품번 좀(가제)이다. 남자들 야동 공유할 때 품번 알려달라고 할 때 그 품번이다. +가제로 쓰는 걸 양해 바란다. 나는 이걸 한번 밝혔다가 고소당한 전적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무혐의가 났지만.


주변 여자 품평과 연예인, 야동배우 야짤은 기본이고 자기들 성매매 한 얘기, 외국 가서 원정 성매매 한 얘기, 사귀는 여자랑 섹스 한 얘기, 바람피운 얘기 등 온갖 추접스러운 얘기는 다 했고 그 여자들 불법 촬영한 사진, 동영상도 다 공유했던 걸로 안다. 시시때때로 그 단톡방 멤버들끼리 여행도 갔는데 거기서 하루 종일 성 매매한 이야기도 했다. 그중 몇 명은 엄청난 패밀리 가이(family guy)라고 알고 있어서 더 충격적이었다. 그중 한 명은 그런 걸 대놓고 SNS에 올리다 결국 좌표 찍혀서 계정을 통째로 삭제당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아쉽다. 증거를 더 많이 확보해놨어야 하는데.  


내가 이걸 아는 이유는, 바로 그 단톡방에 소속된 본인들이 나한테 이야기를 해줬기 때문이다. 아직도 기억난다. 강남 어딘가를 지나는데 여기 어디에 있는 클럽에서 그 단톡방의 누구누구와 질펀하게 놀았다는 그런 얘기. 지금 결혼한 누구랑 어디서 섹스했다는 얘기. 한 번도 그들은 감춘 적이 없다. 나도 그게 괜찮다고, "남자가 그럴 수도 있지"라고 생각했다. 근데 아닌 거 지금은 안다. 진짜 끔찍한 새끼들이고 그걸 괜찮다고 생각한 나 자신이 미워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회의감이 드는 건 내 몫이 아니다. 그따위 행위를 하고도 고개 뻣뻣하게 들고 사는 그 남자들의 잘못이고, 그 남자들의 몫이다.


한때는 그 카르텔에 속하고 싶기도 했다. 그게 권력이라고 생각했고, 실제로도 권력이 있었다. "걔 요즘 너무 나대"라는 말 한마디로 나는 실제로 직장을, 인간관계를 잃었으니까. 나는 그들에게 품평을 당하는 물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러니까 그 장본인들이 나에게 그런 지저분한 이야기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근데 그 물건이 감히 의견을 밝히니 괘씸했겠지. 그래 놓고 그게 드러날 것 같으니까 너는 얼마나 떳떳하냐면서 협박하고 제 발 저려 명예훼손이라면서 고소하면서 입 막으려 들고, 너 까짓게 감히 이 카르텔을 무너뜨릴 수 있을 것 같냐고, 그렇게 생각했겠지.


근데, 나도 그 카르텔을 내가 무너뜨리고 싶지 않다. 뭐하러 내 손을 더럽혀? 너희들은 그만한 가치가 없어. 너네 스스로 파멸해. 재미없어서 더 이상 팔리지도 않고 시대에 뒤쳐져 누구도 기억 못 하고, 누가 말한 것처럼 "뚜껑 덜 닫힌 물티슈처럼 서서히 마르다" 쓸모 없어지길 간절히 바란다. 아니, 당신들은 이미 그러고 있다.


지금 나오는 모 연예인을 보고, 경각심이라도 가졌으면 좋겠다. 추저분한 대부분의 남자들이여, 너네도 좆될 수 있다는 사실을 제발 좀 알았으면 좋겠다. 너네 더 좆될 거 남아있어. 그러니까 나대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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