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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서영 Jul 02. 2019

첫인상, 잘해주기, 그리고 삼진아웃

어느 정 많은 사람의 인간 관찰기


1. 첫인상
나는 사람을 만날 때 첫인상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내가 어떻게 보이느냐도 물론 중요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것은, 상대에 대한 첫 느낌이다. 그거 맞다, Feel like Feel, 느낌적인 느낌. 그 사람의 생김새나 전체적으로 뿜어져 나오는 분위기, 인상 등에서 느껴지는 어떤 feel이 있는데- 대부분의 경우는 그게 굉장히 잘 맞았다. 그렇다고 신기까지는 아니고 야매 관상쟁이 정도 되시겠다.


<타인보다 더 민감한 사람>이라는 책에서는 그것이 민감한 사람의 재능(?) 중 하나라고 한다. 타인의 인상이나 행동, 습관 등을 재빨리 포착해서 상대방을 간파(?)하는 것이다. 물론 여러 번 재차 만나거나 대화를 나눌수록 그 이미지가 희석되거나 강해지는 경우는 있어도, 대부분의 경우 나와 맞을 것 같은 사람 혹은 아닌 것 같은 사람은 그 자리에 엉덩이 깔기도 전에 눈만 마주쳐도 느낌이 왔다. 몇 가지 사례가 있는데

(1) 모처에서 일할 때 새로 들어온 사람이 있었는데, 나는 애초에 그 사람의 입사를 반대했다. 목소리가 너무 가식적이고 면접 대답도 계속 꾸며내서 대답하고 비위 맞추려고 하고... 아니 그냥 풍겨져 나오는 기운이 시꺼맸다. 다른 사람들은 다들 싹싹하다고 그 친구를 좋아했지만 나는 묘하게 그 친구랑 계속 안 맞았고, 결국 내가 먼저 나왔는데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선배나 상사에게는 잘했지만 그 아래 후배를 계속 괴롭히고 있었다고. 전형적인 강약약강.

(2) 지인의 남자 친구들의 관상을 보고 헤어지는 이유를 대부분 맞췄다. 얘는 고집이 세네, 얘 바람 필 것 같은데, 얘 스토킹 하겠다, 헤어질 때 조심해. (근데 생각해보니 그냥 남자들의 행동 특징 아닌가...)

(3) 최근 알게 된 사람이 아무리 봐도 묘하게 겉도는 느낌이 들어서 혹시 성격 같은 것이 바뀐 계기가 있지 않냐고 물었더니 맞다고 하더라. 하지만 역시 사람은 쉽게 안 변하는 것 같다.

다만 단점이라면 직접 만나야만 효과를 발휘하고, 사진이나 텍스트로는 판단 불가. 그리고 게이더(...) 만큼은 정말 안 맞는다. 왜냐하면 나는 고백받기 전까지 그들을 모두 게이로 알고 있었기 때문(그래서 고백받고 늘 어리둥절했다. 저를요? 왜요??)

누군가는 첫인상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게 아주 위험한 일이라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27년간 쌓아온 나의 데이터 베이스와 조상 대대로 내려온 나의 민감함을 더 신뢰한다. 걱정 마세요 여러분 대부분은 좋은 사람입니다.

2. 잘해주기
사람의 본모습을 보려면 그 사람에게 엄청 잘해줘 보라는 말이 있다. 그걸 고마워하는지 당연하게 여기는지 우쭐해져서 깔보는지.


나는 원래 정도 많고 사랑도 많은 사람이라 일단 사람과의 관계가 생기면 애초에 처음부터 정말 극한까지 잘해줘 본다. 그 사람에 꼭 맞는 선물도, 연락도 자주 하고 나는 너를 신경 쓰는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내가 필요하다고 하면 곁에 있어주고 늘 응원해주고 여러 방면으로 힘이 되어주려 한다. 내가 이야기하기 편한 스타일인 건지는 모르겠지만 다들 나한테 과거 얘기를 어찌나 술술 하는지 솔직히 당황스러울 때가 종종 있는데 나는 그래도 듣는다. <개떡 같은 기분에서 벗어나는 법>이라는 책에 나온 ‘연민하는 목격자’ 역을 맡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의 본색이 드러난다.

내가 맡은 그 역할에 고마워하고 자신도 기꺼이 그 역할을 맡아주는 사람이 있는 반면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고 그렇게 지 필요할 때만 연락하고 사람을 감정 쓰레기통으로 쓰는 사람이 있다. 아주 이기적 이게도 자신은 그 역할 맡기를 거부한다. 후자의 이야기를 가만 듣다 보면 뭐 자기 자랑부터 남 욕, 불행 전파까지 아주 다양한데 보통 이런 글 읽어도 자기 얘기인 줄 모르더라 니 얘기야...

극한까지 잘해줄 때 물론 그 대가를 바라고 하는 일은 아니지만, 나도 바보는 아니라서 얼마큼 하다 보면 금방 그 의도가 보인다. (나이 먹을수록 그 주기는 빨라지고 있다.) 나를 친구 혹은 연인으로 생각하는지 호구로 생각하는지. 사람 생긴 대로 논다고 대부분 첫 느낌에서 그게 느껴지지만 나도 사람 어지간히 좋아해서 애써 그걸 무시하고 대화를 나눠보려 한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은 대체로 생각이 짧아 한 치 앞만 보고 모든 걸 술술 분다. 아니 감추는 경우도 있지만 1에서도 말했듯 나는 그게 굉장히 잘 보이는 사람. 그렇게 눈앞의 이익만 좇다가 영원히 놓치는 것이다. 나라는 존재를.

3. 삼진아웃제
위에서도 말했지만 나는 대체로 사람에게 매우 관대한 편이다. 정이 많고 마음이 약해서 웬만하면 장단에 맞춰 놀아주는 편인데- 정 떨어지면 얄짤없다.

여기서 도입(?)된 게 삼진아웃제인데 정말 딱 세 번은 아니고 평균적으로 두세 번의 기회와 한 번의 결정타라서 세 번이다. 싸한 거 두세 번에 결정타 한 번이면 나는 더 이상 그 사람 안 본다. 물론 그 과정이 무 자르듯 싹둑하고 잘리는 건 아니지만.. 말하자면 요가에서의 브리지 자세 같이 이루어진달까. 등뼈가 꼬독꼬독 하나하나 접혀 올라가는 느낌인데 그 과정이 제법 빠른 편이다. 싸한 건 태도일 때도 있고 대화 주제일 때도 있고, 그냥 습관일 때도 있고. 하지만 결정타는 보통 대화에서 나온다.

사람들은 흔히 사람 바꿔 쓰고 고쳐 쓰는 거 아니라는 말을 한다. 하지만 이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는데, 사실 사람은 바뀐다. 좋은 방향으로든 나쁜 방향으로든. 당연히 전자는 어렵고 후자는 쉽다. 후자는 나쁜 친구들에게 물들기 쉬운 그런 거랑 같은 거다. 그게 재미있거든. 하지만 바뀐다는 건, 특히 좋은 방향으로 바뀐다는 건 타인이 뭘 어떻게 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 원래 때려죽여도(아유 폭력적이야) 안 바뀌는 게 사람이다.

다만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아끼는 사람을 위해, 그 누군가를 위해- 스스로 그걸 느끼고 바뀌는 것. 어떻게 해야 상대방에게 어울리는 사람이 될까, 상대방이 좋아할까, 그런 사려 깊음 같은 것은 정말로 사람을 바꾼다. 선하게, 멋지게, ‘잘’ 바뀌는 것은 원래 정말 피를 토하는 고통이다. 더군다나 그게 타인을 위해서라면 이타심까지 키워야 한다. 나는 실제로 이렇게 바뀐 연인이 있었고 친구들이 있었다. 물론 나도 그런 사람이고 말이다. 그래서 타인을 위해 자신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것이 얼마나 값진 일인지 안다.

하지만 그런 변화가 종국에는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드는 것임을 모르는 사람들이 있다. 아니, 많다. (대부분 2에 나온 생각 짧은 사람들과 동일인물이다.) 그들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바뀌는 것에 깊은 적대감을 드러낸다. 솔직히 좀 안타깝다. 그래요, 그냥 그렇게 사세요라는 말밖에 해줄 말이 없다. 나까지 네 수준으로 끌어내리지 않았으면 좋겠어. 물론 나는 정이 많아서 사람 끊어내고 나면 나도 타격을 받는다. 상처 받아 피 흘리는 내 여엉혼(여러분 록키호러쇼 보세요) 그래도 그런 사람에게 내 에너지와 애정을 낭비하느니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날래.

그러니까 이렇게 귀엽고 러블리하고 사려 깊은 민셔와 친구 하자 1 더하기 1은 2지만 민셔 더하기 민셔는 천국이다(찡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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