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중에"라는 이름의 부도수표

뻐꾹뻐꾹 뻐꾸기가 운다

by 민서영

그런 사람들이 있어. “나중에”를 입에 달고 사는 사람들. 나중에 만나, 나중에 보자, 나중에 밥 한 끼 해, 커피 한 잔 해, 그런 사람들. 언제 보자, 아니면 하다못해 언제부터 언제까지 스케줄 괜찮아라는 말도 없이 그냥 습관적으로 “나중에”를 말하는 사람.

나는 그런 사람들과는 영원히, 다시는 약속을 잡아 만날 일은 없을 거라는 생각을 하고 그냥 잊어. 대부분 맞고. 물론 정말 바쁜 일이 있을 수도 있지 정신이 없을 수도 있고. 하지만 진짜 거기에 담긴 함의는 생각보다 간단하다고 생각해.


그만큼, 그러니까 그정도로는 나를 만나고 싶지 않은 거야. (혹은 그런 식으로 뻐꾸기 날린 사람이 너무 많아서 기억도 못하는 것이거낳ㅎㅎ)

예전에는 아쉬웠어. 이 사람은 왜 만나자고 해놓고 확실한 날짜를 안잡지? 못만난다면 못 만난다고 확실하게 말이나 해줄 것이지 왜 사람 떠보지? 차라리 내가 먼저 연락을 해야하나? 그런데 사실 정말 바쁜 거면 어떻게 하지?

그런데 있지, 굳이 그럴 생각도 없는 사람을 불러내서 내가 시간을 보내야 할 이유가 있을까? 아마 내가 이런 고민을 한다는 사실조차 안중에 없을텐데. 그냥 그 사람들은 그런 사람인거고, 그 사람들한테는 내가 그정도밖에 안되는 사람인건데 왜 내가 아쉬워해야하지. 그런 생각이 들었어. 그랬더니 신기할만큼 나와 시간을 보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다가오더라. 그리고 그거 알아? 그게 훨씬 즐겁다.

그러니까 괜히 “나중에” 연발하며 부도수표 날리는 뻐꾹뻐꾹 뻐꾸기들 말고, 지금 당장 제대로 약속 정하는 분명하고 제대로 된 사람과 만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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