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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수 Aug 29. 2017

4화: 드디어 시작!

#1. 고향 선배에게 빌려 온 예초기     


임차한 창고가 이런저런 이야깃거리를 남기면서 내 품에 들어왔다. 하지만 창고 안은 전 사용자들이 남기고 간 건축자재와 폐기물 따위가 방치되어 있다. 창고 밖은 한여름 멋대로 자란 풀이 주위로 무성한 데다 감귤밭에서 올라온 칡넝쿨이 주차장 시멘트 바닥을 넘어 곧 창고를 뒤덮을 기세다.   

  


나는 일단 무섭게 자란 풀부터 정리하기로 했다. 생각 끝에 예초기를 살 작정으로 허충현 고향 선배님께 전화를 드렸다.   

  

선배님예초기를 사려고 하는데요?”

뭐할라고예초기 사지 말고 그냥 빌려 가내가 알아봐 줄께!”     


그는 20대에 제주에 들어와 여러 사업체를 운영해 오면서 제주에 잘 자리 잡은 고향 선배이다. 내가 검은 소[黑牛] 사진을 찍기 위해 처음 제주에 왔을 때부터 늘 든든한 힘이 되어 주었다. 벌써 40년 넘게 제주에 살았으니 거의 제주 사람이다. 이제는 어느 정도 삶의 여유도 있고 자전거와 사진을 취미로 건강하게 살고 있다. 


    

나는 제주의 검은 소를 처음에는 스마트폰 카메라로 촬영해 보았다. 하지만 내가 소에게 다가서면, 소가 뒷걸음치거나 다가오는 바람에 번번이 실패했다. 그래서 서울의 카메라 대여점에서 DSLR 카메라를 빌려 와야 했다.      

그때부터 허 선배는 나의 제주 출사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그의 비싼 카메라와 렌즈를 선뜻 빌려주고, 그의 거처에서 재워 주고, 막걸리와 밥도 자주 사 주었다. 한편으로 제주에 거주하는 다수의 고향 분을 소개해 주었고, 지금도 나의 제주 정착을 돕기 위해 두루 살펴준다. 

    

이번에는 예초기를 돈 들여 사지 말고 빌려 쓰란다. 마침 본인의 것이 없어 다른 고향 선배께 연락해 빌려준다. 고맙기 그지없다.     


#2. 예초기가 쉽지 않다

  

처음 만져보는 예초기가 쉽지는 않다. 내게는 아예 생소한 기계이다. 그동안 울릉도 나 홀로 여행에서 제주로 돌아온 아티스트 승환을 만났다.  

   

예초기 만질 줄 알아?”

경험이 좀 있네요일하면서 해 보았어요.” “형님제가 할게요걱정 마세요!‘     


승환은 제주에서 먹고 살고자 여러 가지 일을 해 본 통에 예초기를 써 본 적이 있다고 한다. 나는 예초기를 빌려 오는 길에 철물점에 들러 밀짚모자, 보안경, 빨강 비닐 앞치마, 파란 장화를 사 왔다. ‘그래, 둘이 해보자’ 하고 예초기를 가지고 씨름을 했다. 하지만 세상에 쉬운 게 없다.  

  


예초기는 시동이 잘 안 걸려 처음부터 애를 먹었다. 구형이어서 스마트 버튼이 아예 없고 줄을 당겨 시동을 거는 방식이다. 나와 승환은 한여름 굵은 땀을 쏟아가며 시동줄을 당겨 대는데, 이게 실패의 연속이다. 봉사 문고리 잡는 격으로 이것저것 만져보고 당겨대니, 어쩌다 드디어 윙윙거리며 날개가 힘차게 돌아간다.   

  


승환은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파란 장화를 신고 보안경을 쓰니 영락없는 풀 베는 사람이다. 재미있는 모습에 냉큼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었다. 그는 경험이 있는 터라 예초기로 곧잘 풀을 벤다. 윙윙 힘찬 소리에 풀 베어지는 자리마다 시원하다.  

   


하지만 예초기의 ‘쇠 날’이 풀 속 숨은 돌에 닿아 튀기라도 하면 위험하다. 예초기의 날은 두 가지로 바꿔 쓸 수 있다고 한다. 두꺼운 칡넝쿨에는 빌려온 채로 쇠로 된 날을 사용했다. 그 외 잡초를 베는 데에는 위험하지 않은 ‘나일론 줄(날)’로 바꾸어 쓰기로 했다. 우리는 이번에는 날을 교체하기 위해 예초기를 붙들고 한참을 또다시 씨름했다. 결과는 실패였다. 참, 만만한 기계가 없다.    


 때마침 장 선생이 우리의 예초기 작업이 궁금하고 걱정도 되어 서귀포 중문에서 급히 오셨다. 역시 해결사다. 장 선생은 중문동에 있는, 농협에서 운영하는 농기계 수리센터 한 곳을 소개해 주었다. 우리는 그곳에서 날 교체하는 법을 쉽게 배웠다.   


 

 승환이 며칠 땀을 흘려가며 풀베기 작업을 하였더니 창고 앞마당이 시원하기 그지없다. 그사이 나는 감산리 창고 주인인 교수께 보낼 내 소개서와 제안서를 만들었다. 이 공간을 나만의 작업실이 아닌 ‘모두가 함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면 어떨까 하는 나의 구상을 보여드리고자 했다.     


부동산 거래하면서 자기소개서와 제안서 만들어 보내는 사람도 있네?”     


목포에 사시는 친누님의 궁금증 어린 물음이다. 그리고 나는 창고의 이름을 짓기 시작했다.


<다음 연재>



'제주 문화예술창고 몬딱' 밴드로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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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명을 검색해 가입할 수 있습니다.

From 김민수


도서 '쉽게 스마트폰 예술사진 잘 찍는 법' 출간 작가 / 스마트폰 사진 잘 찍는 법 강의 / 아티스트

김민수 www.kimminso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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