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소를 마친 창고는 말끔해졌다. 1986년에 지어져 내내 마을 감귤창고로 사용되던 곳이 이제는 문화예술터로 거듭나고자 한다. 물청소를 잘 마친 창고 안에서, 승환은 근처 쓰레기장에서 주어 온 몸에 맞지 않는 ‘도라에몽’ 장난감 자동차를 타고 어린애처럼 즐거워한다.
창고는 70평이나 되는 넓이에 천장도 꽤 높다. 뜨거운 여름은 지나갔지만 겨울이 걱정이다. 냉난방이 문제다. 모두들 대형 냉온풍기를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염려한다. 하지만 나는 문화예술창고-몬딱의 첫 겨울은 장작난로를 사용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어디 누군가 사용하지 않는 장작난로가 없을까? 여기저기 알아보았다.
“제게 안 쓰는 장작난로가 있어요!”
“가져다 드릴게요”
영민을 통해 알게 된 승민의 말이다. 얼마 전에도 승민은 그가 운영하는 펜션에서 사용하지 않는 집기를 이것저것 가져다주면서 다가올 겨울을 걱정해 주더니, 또 마침 장작난로까지 선뜻 기증하겠단다. 며칠 후 승민은 그 무거운 것을 손수 차로 실어다 준다. 난로가 예쁘고 근사하다.
승민은 몇 년 전 가족과 함께 제주에 정착했는데, 이제 제법 자리를 잡았다 할 만한 이주민 중 하나일 것이다. 그는 지금 제주시 삼양에서 펜션을 운영하면서 실내 인테리어 일도 겸하고 있다. 우리는 금세 친해져 형 동생이 되었다. 인테리어 일로 현장 경험이 많은 승민은 창고를 돌아보고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내놓으며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겠다고 한다.
물청소 후 드러난 거친 시멘트 바닥에 에폭시를 바르기로 했다. 승민에게 물어보니 별로 어렵지 않다며 일의 순서를 일러 주는데, 바닥 시공에 앞서 천장 전기‧조명 공사를 먼저 해야 한단다. 천장 작업에 사다리가 이리저리 옮겨 다니고 묵은 먼지들도 많이 떨어지게 되니 바닥에 앞서 상부 작업을 먼저 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또 승민은 잘 아는 형님 한 분이 전기 일을 하고 있노라며 그에게 전화를 건다. 나를 ‘창고에서 어렵게 시작하는 작가’라 소개하고는, 작업을 잘 해주십사, 그것도 특별히 염가로, 당부와 부탁을 아끼지 않는다. 게다가 그분이 작업하다 남은 에폭시 페인트가 있다고 한다며 그것까지 싼값에 살 수 있게 해 준다. 승민 덕분에 단번에 세 가지 문제가 해결된 것이다. 장작난로, 전기 작업, 바닥 에폭시 작업, 일정이 순조롭다. 참 고맙기 그지없다.
며칠 후 전기 작업이 시작되었다. 물론 기술자는 승민에게 소개받은 분이다. 문희성 씨란 분으로, 그 또한 이주민인데 전기 말고도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있었다. 특기할 만한 것은 올레길 표지판을 제작하여 납품하는 일로 제주 올레길 조성에 한몫하고 있는 것이었다. 제주에서 살아가려면 다양한 일을 해야 한다고 한다. 그것도 맞는 말 같다.
나는 각종 전기 제품 사용에 필요한 기본 콘센트와 더불어 벽면에 설치한 작품 감상에 필요한 갤러리 조명, 야간에도 넓은 주차장을 훤히 밝힐 수 있는 외등 공사를 동시에 의뢰했다. 그는 실측을 하고 나서, 갤러리 조명은 천장이 너무 높아 낮추어 설치하되 세 군데쯤으로 나누어 각각 리모컨 센서를 붙이는 것이 좋겠다고 한다.
“리모컨으로 갤러리 조명을 제어하세요!‘
“세 군데로 나누어 적절히 사용하면 전기료도 절약됩니다!”
‘역시 전문가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는 외등에도 리모컨 센서를 달아 주겠다고 한다. 총 350평 부지에 70평 감귤창고이다 보니 주차장이 제법 넓다. 깜깜한 밤에도 대문을 통과하면서 리모컨을 켜고 끄면 된다고 한다. 스마트한 세상이다.
그는 갤러리 조명을 설치하기 위해 높은 천장에 전기 레일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사용하던 형광등은 내 나름대로 생각이 있어 그냥 남겨 두려고 했지만, 누전 위험이 있다고 하여 모두 뜯어냈다. 꼼꼼하게 일을 잘 해준다. 무척 섬세한 성격인가 보다.
4~5일을 작업하여 전기 배선 공사가 깔끔하게 끝났다. 그런데 조명등은 배선 작업과 별개로 나더러 직접 구입하라고 한다. 조명등은 종류가 워낙 다양하고 가격도 천차만별이니 직접 구입하되 인터넷 구매도 좋을 것이라고 한다. 제주는 섬이라서 그런지 생활용품이 비교적 비싼 편이다.
나는 인터넷과 제주 중고장터 등에서 저렴하면서도 디자인이 예쁜 조명등을 구입하여 하나하나 직접 설치했다. 이제, 리모컨을 누르면 불이 환하게 켜진다. 세 구간으로 나누어 켜고 끌 수 있어 위치를 한정하거나 밝기를 조절할 수도 있다. 외등도 마찬가지이다. 승환과 나는 점등식을 가졌다.
“형님, 여기는 밤이 아름답네요.”
“그러게, 멋지네!”
만족이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 이제 바닥 에폭시 작업 차례이다. 승민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지만 승환과 나 두 사람에게도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싶었다. 하여 여기저기 인터넷을 좀 뒤져 보았는데, 어쩌면 쉽게 해낼 수 있을 것도 같았다. 그러나 우리의 에폭시 작업은 웃지 못할 많은 이야기를 남기게 된다.
<다음 연재>
'제주 문화예술창고 몬딱' 밴드로 초대합니다.
https://band.us/n/aaaav4Mctcg0e
밴드명을 검색해 가입할 수 있습니다.
From 김민수
도서 '쉽게 스마트폰 예술사진 잘 찍는 법' 출간 작가 / 스마트폰 사진 잘 찍는 법 강의 / 아티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