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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수 Oct 07. 2017

9화: 정크아트(Junk Art)로 채워 가는 창고

제주 문화예술창고-몬딱

#1. 정크아트 – 작품으로 변한 창고 철문          


창고는 조명을 설치하고 바닥 에폭시 작업을 마치자 비로소 쓸 만한 공간이 되었다. 이제는 ‘문화예술창고-몬딱’으로 거듭나야 할 때다. 70평의 공간, 무엇으로 어떻게 채울 것인가? 프로젝트의 개념은 ‘정크아트(Junk Art)이다.   

       

정크아트란 일상생활의 부산물인 폐품(잡동사니)을 소재로 제작하는 미술을 말한다. 경제적으로 썩 넉넉하지 않은 내가 공간을 꾸며 나갈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나와 승환은 이 개념을 바탕으로 창고를 예술 작업실로 만들어 보려고 한다.  

         

그동안 주워 모으고, 기증받고, 사다 나른 중고 물품과 이전 거주자들이 남겨 놓은 건축 폐자재가 이것저것 제법 많다. 감귤창고로 사용하던 이곳은 트럭이 들어갈 만한 크기의 철문 두 개가 있다. 우리는 우선 오래되고 녹슨 이 철문부터 꾸며 보기로 했다.    

       

한쪽 철문 안쪽에 나의 알루미늄판 디자인 작품들을 여기저기 자유롭게 붙여 보았다. 그리고 빈 곳에는 창고에 버려진 여러 가지 쇠붙이를 모아 자석을 이용해 붙였다. 볼트, 나사, 환풍기 팬, 체인 등은 창의적인 소재가 되었으며 구상한 대로 재미있는 정크아트 철문이 되었다.   

      





다른 한쪽 철문은 승환의 팝아트 형식의 작은 작품들을 붙여 나갔는데 그 또한 생각한 대로 멋진 공간이 된다.         


#2. 정크아트 – 팔레트 테이블과 통나무 의자          


고운기 시인이 사용하지 않는 오래된 물품들을 그의 창고에서 가져가라고 한다. 나는 갤러리트럭을 끌고 가서 한 아름 되는 통나무 12개, 소 멍에, 풍경, 창호지 바른 문짝 등 제법 쓸 만한 것들을 싣고 왔다. 영민은 며칠 새 모은 나무 팔레트 10개와 여러 폐품을 트럭에 싣고 성하와 함께 왔다.   

  

     

형님팔레트 잘 주워 왔죠!”

러시안블루 고양이는 못 데리고 오겠네요!”         

 

영민은 창고에 올 때마다 뭔가를 가지고 온다. 뭔가를 가져다주면 나와 승환이 이렇게 저렇게 새롭게 꾸며 내는 것이 기쁘다고 한다. 그런데 러시안블루 고양이는 성하의 펜션에서 떠나기 싫은 듯 할퀴어 대며 잡히지 않아 데려오지 못했다고 한다.  

        

그래잘했다고양이는 성하네 집에 두렴.”       

   

그 길고도 힘들었던 에폭시 작업을 끝내고, 창고 바닥이 마르는 동안 승환과 나는 앞마당에서 통나무 작업을 시작했다. 승환은 작업용 그라인더에 철 솔을 장착하여 통나무 표면을 거친 느낌이 들도록 다듬고, 나는 통나무에 오일 스테인을 발랐다.        


반나절 만에 12개의 통나무가 반짝거리며 제법 그럴싸해졌다. 창고 바닥이 완전히 마르자 우리는 성공을 자축하고 가장 먼저 중앙에 테이블을 꾸몄다. 나무 팔레트를 3단으로 쌓고, 그 둘레에 긴 원목 의자 하나와 보통 나무 의자 몇 개, 그리고 사이사이에 통나무를 배치했다. 창고는 어느새 빈티지 카페 모양새가 난다.


           

#3. 정크아트 – 주워 온 의자와 자전거          


영민이 또 낡은 나무 의자 2개를 주워 왔다. 제주 어느 바닷가에서 해풍을 맞아가며 오랜 시간을 보낸 듯한 의자들이다. 마침 내게도 해변에서 주워 온 의자 하나가 있어서 나란히 놓아 보았다. 그리고 의자와 어울릴 만한 큰 작품 하나를 뒤쪽 벽에 걸어 놓으니, 제법 조화를 이루어 내며 또 하나의 정크아트가 된다.        

  


창고 한쪽 귀퉁이에는 건축 일에 쓰임 직한 도구들이 벽걸이에 걸려 있다. 이전 사용자들이 버리고 간 것인데, 나는 이 공간을 그대로 살려 놓기로 했다. 오히려 벽걸이에 안전모, 벨트 등을 더 채워 나갔다. 그리고 골동품 자전거 한 대를 앞에 세워 놓았다.    

       

이 자전거는 바닷가에 버려져 있는 것을 몇 달째 지나치며 보다가 이중섭창작스튜디오 작업실로 갖다 놓았던 것이다. 이 녀석도 비로소 제자리를 잡은 것 같다. 한편, 영민에게서 스킨스쿠버 장비까지 협찬받아 함께 진열하니 가까이 제주 바다가 연상된다.   

       


창고를 빌린 후, 나는 사진을 찍으러 다니면서 바닷가에 버려진, 내 나름대로는 쓸모 있는 물건들을 하나둘 주워 날랐다. 어장용 부표, 밧줄, 해안가에 떠밀려 온 대나무, 바짝 마른 나뭇가지, 아날로그 TV 등이 그러한 것들이다. 이제 이런 나의 행동을 아는 주변 사람들은 종종 뭐든지 가져다준다. 


어느 날 성하가 오래된 자개 밥상 하나를 가져왔다.  

         

형님친구가 중고 장터에 내놓은 걸 그냥 달라고 해서 가져 왔네요!”   

       

자개 밥상을 받아 놓고, 승환과 나는 이 물건을 어떻게 예술적인 작품으로 만들 것인지 고민했다. 그런데 그 자개밥상은 우리 두 사람에게 정말 의미 있는 기념물이 되고 만다.          


<다음 연재>                


'제주 문화예술창고 몬딱' 밴드로 초대합니다.

https://band.us/n/aaaav4Mctcg0e

밴드명을 검색해 가입할 수 있습니다.

From 김민수

도서 '쉽게 스마트폰 예술사진 잘 찍는 법' 출간 작가 / 스마트폰 사진 잘 찍는 법 강의 / 아티스트

김민수 www.kimminso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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