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문화예술창고 '몬딱'
추석이 며칠 남지 않았다. 올 추석에는 고향에 가지 못한다. ‘문화예술창고-몬딱’의 10월 말경 오픈 목표일을 앞두고 준비 작업 일정이 너무 바쁘기 때문이다. 승환도 창고 일을 돕겠노라 제주를 떠나지 않기로 했다. 바닥 에폭시 작업을 끝낸 후 우리는 다양한 공간 구성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이모저모 궁리 중이다.
이번에는 사진 스튜디오를 만들기로 했다. 높은 창고 벽은 인물사진 스튜디오에 적격이다. 인터넷으로 구매한 대형 흰색 롤스크린은 이미 도착해 있다. 그러나 4m 높이에 쓸 만한 사다리가 없어 진행을 못 하고 우리는 작업을 추석 연휴 중으로 미뤘다.
일단 A형 큰 사다리를 구했다. 촬영 배경지(롤스크린)를 설치하는 것은, 벽에 거치대를 달고 스크린을 걸면 되는, 간단한 작업인데 일이 그리 수월치만은 않다. 사다리를 높게 세우고 올라가, 전동 드릴로 시멘트벽에 구멍을 내고 칼브럭을 심은 뒤 못으로 거치대를 튼튼하게 고정해야 한다.
나는 사다리를 잡아 주고, 승환이 사다리를 타고 올라 벽에 거치대를 고정하는 작업을 했다. 거치대에 스크린을 걸고 내려뜨리니 완성이다. 조명장치까지 옆에 세우니 제법 스튜디오 분위기가 난다.
“이제 스튜디오도 만들 수 있네요!”
승환은 힘들게 작업을 마친 후 이제는 스튜디오도 만들 수 있노라 큰소리치며 웃는다. 요즈음 우리는 배우는 것이 많다. 특히 승환은 처음 하는 일도 겁내지 않고 달려들어 척척 해 나간다. 고맙기 그지없다. 우리는 스튜디오에서 첫 사진으로 우리의 기념사진을 찍었다.
사진 스튜디오는 이곳 감산리 어르신들의 인물사진이나 주민들의 가족사진을 촬영해 드리는 등, 주로 재능나눔을 실천하기 위해 마련한 것이다. 문화예술창고-몬딱을 찾은, 물론 희망하는 분에게도 이용될 것이다. 흰색의 배경 스크린은 빔-프로젝터용으로도 유용할 듯하다.
이제 갤러리를 만들기로 했다. 오래된 회색 시멘트벽에 액자를 걸고 조명이 어우러지면 창고는 제법 갤러리 분위기를 연출하리라. 전날 스튜디오를 만들 때 레이저 수평계가 없어 고생했던지라 수평계를 빌려오기로 했다. 레이저 수평계는 인테리어 일을 하는 승민이 가지고 있다. 나는 늦은 밤 제주시 삼양동까지 차로 한 시간을 달려가 사용법을 익히고 빌려 왔다.
레이저 기계로 수평을 잡으니 일이 한결 쉽다. 승환은 이제는 익숙한 솜씨로 전동 드릴을 가지고 시멘트벽에 액자를 척척 걸어 나간다. 나는 우선 ‘제주흑우’ 사진 중에서 좋은 것 8점을 골라 걸었다. 나머지 공간은 승환의 작품과 다른 작품들을 위해 남겨 두었다.
“형님, 이제 제주에서 미술관 전시 아르바이트도 가능하겠어요!”
또 승환의 웃음엣말이다. 요 며칠 작업에 창고가 제법 풍성해지고 볼거리가 많아진다. 갤러리가 되고, 사진 스튜디오가 되고, 누구나 쉬어 가는 공간이 되어 간다. 다양한 문화예술 콘텐츠를 만들어 가야 하는 공간이므로 70평 공간을 잘 나누고 복합해야 한다. 우리는 추석을 하루 앞두고 갤러리까지 잘 마무리했다.
우리 두 사람은 창고에서 추석 차례를 지내기로 했다. 음식은 서귀포 이마트에서 간소하게 준비했다. 추석날, 나는 아침 일찍 이중섭창작스튜디오에서 나와 창고 안에다 텐트를 치고 자고 있는 승환을 깨웠다.
나는 한국조폐공사가 천연기념물 기념 메달의 모델로 선정한 바 있는 나의 제주흑우 사진 액자 앞에 멍석을 깔았다. 그리고 그 위에 일전에 성하가 가져온 자개 밥상을 폈다. 예전에 필시 제사상이나 차례상에 쓰였을 귀한 자개 밥상이 2017년 문화예술창고-몬딱에서 다시 다리를 펼쳤다.
따뜻하게 덥힌 햇반 두 그릇과 함께, 준비한 음식을 일회용 접시에 담아 자개 밥상 위에 정성스럽게 올렸다. 그리고 상 너머에 작은 단을 만들고 그 위에다 승환의 팝아트 돼지 저금통 하나를 놓았다. 승환은 얼마 전부터 플라스틱 돼지 저금통에 아크릴 물감과 붓, 펜 등을 사용하여 디자인 작업하는 ‘흑돼지 팝아트’에 열심이다.
나의 흑우 사진과 승환의 흑돼지 팝아트 작품이 차례상에 함께하니, 우리에게는 참으로 의미 있는 차례상이 된다. 우리는 차례로 막걸리를 종이컵에 따라 올리며 절을 했다.
술을 따라 올리며 나는 말했다.
“우리 이제 진짜 형 동생이 된 것 같다.”
승환은 묵묵히 듣고 있었다. 뒷날 술자리에서 승환은 그때 나의 말이 참 좋았다고 한다. 그렇게 두 사람의 의미심장한 2017년 추석은 지나가고, 우리는 다시 일을 시작했다. 그러면서,
‘문화예술창고-몬딱‘의 오픈식을 10월 28일 오후 5시로 결정했다!
<다음 연재>
'제주 문화예술창고 몬딱' 밴드로 초대합니다.
https://band.us/n/aaaav4Mctcg0e
밴드명을 검색해 가입할 수 있습니다.
From 김민수
스마트폰으로 아름다운 제주의 풍경을 담아가세요. 장소와 촬영 방법을 함께 합니다.
도서 '쉽게 스마트폰 예술사진 잘 찍는 법' 출간 작가 / 스마트폰 사진 잘 찍는 법 강의 / 아티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