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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수 Oct 13. 2017

11화: 하트 무지개를 꿈꾸는 창고

제주 문화예술창고 - 몬딱

#1. 창고에 들어온 오래된 검정 피아노     


무지개 꿈을 꾸었다. 꿈에 승환, 영민과 함께 차를 타고 가는데 영민이 음악학원에 가자고 한다. 운전대를 잡고 있던 나는 제주 어느 들판 너머로 하트 모양의 무지개가 뜬 것을 보고, 두 사람에게 신기한 무지개를 보라고 했다. 그 순간 어디선가 ‘민수야! 음악학원 여기야!’ 하고 크게 부르는 소리에 놀라 눈을 떴다.   

  

하트 모양의 무지개가 생생하다. 세상에 그런 무지개가 있으면 재미있겠다는 상상을 하면서 이중섭창작스튜디오를 나와 창고로 향했다. 왠지 오늘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그런데 오전 일찍 영민에게서 카톡이 온다.  

   

형님피아노요!"

'“무료입니다대신 직접 가져가야 한대요.”    


음악학원, 꿈이 딱 들어맞는다. 영민은 피아노 사진을 내게 보내 주면서 빨리 결정해야 한다고 한다. 피아노는 온라인 중고장터에 올라와 있는데, 지금 제주 조천읍에 있단다. 나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조천읍이면 여기서 차로 한 시간 거리이다. 트럭 운송비며, 무거운 피아노를 어떻게 트럭에 실어 올지.

      

눈치 빠른 영민은 금세 낌새를 알아채고, 내가 피아노를 가져올지 말지만 결정해 주면 자기가 승민의 트럭을 빌려 둘이서 운반해 오겠노라고 한다. 결국, 나는 트럭을 이용하자는 부탁이 잦아 미안하니 승민에게 기름값이라도 주고 가져오자고 했다.     

 

그런데 피아노를 어떻게 두 사람이 들지?”

걱정 마세요!”   

  

영민 특유의 밀어붙이기식 군인 정신이 발동한다. 영민은 트럭에 옮겨 실어 올 수 있다고 자신한다. 20대 팔팔한 나이도 아니고, 내심 걱정하며 기다리는데 다시 연락이 온다.     


두 사람으로는 안 되는데요!”     


그렇지, 역시 우려한 바대로다. 피아노는 적어도 성인 남자 4명은 있어야 들어 옮길 수 있는 무게로 알고 있다. 나는 아쉽지만 포기하자고 했다. 하지만 영민에게 불가능은 없다. 다시 연락이 오기를, 어느새 동네 사람들을 모아 트럭에 옮겨 실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쉽고도 어렵사리 구한 피아노가 다음 날 승민, 성하와 함께 창고에 도착한다.   

       

성하는 고맙게도 피아노를 내릴 때 손을 보태기 위해 함께 왔다. 발 벗고 나서서 피아노를 트럭에 올려 준 영민은 스노클링 강습이 있어 오지 못했다. 피아노를 트럭에서 내리는 일은 별 어려움이 없었다. 마침 창고에 놀러 온 이중섭창작스튜디오 입주 작가 권기철, 김동기를 비롯하여 승민, 성하, 승환, 그리고 나까지 장정 6명의 힘으로 피아노는 창고에 무사히 안착할 수 있었다.

      


오래된 회색 시멘트 창고와 연륜이 묻어나는 검정 피아노가 제법 잘 어울린다. 피아노에 조명을 비추니 멋지게 빛난다. 넓은 창고에 퍼지는 건반의 울림도 참 좋다. 아직은 내가 제주에서 가까이 알고 지내는 사람 중에 피아니스트가 없다는 것이 조금 아쉽기는 하다.  

  


‘문화예술창고-몬딱‘에서는 매월 문화예술 행사를 하고자 한다. 전시 갤러리는 물론 나는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문화 공간을 꿈꾼다. 그래서 피아노도 한 대 갖추어 놓으면 앞으로 행사에 도움이 되겠다 싶었는데, 하트 무지개 꿈을 꾼 날, 나의 바람이 마법처럼 이루어졌다. 

         

#2. 하트 무지개 꿈     


무지개 꿈을 꾼 날, 보너스가 하나 더 생겼다. 추석 연휴에 휴식차 서울에서 온 유식용 고등학교 선배가 창고에 들렀다. 선배는 제법 꾸며진 창고를 보더니 내게 오픈 선물을 하고 싶으니 창고에서 필요한 것 중 제일 비싼 것 한 가지를 말해 보란다.        

  

“네? 괜찮습니다.”

빔프로젝터요!”       

   

문화예술창고-몬딱에서 행사나 강의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빔프로젝터가 꼭 필요하다. 며칠 전 사진 스튜디오를 만들면서 흰색 롤스크린을 설치해 놓았다. 이 스크린은 사진 촬영 배경 화면용으로뿐만 아니라 빔 스크린으로도 사용하기 위한 것이다. 그래서 마침 나는 알맞은 빔프로젝터 하나를 사들이려고 생각하고 있었던 참이었다.      


내 입에서는 사양과 청이 동시에 튀어나왔다. 선배는 원하는 기종을 골라 알려 달라고 한다. 서울 가서 구해 보내 주겠다고 한다. 여기서 긴 이야기는 못 하지만, 내게는 늘 고마운 선배이다.  

  

다음 날, 나는 내가 가장 아끼는 흑우 사진 작품 한 점을 선배에게 선물로 보내기로 했다. 내가 항상 가까이 놓고 바라보는, 내게 늘 좋은 일만 가져다주는 존재라 믿는 늙은 흑우 사진이다. 선배의 가정에 평안함이 깃들고 하시는 모든 일이 잘 되기를 바라면서.  

         


그렇게 하트 무지개 꿈은 내게 정말 꿈같은 하루를 선사했다. 


이제 ‘문화예술창고- 몬딱’에서 하트 무지개가 뜰 것 같다.          


<다음 연재> 


'제주 문화예술창고 몬딱' 밴드로 초대합니다.

https://band.us/n/aaaav4Mctcg0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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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김민수


도서 '쉽게 스마트폰 예술사진 잘 찍는 법' 출간 작가 / 스마트폰 사진 잘 찍는 법 강의 / 아티스트

김민수 www.kimminso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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