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민수 Oct 19. 2017

12화: 우리를 가난한 예술가로 보지 않아

제주 감산리 문화예술창고 '몬딱'

#1. 스마트폰 사진 갤러리가 된 대형 TV          


이제 창고는 내가 그리던 문화예술 공간으로 점점 탈바꿈하고 있다. 피아노가 있고, 사진 스튜디오가 있고, 쉼터가 있다.



우리를 가난한 예술가로 보지 않을 것 같네요.”     


승환의 말이다. 그렇다. 72인치 대형 TV, 방문객용 컴퓨터, 원두커피 머신 등, 최첨단 디지털 제품들이 창고 안에서 자리를 함께하니 빈티지 고급 카페 같다.     

 

이 물품들을 창고에 들여오는 데에는 고운기 시인의 도움이 있었다. 72인치 TV는, 그가 잘 아는 어느 회사가 사업상 비품 정리를 하는 차에, 그의 소개로 값싸게 사 온 것이다. 게다가 커피 메이커와 컴퓨터 등 사무실 집기까지 기증받았다. 고운기 시인에게 감사하다. 이런 전자 제품들과 며칠 전 선물 받은 빔프로젝터 등을 갖추고 보니, 승환의 말도 일리가 있어 보인다.     


나는 애초에 창고 벽면에는 제주흑우 작품사진 액자를 전시하고, TV 모니터를 이용하여 스마트폰 사진 갤러리를 꾸미고자 계획했다. 그동안 스마트폰 사진가로 활동하면서 카메라에 담아 놓은 수많은 사진 가운데 전시할 만한 것들이 꽤 있다. 많은 사진을 출력하고 액자로 만들어 전시해 놓기도 어려운 일이거니와 비용도 만만치 않다. 그래서 영상으로 전시할 수 있는 대형 TV가 절실히 필요했다. 이제 계획대로 72인치 대형 TV가 이 일을 해낼 것이다.     



USB에 몇백 장의 작품사진을 담아 TV의 전자앨범 기능을 이용하여 스마트폰 사진 갤러리를 만들었다. 옆 컴퓨터에서 흘러나오는 음악과 함께 스마트폰 화면의 작은 사진을 72인치 화면으로 크게 보니 감회가 새롭다. 지난날의 사진들을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승환에게 조용히 답을 했다.    

 

그래돈 많은 작가가 제주에서 놀고 있다고 그러겠다.”     


‘문화예술창고-몬딱’은 모두에게 열린 공간이다. 최근 방문하는 이들이 가끔 질문한다.


먹고 사는 문제는 어찌하나요?”   


나는 그 질문에 “그건 저도 고민입니다.”라고 답한다. 어찌 되었든 창고는 그렇게 스마트폰 사진 갤러리라는 콘텐츠가 하나 또 늘었다.       

        

#2. 주워 온 대나무로 만든 조명     


창고가 크고 높아 조명이 아직 부족하다. 갤러리 조명은 꼭 있어야 하므로 비용을 들여 설치했다. 천장에 멋진 조명등을 몇 개 더 매달아 놓고 싶은 욕심이 있지만, 가격이 꽤 비싸다는 사실을 이번에 알게 되었다.   

   

승환과 나는 제주 바닷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나무를 주워다 조명등을 직접 만들어 달아 보기로 했다. 마침 고산의 허 선배가 지난번 태풍에 차귀도 해안가에 대나무가 많이 떠밀려와 있다고 알려 준다. 


우리는 대나무를 찾으러 나섰다. 고산 차귀도 해안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해안을 걸으면서 살펴보니 대나무가 꽤 있다. 천장에 매달기 좋은 길고 튼튼한 대나무 몇 개가 필요하다. 한참 만에 우리는 쓸 만한 대나무 2개를 골라 들고 제법 먼 거리가 된 주차장까지 힘들게 옮겼다. 그런데 가져온 승합차에는 긴 대나무가 아무래도 들어가질 않는다. 일단 허 선배 창고에 맡겨 두기로 했다.     



돌아오는 길에는 깨어진 대나무 하나를 주워 왔다. 그것도 차 안에 겨우 들어가는 것이었는데, 창고에 도착하니 강아지 세미와 세콤이 달려들어 별것인 양 대나무에 코를 대고 킁킁거린다.   

 


대나무는 확보했다. 조명등으로 쓸 전구는 비용을 절감하기 위하여 승민이 알려 준 중국 쇼핑몰에다 이미 몇 개를 신청해 놓았다. 

    

형님잊을 만하면 도착합니다.”     


10여 일 후, 승민의 말대로 중국발 전구는 잊을 만할 때 창고에 도착했다. 이번에는 아예 승민의 트럭을 가져가 고산 허 선배 창고에서 그 대나무를 실어 와서는, 우리는 거기에 전구를 달고 조명등을 만들어 가기 시작했다.

 


이래저래 아이디어를 내어 가다 보니 제법 쓸 만한 모양이 된다. 어렵사리 천장에도 매달고 벽에도 세워 놓았다. 불을 밝히니 나름 분위기가 난다.    

 



형님우리 대나무 조명 만들어 팔죠!”

그래잘 만들어 어디 팔아 볼까?”     


창고 내부를 꾸미기 시작한 지 어느새 2달째, 그동안 우리는 많은 것을 배우면서 만들어 왔다. ‘문화예술창고-몬딱’의 오픈을 이제 10여 일 앞두고 우리는 여전히 새로운 작업에 열중이다.     

<다음 연재>



'제주 문화예술창고 몬딱' 밴드로 초대합니다.

https://band.us/n/aaaav4Mctcg0e

밴드명을 검색해 가입할 수 있습니다.

From 김민수


매거진의 이전글 11화: 하트 무지개를 꿈꾸는 창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