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 감산리 문화예술창고 몬딱
2017년 10월 28일 토요일 오후 5시 오픈. ‘문화예술창고-몬딱’의 오픈 일정을 잡아 놓고 3개월 동안 쉬지 않고 달려왔다. 창고는 당일 오전까지 마무리 작업이 계속되었다. 승민과 성하는 전날 창고 안에 장작난로를 설치하느라 야간작업까지 했다. 행사 때 추울 수도 있으니 꼭 설치해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장작난로가 들어오니 창고 안이 더욱 정겹다. 8월에 승민에게서 기증받은 이 장작난로는 여름 내내 주차장 한쪽에서 뜨거운 햇볕을 받아가며 몸을 달구었다. 이제는 창고 안에서 우리를 따뜻하게 해 줄 것이다. 창고가 넓고 높아서 난방이 충분하지는 않겠지만, 일단 올겨울은 장작난로로 넘겨 볼 작정이다.
땔감은 얼마 전 이미 준비를 해놓았다. 창고를 정리할 때 나온 폐목 정도로는 한겨울을 보내기에 부족하겠다 싶던 차에, 영민을 통해 알게 된 지인이 망고나무 폐목을 한 트럭 가득 기증해 주었다. 땔나무는 창고 밖 한편에 차곡차곡 쌓아 올려 두었다. 참 알 수 없는 행운이 계속된다. 난로는 물론이거니와 땔감까지 기증받다니 참으로 감사할 뿐이다.
행사일 아침에 시험 삼아 장작을 넣고 불을 피워 보니 성능에 전혀 문제가 없다. 난로는 몸통 위쪽으로는 고기를 구울 수 있는 철판을, 한쪽 옆으로는 고구마 따위를 구울 수 있는 장치까지 달고 있다. 이것저것 구워 먹을 생각에 다가올 겨울이 벌써 즐겁다.
“올림픽을 치루는 것 같네요!”
승환은 가끔 재미있는 말을 툭 던진다. 오픈일까지 쉴 새 없이 달려오는데, 그사이 힘든 기색 한 번 내비치지 않고 묵묵히 일해 온 승환이다. 오픈식이 이렇게 커질 줄 몰랐고 처음 경험하는 일이란다.
그렇다. 좀 과장하자면, 우리는 올림픽 개회식이라도 치르는 마음으로 ‘문화예술창고-몬딱’의 오픈식을 준비하고 있다. 제주에서 알게 된 여러 지인에게 초대장을 보냈다. 감산마을 이장님과 마을 분들도 축하차 들러 주시기로 했다.
행사 일정에 축하 공연도 마련하였다. 공연 계획은 뜻밖의 것이었다. 고향 선배이자 한국무용을 전공한 예술인 강은영 님이 10월 말에 제주도로 여행 온다는 이야기를 우연히 듣고서, 인사차 전화를 넣고는 어렵게 공연 부탁을 하였더니 흔쾌히 허락한 것이다.
“그래, 북 가지고 가서 한번 신나게 쳐 주마!”
게다가 서울에서 여자 친구 5명이 제주도 여행을 위해 비행기 표를 예매했다고 한다. 일정을 물어보니 마침 몬딱 오픈일 전후다. 5명 중에는 성악을 전공으로 서울대를 거쳐 이탈리아에서 공부한 친구 박선하와 가수 데뷔를 앞두고 신곡을 준비 중인 친구 김채아가 있다. 이 두 친구도 모두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무대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들이다.
“제주도 오는 김에 축하 공연 좀 해 주라!”
“그래, 우리들이 민수 너를 빛나게 해 주마!”
이렇게 북춤, 성악, 대중가요로 구색을 갖춘 공연이 펼쳐지게 되었다. 나는 갑자기 커져 버린 공연에 고민이 생겼다. 그럼 걸맞은 음향 설비를 갖추어야 할 것이 아닌가. 무대는 승민과 성하가 잘 만들어 주었지만, 음향 장치는 또 어찌할 것인가.
우리는 창고 작업 중 식사는 근처 식당을 주로 이용했다. 가장 가까운 ‘우리가든’ 식당은 감산마을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곳으로, 음식이 맛있고 푸짐하다. 제주도는 지역 주민이 주로 이용하는 식당과 관광객이 주로 이용하는 식당이 따로 있는 듯하다. 지역 주민이 자주 찾는 곳은 대체로 값도 싸고 맛있는데, 이 식당도 그렇다.
오픈일이 얼마 남지 않은 어느 날, 승환과 나는 ‘우리가든’에서 저녁을 먹으면서 공연 준비를 걱정하는 대화를 나눴다. 손수 요리를 하는 식당 사장이 음식을 나르다가, 단골이 되어 제법 친해진 우리에게 창고 오픈은 잘 준비되고 있는지 물어 온다.
“그런데 공연도 하세요?”
우리의 대화를 들었나 보다. 그는 창고가 그저 작가들의 작업실이나 전시장인 줄 알았다고 한다. 나는 창고를 문화예술 공간으로 만들고 있으며,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기획하여 감산마을과도 함께하고 싶다고 전했다.
“그럼 음향은 어떻게 준비하나요?”
식당 사장의 갑작스러운 질문이다. 그의 입에서 ‘음향’이라는 단어가 나온다. 식당에서는 당연히 ‘그 날 음식은 어떻게 준비하세요?’라는 말이 나와야 하는데, 본업과는 전혀 다른 질문이다. 나는 순간 ‘이건 뭐지?‘ 싶었다.
“내가 취미로 음악을 합니다. 여기 한번 보실래요?”
그는 식당을 운영하면서 취미로 음악을 한다고 한다. 음향 장비를 가지고 있고 색소폰 연주도 할 수 있어서, 마을에 축제나 행사가 있으면 자주 봉사를 해 왔다고 한다. 우리에게 보여준 방 안에는 놀랍게도 웬만한 음악 장비가 다 모여 있었다. 대형 음향 장비는 물론 드럼, 노래방 기기, 등등, 심지어 가야금도 보였다.
마을 청년회장을 역임했다는 그는 마을 축제를 기획하고, 음악 장비를 지원하고, 연주를 하는 등으로 마을을 위해 재능 나눔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더니 내게 이 음향 장비를 얼마든지 무상으로 사용하게 해 주겠단다. 창고의 취지가 매우 좋았고, 앞으로 감산마을을 위해 꼭 좋은 공간이 되기를 바란단다. 그리고 행사일에 의자가 필요하면 동네 이장님께 말하면 빌려줄 것이라는 정보까지 얹어 준다. 곁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승환은 ‘대박! 대박!’ 하고 있다.
나의 큰 고민이던, 차후 음향을 비롯한 음악 관련 부분이 밥을 사 먹던 가까운 식당에서 이렇게 기적처럼 해결 될 줄은 정말 몰랐다. 행운은 늘어가고 감사는 커져만 간다.
드디어 D-day! 28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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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김민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