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를 딛고 오늘을 살아야 할 이유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폐지 줍는 노인의 일상
밥 먹고 살기 위해
밥을 거른다
ㅡ 사사영상 <GPS와 리어카> 중 ㅡ
어제, 92세의 독거어르신 할머니를 뵙고 왔다.
그녀의 딸은 내내 할머니를 방치하며 살아온 듯했다. 할머니의 딸은 결혼하고 이내 이혼해서 겨우 겨우 먹고 살아야 할 만큼 가난해서라고 했다, 할머니는. 6년 전엔가 내가 할머니와 독거어르신 결연을 시작하자 따님은 드문 드문 이나마 방문이 늘어났다. 가끔 할머니에게 용돈이나 음식도 해오는 등 그간 변화는 있어왔다. 몇 년 전 할머니 수술문제로 따님과 통화할 일이 있었다. 나는, 직장 일 때문에 모든 폰번호가 저장되면 바로 카톡 친구로 추가된다.
그때 누군가는 들키고 싶지 않은 그들만의 평화를 읽고 말았다. 그 따님의 카톡프로필엔 할머니의 사진은 전혀 없었다. 금이야 옥이야 키운 그녀의 20대 아들과 딸의 수려한 외모 그리고 미소 띤 가족사진이 있었을 뿐이었다. 그들의 평화에서 아린 양가감정이 일었다.
할머니는 몇 개월 전 지하철 에스컬레이터에 구르셔서 식욕이 많이 떨어지셨다. 여러 상황으로 수술도 할 수 없는 상황에, 갈비뼈가 위를 눌러서인지 지금은 죽 정도만 겨우 드신다. 어제도 할머니가 좋아하시는 매생이죽과 전복죽을 2개로 분리 포장해서 드리고 왔다. 저번에 뵈었을 때보다 숨 쉬기가 더 어려우신 듯했다. 문득 할머니의 딸은 이 계절에 어떤 마음일까 생각에 잠긴다. 할머니가 돌아가시면 최소한 2000만 원 전세보증금은 상속될 것이다.
가빠 오르는 호흡, 언제 머질지 모르는 숨. 갑자기 나의 호흡이 가빠 오르는 것 같았다. 그 어느 해 봄, 그 계절에 멈추었던 어느 가장의 숨소리가 거칠게 파고드는 듯했다.
ㅡ 청년 클레어, 카프카의 < 변신 > & (부제) 숨겨져야 할 사람들, 숨겨져야 할 내면들 중 ㅡ
한국, OECD국가 중 노인 빈곤율 1위, 노인 자살률 1위.
한국의 가난한 노인은 폐지를 줍습니다.
"늙으면 폐지나 주워야지."
우스갯소리 신세 한탄에 등장할 정도로 가난한 노인의 폐지수집 노동은 우리 사회의 당연한 일상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정작 노인들이 왜 폐지를 줍는지, 또 이 일이 얼마나 힘든지 모릅니다. 무관심으로 인해 열악한 노동 환경에 방치된 노인들.
ㅡ 중략 ㅡ
전국의 폐지수집 노인은 몇 명일까요. 일부 정치인은 200만 명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다른 곳에서는 6만 명이라는 추정도 나옵니다. 200만과 6만 명의 차이. 이제까지 폐지수집 노인 인구를 정확하게 파악하려고 조차 하지 않았던 한국 사회입니다. 정확한 인구를 모르니, 관련 대책을 만들 수가 없었습니다.
폐지 수집 노동의 사회적 가치? 폐지 수집 노동은 단순히 가난한 노인의 생계 수단에만 그칠까요? 제작진이 만난 노인들은 모두 자부심을 갖고 일했습니다.
[출처] 시사기확 창 <GPS와 리어카>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