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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년 클레어 Mar 05. 2024

잡스(JOBs)의 친구

도심 속 산소처럼, 순수한 영혼으로 살아간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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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꿍 천재와 주일예배 후 가정예배를 드리고 있다.

정확히는 가정 "준비" 예배일테다. 결혼 전까지, 바이블(Bible)을 기초로 이 남자를 순한 양처럼 잘 양육하리라는 또 다른 숨은 의도는 안 비밀이다.


천재의 서재에는 신학자들이나 쓸법한 성경 핸드북이나 다양한 버전의 성경과 신앙서적도 꽂혀있다. 그는 성당 부속 유치원을 나왔고 초등학교 때는 혼자 매일 기도하던 습관도 있었다. 교회에서 세례를 받았었고 성당에서도 세례를 받았다. 미국 유학 준비하던 시절엔, 영어학원 오가던 전철에서 당시 유행하던 기독교 신앙서적인 <목적이 이끄는 삶>을 영문판으 읽으며 묵상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가나안 성도처럼 교회를 꾸준히 나가진 않아서, 그는 아직도 기독교 초신자 딱지를 못했다. 그럼에도 그는, 내가 본 그 누구보다 순수한 구도자적 동기와 목적으로, 절대자를 찾고 찾았던 영적인 갈망이 많은 남자이다. 그 순수함이 나의 철벽 같은 마음에 감동을 준 게 아닐까.  


나는 소싯적 정통 기독교의 모 대학생선교단체에서 귀납적 성경공부를 했었고 후배들을 가르치기도 했었다. 그래 내 노트북엔 그때 일대일 성경공부 하면서 메모한 방대한 자료가 잘 보관되어 있다. 오래 묵혀 놓은 이 파일들엔 청춘의 날, 시간을 아껴가며 쏟았던 순수한 지적 갈피가 곳곳에 추억처럼 묻어 있다.


대학시절, 남들은 영어 토플성적 올리겠다고 또 좋은 직장에 취업하겠다고, 촌음을 아껴가며 학교생활을 하는 듯했다. 헌데 그 시절 나는, 그 대학생활의 30% 아니 그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서, 비영리적인 시간에 몰입했었다. 게다가 선교단체 화장실 청소, 식당청소, 대학교 후배들 리포트나 공부까지 도와주었다. 그래서일까 내 과동기들은 자주 궁금해 했다. 어떻게 그렇게 사는데도, 수석을 포함 매 학기 장학금을 받느냐고 또 나중에 조기졸업했으냐고 말이다.


자기 목숨을 얻는 자는 잃을 것이요
 나를 위하여
자기 목숨을 잃는 자는 얻으리라
(마태복음 10:39)


오랜 세월 세상 것들을 잃고자 할 때, 도리어 얻게 해 주었던 비밀의 문 같은 보석상자. 다 잃어도 이것만은 잃지 않고자 했던 그 열망의 도성. 내 노트북의 자료들은, 10년여 세월 동안 성경의 70% 이상을 귀납적으로 갈고 닦었던 땀과 눈물이었던 것이다. 그래 그냥 묵혀두기 싫어서, 천재와 (결혼 전) 가정예배 때 이 귀납적 성경공부를 체용해서 나누곤 한다.


나도 신기하다. 마치 대학생활을 망치기로 작심한 사람처럼, 성공과는 정반대로 살았던 것 같은데, 이상하게 성적이 잘 나왔다. 대학 졸업하고 직장생활도 비슷했다. 직장에서도 망하기로 작정한 사람처럼 양보하고 동료들 일 도와주고 그렇게 내 것 챙길 줄 모르고 사는 것 같았다. 그러나 세월 흘러 나를 보니 직장에서 여전히 망하지 않고 살아 남았다. 직장에서 겨우 생존한 수준이 아니라 나름 승승장구한 커리어를 쌓았다.


내가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던 성경구절은 마태복음 10장 39절, "자기 목숨을 얻는 (얻고자 하는) 자는 잃을 것이요 나를 위하여 자기 목숨을 잃는 자는 얻으리라"였다. 그리고 천재와 만남도 사실 남자를 잃고자 했을 때, 이상하게 좋은 짝꿍을 얻은 기묘한 인생사건이기도 했다.






한 번은 짝꿍 천재와 요한복음의 니고데모에 대해서 말씀을 나누고 있었다.


"니고데모는 직업이 많은데, 그는 왜 이렇게 직업을 많이 가졌을까요?'


답정너. 니고데모가 완벽한 성공을 위해서 다방면에서 다양한 직업을 얻었다, 이게 원하던 대답이었다. 니고데모는 바리새인, 유대인의 관원, 이스라엘의 선생 심지어 부자이기도 했던 것이다. 오늘날로 치면, 지식인들이 선망하던 롤모델 같은 존재였던 것이다.


그런데 그즈음 욥기를 읽었던 이 초신자 천재는 뜬금없는 도발적인 질문을 했다.


"그럼 니고데모 절친은 욥이겠네?"


나는 엄숙한 말씀시간에 동문서답하는 그에게 레이저 눈빛을 보내며 말했다.  


"갑자기 여기서 욥이 왜 나와?"

"욥이 영어로 Job이잖아. 직업이 많으면 Jobs, 그러니깐 니고데모가 욥이랑 절친이겠네"

"...."


해맑기 그지없는 그의 미소에 나마저 웃음이 터져 나오고 말았다. 그날 우리는 벽돌크기의 NIV 한영 성경으로 말씀을 나누던 중이었다. 나는 고서와 같은 노트북 속 성경공부 자료를 쫓아가느라 딴 생각할 겨를이 없던 터였다. 근데 장난기 많은 천재는 니고데모가 직업이 많으니 영어명 Job인 욥과 연관시켜, 나름 애드리브를 치고 싶었던 것이다. 동시에 본인이 창세기를 거쳐, 성경통독시 모두가 위기를 맞는다던 레위기를 잘 넘겨, 욥기까지 읽었던 자신의 최근 업적을 은근히 어필한 것이다.


게다가 천재는 스티브 잡스의 열혈 팬이며, 그래 노트북은 맥북 그리고 핸드폰도 애플만 쓴다. 아마도 수천년된 고서와 같은 성경에서 Job이란 영어명을 보았을 때, 어린아이처럼 자신의 영웅 같은 스타 기업인에 대한 향수를 느꼈을, 이 남자의 순진무구한 묵상이 싱그럽게 다가왔다.





자신이, 나의 글쓰기의 뮤즈인 것에 상당한 자부심을 갖고 있는 이 남자. 나와 함께 있을 때면, 수도 없이 언어유희에 도전하는데, 이젠 틈틈이 메모하기도 못 따라갈 지경이다.  


근데 천재씨. 니고데모는 신약에 살았고 욥 엉아는 구약에 살았던 사람이야.


그 후로도 천재는 영어 성경 읽겠다고 다양한 영어성경 앱을 찾아보며 구도자적인 자세로 뒤늦은 열의를 다지고 있다. 내가 왕년에 대학 때 숱한 후배들을 만나 말씀을 나눠 봤지만, 이 남자는 그 어떤 인류보다 순수한 사람이다. 이론만 순수한 게 아니라 누군가를 도와주고 싶다 하면, 본인 쌈짓돈 때론 거액도 흔쾌히 보탠다. 사용처를 꼬치꼬치 묻지 않고 또한 자기에게 돌아갈 득실이 무엇인지 가늠하지 않고 말이다. 배운 대로 삶에서 실천하는 초보 구도자에게서, 회색 도시를 벗은 청학동 산골의 향취를 느끼곤 한다.


내가 40대까지 사실상 모태솔로였고, 철벽녀처럼 대부분의 남자들에게서 회의를 느꼈던 대목, 그것은 세상에 찌든 공해도시의 어떤 모습 때문이었다. 그에 반해, 내 짝꿍에게선 순수한 아이의 모습을 느꼈고, 그는 도시생활에 지친 내게 자주 힐링을 주었다. 요즘도 말이다. 잡스의 친구인 그는, 이젠 내 오랜 친구로서, 인생의 레일을 함께 걷고 있다.

                                                                                                                    




 







*가나안 성도 : 주로 개신교에서, 기독교 신앙을 갖고 있지만 교회에 나가지 않는 교인을 말한다.

('가나안'을 거꾸로 하면 '안나가'가 된다)









*본 연재글 예정목차 : 개봉박두! 작가의 세계

※저희 짝꿍 천재(가칭)는 브런치 작가활동은 전혀 하지 않아요. 비슷한 필명'들'에 헷갈리지 마셔요 :)

*사진, 그림 출처 : 핀터레스트(p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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