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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년 클레어 Apr 18. 2024

[유머 2] 사십춘기 커플의 대화

우리는 알콩달콩 40대 사춘기(사십춘기) 연애 커플입니다

짝꿍 천재는 오랫동안 우울증과 불면증을 앓아왔다. 다행히 나를 만나고 2년도 안돼 불면증 약을 끊었다. 우울증도 거이 완치되어 가는 중이다. 지금은 그 과도기로써 가끔 우울증 저녁 약을 안 먹고 자보기도 한다. 이른바 우울증 약을 점차 끊기 위해 셀프 임상실험 중인데, 그게 가끔 부작용도 있다. 우울증 약에는 미량이나마 수면제 성분도 포함돼 있다 한다. 그래 저녁약을 안 먹으면 잠이 잘 안 올 수도 있다. 그렇게 잠을 잘못 잔 다음날은 의례 낮잠을 많이 자게 된다.


어느 주말 토요일, 그날도 낮잠 자다 일어나 비몽사몽 간 내가 건네준 요플레를 먹으며 천재가 말했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그는 유독 식기도를 정성껏 한다. 가끔은 간식 먹을 때도 이번처럼 외침으로 기도를 갈음하기도 한다. 천재가 자다 일어나 부스스한 눈으로 잠긴 발음을 했다. 게다가 발음을 너무 빨리 한 나머지 내 귀에는 하나님이 '행님'으로 들렸다


"행님 감사합니다?"


순간 그는 게슴츠레한 눈을 뜨더니 편안하게 말했다.


"내가 (하나님과) 그렇게 트고 지낼 사이는 아니지"


근데 이 말이 더 웃기다. 트고 지낸 사이처럼 말이다.


"그럼! 그럼 안 되지"


"(비시시) ㅋㅋㅋ"


비시시 웃는 이 남자. 신기한 것은 전에 교회에 다니다 안 다니다 할 때에도, 식기도는 철저히 했다 한다. 해외 중요한 학술대회나 높은 분들과 함께 식사때도 두 손 가지런히 모아 식기도를 하는 이 남자. 과거 가나안 성도때도 치기 어린 의리는 있었나 다.






어제도 짝꿍은 우울증 저녁약 이른바 '취침약'을 안 먹고 자 본다 했었다. 2주 전 취침약 성분이 바뀌면서, 적응이 어려웠던 이유도 있었다. 그리고 오늘, 물어보니 잠을 잘 못 잤나 보다. 아직은 약을 안 먹으면 안 되나 보다. 수면제에 이어 우울증 약까지 끊게 되면, 그야말로 파티 분위기일 테지만 아직은 시기상조 같다.


짝꿍에게 좀 더 시간이 필요할 텐데, 혹여 조금이라도 실망할까 봐, 오늘(4/18) 아침 응원차 카톡을 보냈었다.








매주 목요일은 짝꿍의 주치의가 있는 정신과에 가서 우울증 약을 받아오는 날이다. 사실 짝꿍 천재도 의사이기 때문에, 그의 주치의와 진료시간에 상담 외에도 정치담론 등도 나누며 호형호재로 지내는 듯하다. 오늘은 전날 우울증 약을 안 먹어 잠을 좀 설친 것 같아, 안전운전을 위해서 자차 운전을 만류하던 차였다. 그는 워낙 검소해서 택시 타는 것을 꺼리기에, 택시 타고 다녀오면 택시비를 3배 주겠다 말한 것이다.








한편 그는 돈을 아끼려고 택시를 안 타는 대신, 그 돈 모아 "대부호(부자)"가 되겠다는 우리 둘만 아는 상징적 대화인 것이다.







천재가 꿀꿀할 때면, 내가 가끔 막춤 특히 개다리 춤을 추며 그를 웃기게 해주곤 한다. 나의 춤실력 내지는 춤사위를 익히 보아 알고 있는 그의 익살스러운 요청은 오늘도 계속되었다.





나를 들었다 놨다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지구상의 인류 짝꿍 천재의 화력 높은 언변. 오늘도 내가 진 것 같은 마무리이지만 그는 그윽한 눈빛으로 나의 막춤을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천재네 놀러 가서, 막춤 콘셉트를 잘 잡아 배꼽 떨어지게 웃겨주고 와야겠다.























※제 짝꿍 천재(가칭)는 브런치 작가활동은 전혀 하지 않아요. (제발 헷갈리지 말아주세용ㅠㅠ 오늘 유독 문의가 있을 것 같아 강조드리는 점 양해 부탁드려요. 참고글 ■제 짝꿍은 독신남이고, 천재작가 아니에요) 그외 비슷한 필명'들'에 헷갈리지 마셔요 :)

*사진, 그림 출처 : 핀터레스트(p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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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브런치북] 밑줄 긋는 브런치 생존기의 내일 주제는 <브런치 전원일기, 행복한 품앗이> 입니다. 맞댓글, 맞라이킷, 맞구독에 대한 시각 차이와 나의 몸에 맞는 '브런치 살이'는 무엇일지 공포 스릴러물 버젼으로 풀어볼까 생각중이에요. 무엇이든 주객이 전도되지 않고 불편하지 않으며, 서로간 배움과 상생이 있는 글쓰기 라이프 스타일을 고민해 보아요 :)



**내 의사 남친의 이솝우화의 다음 편 <통 크(큰)루즈의 땅 > 재예고

저저번주 사전투표 첫날, 짝꿍 천재가 잊고 있던 그의 짜투리 땅을 1억에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났습니다. 조카 진국이의 사업실패를 도와주며 사실상 거저 주다시피, 1억 가까이 영끌해서 도와준 우리 커플은 하늘의 격려를 체감하고 있습니다. (참고: 성숙한 남자의 향기) 선을 행할 기회를 주신 것 자체도 감사한데, 손해 본 재정을 채워주시는 과정이 흥미롭고 감사했습니다. 앞으로도 크고 작은 기부를 생각하고 있는 짝꿍 천재는 정말 성숙하고 멋진 남자입니다 :)

<통 크루즈의 땅>을 그제(4/16) 발행하려고 했는데요, 좀 무거운 날이라 망설이다 차주에 발행하기로 했어요. 좀 더 보완된 내용으로 그때 뵐게요. 대신 <숏글 2>를 올려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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