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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년 클레어 Nov 10. 2023

아주 웃는 날에

삶의 고단을 산화시키는 웃는 말 사전

몇주 전 천재와 나는 이렇게 아옹다옹 서로의 마음을 토로하였다.


천재 : 내가 이렇게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되다니. 너에게 늘 고마워.

클레어 : 웅... 살면서 듣던 말 중 가장 감동적인 말이당.  

천재 : 응, 나도 이렇게 동물의 도움으로 살게 될 줄은 몰랐어ㅋㅋㅋ

클레어 : 네가 또 날을 잡는구나. (등짝 스매싱 폭격)


그는 7년 가까이 가다 서다를 반복하던 슬럼프에서 벗어나고 있다. 연애 초반 내가 자신의 죽마고우 남자 절친들보다 더 편하다더니, 언제부터는 내가 그의 엄마를 능가하게 더 편하다 할 때도 있다.


한편 나는 그를 물가에 내놓은 아들처럼 하루에도 수없이 그의 안전을 헤아린다는 것을 그는 잘 모른다.


청년 클레어 <광화문 글판(1) 제일 아름다운 풍경> 글 중


그런 우리에게 유머는 삶의 고단함을 닦아주는 서로의 손수건 같다.


천재는 나랑 손 잡고 걷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클레어 : (다이어트 중인 천재에게) 배 많이 슬림해졌네? 무슬림~

천재 : (눈을 찡긋하며) 어....

클레어 : 내가 오늘도 (유머가) 너무 갔다. 그지?

천재 : 돌탱크

클레어 : 그럼 너는?

천재 : 원조 돌탱크

클레어 : 그럼 돌탱크 커플이네. 커플이면 돌탱크도 좋아 ㅋㅋㅋ  


우린 두손을 꼬옥 잡고 만면 가득 웃음을 터뜨렸다.


고무머리. 천재가 어렸을 때 그의 어머니와 격이 없이 장난칠 때 쓰던 단어 중 하나였다 한다. 어머니를 3~4년 전 암으로 떠나보낸 후 더 극심한 우울증으로 고통했던 남자. 그간 더 많은 약물들로 20대~30대처럼 두뇌 회전이 되지 않는다 자책했던 그이다.


지금은 점점 약물의 개수와 양이 줄어들고 삶의 균열이 아물고 오늘이 중요해지는 그. 별도로 먹던 수면제 약은 끊었고 주치의 선생님께서는 우울증 약도 잘 하면 끊어도 되겠다 하셨다.


그와 나는 돌탱크 커플을 자칭하며 삶의 고민을 공기 위로 산화시키곤 한다. 내가 그를 '천재'라 애칭하는 것은 그의 절정기의 회복을 응원하는 애절한 기도인 것이다.


돌탱크란 단어에서 그가 고무머리를 연상한다는 것을 나는 안다. 그래서 돌탱크는 우리의 단골 메뉴이며 그가 돌탱크를 연발할 때 나는 안도한다. 삶의 '애(哀)'를 '희(喜)'로 승화시킬 수 있을 때, 사람은 단단해지고 의연해지기 때문이다. 

   

우린 삶을 이름하기 어려울 땐,

그렇게 치타, 흑돼지, 코알라, 짱구, 잠탱구리, 삼만이, 엉아, 고무머리, 돌탱크들을 호출하곤 한다.




우린 서로의 아픔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내 아픔을 모르는 듯이 잘 알고 있고

나는 그의 아픔을 하루에도 몇 번씩 무너질 듯 의연하게 잘 알고 있다.

오래 기다려 사랑을 조율하게 된 남자.

한때 그의 생명은 바람 앞에 촛불처럼 날마다가 위태로워 보였다.

나 없을 때 수면제 다량복용할까

차운전 하다 홧김에 핸들을 꺾을까 


약속시간, 나는 그가 언제 도착하는지 묻기를 주저했다. 다만 내가 몇 시에 도착하는지 열심히 전송할 뿐이었다. 아직 다 벗어나지 못해 바둥거리며 자기 자신과 싸우는 그. 그의 오늘을 채근하지 않고 넉넉히 기다리면서 말이다.   


그리고 이젠 내가 묻지 않아도 그는 도착할 시간뿐 아니라 출발하는 시간을 촘촘하고 섬세하게 남긴다. 이젠 나의 도착할 시간도 동동거리며 실시간으로 묻는 그. 우린 그렇게 온도를 높여가며 삶의 시간을 조율해 가고 있다


삶이 고단한 날.

그간 인생이 너무 초췌해서

과거의 시무룩한 감정이 또다시 올라올 때

우린 웃는다. 웃었고 아주 웃을 것이다.












※저희 짝꿍 천재(가칭)는 브런치 작가활동은 전혀 하지 않아요. 비슷한 필명'들'에 헷갈리지 마셔요 :)

*그림,사진 출처 : 핀터레스트(p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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