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한 천재는 늘 이런 식으로 나를 세워주곤 한다. 스피드하게 살펴봤지만 군더더기 없이 잘 썼다. 아니 서툰 내가 에러를 낼 것 같은 느낌에, 한 군데 건의사항만 얘기하고 엄지 척을 연발했다.
사실 내 브런치 운영에 대해서 그는 잘은 모른다. 아직까지 브런치 가입도 안 해 로그인도 모르는 그. 근데 내가 브런치에 캔디송 관련 글을 쓴 다음날부터 자꾸 캔디송을 부르는 천재. 추석때 내가 노트북에 뭔가 막 쓰고 있는데, 내게 다가와 말을 건넨다.
“한번 (브런치에서) 잘 쓴 글 하나만 보여줘 봐”
“내가 필명을 알려줄게. 들어가서 봐봐. 자기 얘기도 있어서 그런데 익명이니깐 걱정은 말고.”
'자기 얘기도 있어'라는 대목에서 놀라는 눈동자인데, 살짝 놀라는 척 같기도 하고. 사실 한참 전에 천재에게 내 브런치 작가명인 청년 클레어를 알려준 바 있다. 그래 나의 촉으로 이렇게 얘기했다.
“혹시 내 브런치 글 읽었더라도 못 본 것처럼 해줘. 누구 의식하게 되면 소재에 제한을 받을까 봐서”
내가 다시 글에 몰두한다 싶으니깐 그는 또 얘기한다.
“나, 심심해. 뭐 해?”
“아, 글 써. 떠오를 때 써놔야 해서.”
그때 개구진 천재는 특유의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말한다.
“그럼 나도 브런치에 글을 쓸까?”
“그거 좋지. 그런데 작가신청에서 떨어질 수도 있는데? 글을 아무리 잘 써도 이곳 콘셉트에 안 맞으면 떨어질 수도 있어. 그래도 괜찮아? 스테디셀러 작가가 떨어지면, 창피할 텐데.”
사실 난 쏘쿨한 성격이라 천재가 브런치에 글을 써도 좋다.
서로 모르듯 하면 되니깐.
최근 내가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이쪽 세계에 대해서 여러 번 얘기하자, 나를 더 공감하고 싶은 것도 같다.
“아, 그러면 안 하련다”
천재는 브런치 등판은 결국 보류했다.
근데 과연 그는 브런치의 내 글을 안읽었을까?혹여 읽었어도 안 읽은 것처럼 계속 연기해 줄듯도 하다.캔디송을 요즘 부쩍 자주 부르는 천재군.그와나는 개그와 팩트를 넘나들며 심심할 겨를이 없다.재미와 감동을 주어 늘 고맙다.
그는 요즘 다시금 음악에 심취해 있다. 슬럼프 기간 동안 좋아하던 음악을 멀리했던 터이다. 나의 핸드폰 연결음은 천재가 작곡한 곡이다. 그가 왕년에 CCM곡도 작곡해서 그 팀이 유명한 모 OO대회에서 대상을 타기도 했다 한다. 그러나 일명 쉐도우 작곡가로 자기를 드러내진 않고 곡만 주었던듯 싶다. 문학과 예술에도 다재다능해 전문가 수준인 그가 모든 것에 손을 놓은 지 수년. 요즘 노트북에 이어폰을 꽂고 음악에 심취해 감탄을 자아내는 모습이 보기 좋다.
2023년 10월 2일 천재와 클래식 연주곡 들으며 드라이브 중 한 컷
전부터 브런치에 가끔은 가벼운 신변의 일상을 쓰고 싶었다. 그런데 그때마다 카테고리를 어디에 넣을지 몰라 포기하곤 했다. 그래 오늘 매거진을 하나 더 추가했다. 브런치에 가벼운 글을 쓰는 게 독자님들께 실례가 아닐까 고민도 되었으나. 작가의 신변의 공유도 글의 맥락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리라는 명분으로 오픈해 본다.
예나 지금이나 빨간 날(주일, 휴일, 국경일 등)은 모두가 애정하는 날이다.
얼마 안 남은 연휴를 포근하고 알차게 보내보자.
※저희 짝꿍 천재(가명)는 브런치 작가활동은 전혀 하지 않아요. 비슷한 필명'들'에 헷갈리지 마셔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