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Day 43일의 소회 feat<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세탁소에 갓 들어온 새 옷걸이한테 헌 옷걸이가 한마디 하였다.
"너는 옷걸이라는 사실을 한 시도 잊지 말길 바란다."
"그런데 왜 옷걸이라는 것을 그렇게 강조하시는지요?"
"잠깐씩 입혀지는 옷이 마치 자기의 신분인양 교만해지는 옷걸이들을 그동안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출처 :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라>
노나라 군주의 명을 받은 공자는 주나라의 예법을 배우기 위해 사절로 낙양에 가게 되었고 그곳에서 노자를 만났다. 이때가 대략 기원전 519년으로 공자는 40대 초반의 젊은이였고 노자는 이제 80대가 된 원숙한 노인이었다. 자료에 따라서는 공자를 40대, 노자를 60대로 설명하기로 한다. 공자는 그 무렵 예에 대한 학식으로 이미 세상에 이름을 떨치고 있었다.
노자는 오래된 문서를 관리하는 사관이었다. 주나라에 머물며 많은 사람을 만나고 마지막으로 노자를 대면하게 된 공자는 공손한 태도로 노자에게 물었다.
“예란 무엇입니까?”
노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전략-
군자는 때를 만나면 수레를 몰고 거들먹거리지만 때를 만나지 못하면 티끌처럼 누추하게 떠돌아다니게 될 뿐입니다. 내가 듣기로 진짜 훌륭한 장사꾼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가장 좋은 물건은 깊이 감추어 남에게 보이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진정으로 덕이 있는 군자의 얼굴은 마치 어리석은 듯 보이게 됩니다. 당신은 교만과 욕심을 버리고 있어 보이는 얼굴빛과 모든 것을 자신의 뜻대로 하려는 마음을 버려야 합니다. 이는 모두 당신에게 이롭지 않습니다. 내가 당신에게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것뿐입니다.”
무슨 말인지 알아듣겠는가? 에둘러 말하니까 한 번에 알아듣기 어려운데, 실은 이런 말이다. “너 세상 구한답시고 여기저기 얼굴 알리며 돌아다니고 있는데, 진짜 능력자들은 드러내지 않고 숨어 있다. 그리고 너 교만하고 욕심 많아 보이니까, 앞으로 조심해라.”
우리 같으면 집에 돌아와 이불을 뒤집어 쓰고 분노의 눈물을 흘렸겠지만 공자는 그런 분이 아니셨다. 노자와 헤어진 공자는 자신의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새는 자신이 능히 날 수 있음을 알고, 물고기는 자신이 능히 헤엄칠 수 있음을 알며, 짐승은 자신이 능히 달아날 수 있음을 안다. 하지만 달아나는 것은 망에 걸리고, 헤엄치는 것은 낚싯줄에 걸리며, 날아다니는 것은 화살에 맞는다. 용에 이르렀을 때에야 비로소 바람과 구름을 타고 하늘로 올라갈 수 있음을 이제까지 알지 못하였다. 오늘 노자를 보며 마치 용을 본 것만 같았다.”
출처 :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