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고 나서 차마 마주하기 어려운 글이 있습니다. 충분한 시간과 정성을 들이지 않았을 때는 특히 더 그렇습니다. 일단 제목은 정하고 썼는데, 쓰다 보면 삼천포로 빠질 때도 있고, 글 쓰는 나 자신조차도 '이렇게 쓰면 안 되는 거 아냐?'라고 자문한다거나, '아~ 재미없어'라고 생각될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일단 쓰고 싶은걸 다 써놓은 다음에 시간을 들여 다듬어 갑니다. 빼고, 자르고, 붙이고, 연결하고 그러다 보면 몇 번이고 글의 모양이 바뀝니다. 몇 문장 빼고는 완전히 새로운 글이 되기도 하니 완벽한 글은 없습니다.
[XS사이즈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작가의 서랍에 저장해 두었던 두 개의 제목을 합쳐 하나의 글로 만들겠다 시작했습니다. 출산과정 부분을 추억에 젖어 쓰다 보니 <삼시 세끼에서 자유로워지기> 부분이 자연스럽지 않았더랬죠. 이른 아침에 쓰던 글이었습니다. 일단 발행을 해 놓고 아이가 등원을 하고 나면 한두 시간 내로 다듬으려던 계획이었습니다. 그런데 잠에서 깬 아이를 데리고 갑자기 병원을 가야 했던 바람에, 또 하루 종일 함께하며 간병을 하다 보니 제대로 붙잡고 앉아 수정을 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댓글 알림 알람이 울리기 시작하고, 통계가 올라가더니 만 명이 넘게 글을 읽게 되면서 당황스러웠습니다. 정신적인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 글을 마주할 자신이 없었습니다. 고민하다 결국 글을 잠시 닫았던 것은 비난 때문이었습니다. 그 날 브런치에서는 처음으로 날 선 댓글을 무려 세 분에게서 받았습니다. 첫 번째 분은 비만인 사람들을 배려하지 않는 시대를 역행하는 글이라 했고, 두 번째 분은 배를 가르기를 선택했다니 어처구니가 없다는 논조를, 세 번째 분은 무려 다섯 개의 댓글을 연속적으로 보내주셨습니다. 댓글이 달리자마자 삭제하여 자세한 내용은 모릅니다. 마지막 댓글에서 왜 삭제하냐고 물으셨는데, 그건 제 마음입니다. 그러다 보니 온라인 공간에서 처음으로 발가벗겨진 느낌이었고, 오랜만에 내 이야기를 글로 쓰는 것에 회의를 느꼈습니다.
오스카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이 수상소감으로 영화학도 시절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라고 배웠다 했습니다. 그 문장을 듣고 가슴이 뭉클해졌습니다. 언젠가는 저에게도 일관된 작품세계라는 것이 만들어지기를 바라봅니다.
부족한 글을 씁니다. 수준 높고 어려운 건 모르는 사람이라 낮고 얕은 지적 세계에서 그에 마땅한 제한적인 사유의 한계와 미천한 표현의 자유를 보여줍니다. 그렇게 부족한 글들, 쓰는 것이 즐거워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