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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뿌쌍 May 12. 2020

춘천, 엣홈(At Home)에서의 하루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만들어지는 시간들


엣홈 대표, 인테리어 디자이너, 그리고 여자 김혜경.


간 표정이나 단단해 보이는 인상, 그러고 예뻤다. 이런 시작 모든 것이 잘될 것만 같았다.

처음 만났던 날, 함께 현장으로 이동하는 중에 강단 있어 보이는 표정 우렁찬 목소리로 나에게 말했다.


"이 직업도 나름 전문직이에요. 잘 선택하셨어요"


사실 우리의 만남엔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있다. 바로 원팀장이다. 원팀장은 평범한 아줌마였던 나를 인테리어  사업자로서의 가능성을 보고 수면 위로 끌어올려준 분이다. 덕분에 여러 차례 포기하고 싶었던 힘든 이론교육 과정을 버텨냈고, 현장교육까지 가능하게 했다.


"뿌쌍님이 먼저 포기하지 않으시면 저희도 포기하지 않습니다"라고 메시지를 보냈던 원팀장은 한 번 결심하면 밀어붙이는 강한 추진력으로 유명하다 했다. 극한 이론교육을 끝내고 멘털이 초토화되어 돌아온 나를 보며 원팀장은 건축을 전공한 이의 시선으로 현장교육을 함께 고민해 주기 시작했다.


사실 가르치는 것이 아무 의미 없을 나를 받아주기로 한 곳이 바로 춘천 엣홈 (At Home)이다. 자신의 일을 할 계획으로 사업을 준비하는 사람인데, 그런 미래의 경쟁자를 어느 누구도 선뜻 받아 가르쳐 주려 하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원팀장의 동기라는 인연으로 '아줌마 뿌쌍 수습생'은 받은 김혜경 대표와 인연이 시작됐다. 팀장은 벌써 몇 차례나 내게 그의 춘천 동기에 대해 이야기하며 용기와 힘을 주었던 바 있었기에 초면이지만 낯설지 않았다.


"뿌쌍님 하고 비슷한 케이스예요. 제 동기는 영국에서 유학했고, 영문과 출신이거든요. 전공과 무관하지만 인테리어 좋아서 이  시작했대요. 지금은 본인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성공한 사장님이랍니다. 사실 저는 이 동기가 늘 부러워요"


그렇게 삼자대면(!) 자리가 끝나고, 나는 언제부터라고 할 것도 없이 외투를 벗고 바로 일을 시작하겠다고 했다. 이에 원팀장은 다음 일정을 향해 바삐 일어서 나가다 문 앞에서 갑자기 뒤돌아 한마디를 던졌다.


"혜경아... 잘 부탁한다"


아~ 아직도 그 말이 잊히지 않는다. 아니 이 일을 하는 내내 잊을 수 없는 말인지도 모른다. 분명 나보다 한참은 나이 어린 원팀장이었는데, 그 소리를 듣는 순간 마치 세상 모든 걸 다 짊어져 줄 것만 같은 든든한 오빠처럼 느껴졌다. 그것은 '이 사람을 믿고 이 분야에서 나 제대로 해 볼 수 있겠다'라는 확신 거듭하게 해 줬다. 떤 일이든 사람을 잘 만나야 한다는데, 그런 이가 나에겐 바로 원팀장이었고, 그의 동기 김혜경 대표였다.


스승의 제자의 노트북... 이렇듯 엇갈려 마주 앉아 주거니 받거니 질의응답도 하고, 사업운영에 관한 애로사항도 공유하고, 다양한 노하우를 들었던 추억깊은 자리다. 춘천 엣홈!


현장교육은 동틀 녘에 집을 나서 돌아오면 저녁이었지만 힘든 것도 몰랐다. 그렇게 매일같이 춘천 엣홈을 왕복하면서 김혜경 대표를 스승으로 모시고 따라다녔다. 짐도 들고, 쓰레기를 치우고, 빗자루를 들고 리모델링 현장의 바닥도 쓸었다. 궁금한 건 바로 질문하 듣고, 현장에서 발생하는 여러 상황들을 어깨너머로 접하며 하나씩 익혔다. 또한 고객과의 접점에서 고민하고 힘들어하는 것을 보면서 공감도 하였고, 그만의 보람과 성취 또한 눈으로 배웠다.


누구를 가르치는 시간도 정신적인 여유도 없는 그였지만 나의 질문은 하나도 놓치지 않고 알려줬다. 워낙에 변수가 많은 크고 작은 현장에서의 이례사항들 반드시 겪어야만 알 수 있는 것들이었다. 그런 업무의 특성상 한 번에 다 알 수는 없었다. 10년 경력자인 김혜경 대표 그 자신도 현장은 늘 배우는 곳이라 했다.


군대에서 취사병은 이등병 때 양파 수 백 개를 깎는 온갖 고생을 하다가 진급을 거듭하여 어느 날 국자를 잡는 순간이 절정이라 했던가. 어제 김혜경 대표는 나에게 현장으로 출발하기 전에 "실측 노트와 줄자 챙기세요"라고 일러왔다. 여태 들고 다니며 제대로 잡아당겨보지도 못했던 내 줄자... 드디어 출정이다.   


38평이지만 확장을 하여 45평 정도로 넓어 보였던 현장은 타일공사가 한창이었다. 그곳에서 나는 현관부터 안방 욕실까지 실측을 해 나가며 필요한 부분들을 기록하기 시작했고, 사무실로 돌아와 3D 설계를 시작했다. 주방은 나름대로 창의적인 디자인으로 시도해 보았으나 김혜경 대표는 좁고 답답해 보인다 했다. 시도가 과했구나 싶었다. 이 일은 '보고 생각하는 것이 사람마다 다 다르다'라고 이미 수차례 들었기 때문에 내 의견을 고집할게 아니었다. 수정을 거듭하여 설계를 완성했다.  


사실 나는 현장일에 가장 큰 매력을 느 이 업계에 발을 디디게 된 경우다. 어디에서든 공사가 진행 중인 것을 보면 그렇게나 가슴이 뛰었다. 현장에서 뼈가 굵어진 어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좋았다. 내가 직접 들고 나무를 자르지는 못하더라도 그들의 일원이고 싶었던 막연했던 생각이 이렇게 직업의 세계로 구체화되다니 믿어지지 않았다.


2년 전 직접 디자인하고 자재구입부터 현장시공까지 리모델링을 총괄했던 친정 2층 집을 보고는 "어머 욕실이 정말 예뻐요"라고 사람들이 말해주었던 그 순간의 뿌듯함을, "뿌쌍아, 네가 일 년 전에 리모델링 해 준 그 아파트, 외국인들이 엄청 좋아해. 너의 감각이 외국인들 취향에 잘 맞나봐" 라며 에어비앤비에서 임대숙소 사업을 하는 친구의 한마디 이 길을 자신있게 시작하게 한 힘이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배운 적도 없는 상태로 그저 전세계를 여행하는 동안 좋다는 많은 호텔들을 돌아다니며 다양하게 많이 보고 담아 두었던 덕분에 (여행의 본질 호텔에서의 휴식) 인테리어 디자인은, 공간 설계는 자연스러운 취미가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나를 믿고 맡겨주는 미래의 고객들과 함께하려 준비하고 있다.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되는 시간이 흐르고 있다. 막연했던 꿈을 구체화하는 과정, 그리고 실현해 내는 시간들이 '그야말로' 꿈같다고나 할까! 렇게 내 생에 단 한 번 덕업일치 이루어지나 보다. 생에 한 번, 제는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살아련다.


무모한 나를 양지로 끌어올려준 원근수 팀장과

무지한 나를 다듬어 준 춘천 엣홈(At Home) 김혜경 대표에게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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